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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상상하지 말라 - 송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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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지 말라

송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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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창의성만이 세상을 구원할 것 같은 시대에 상상하지 말라는 말은 어불성설인 것 같습니다. 상상하지 말라는 것을 상상력을 발휘하지 말라는 뜻으로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상상력은 물론 필요합니다. 데이터는 결과가 아니라 씨앗일 뿐이므로,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단,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처음부터 상상하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을 시작해서는 안 됩니다. 새 물을 뜨려면 그릇에 담긴 물을 버려야 합니다. 여러분 머릿속에 있는 그것,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그것, 과거에 알고 있던 그것, 그 모든 기득지를 버리는 것부터 시작합시다. 그래야 새로운 것이 담길 수 있습니다.
- 1장 허상: 당신의 상식은 상식이 아니다

엄마들에게 기업이 커뮤니케이션할 때 ‘행복한 엄마에게’ 같은 말을 하면 과연 먹힐까요? 모성애를 강조 또는 강요하는 메시지가 반가울까요? 그렇지 않죠. 그보다는 ‘힘들지? 내가 도와줄게’라고 해야 합니다. 상대방은 모성애가 있으니 아이 돌보는 게 즐거울 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그들은 결코 그렇게 느끼지 않으니까요. 엄마든 아빠든 육아는 힘들고, 그때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고민할 때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생깁니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전체 커뮤니케이션 슬로건이나 비유 등이 다 바뀌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모성애라는 고정관념을 대입하면 80%나 되는 현실의 괴로움을 보기 어렵습니다.
- 2장 관찰: 상상하지 말고 관찰하라

여기 국내에 막 들여온 벨기에 에일맥주가 있습니다. 풍부하고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고, 과일향이 짙은 맥주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추출해보니 ‘부드러운 맛’은 ‘친구’ 또는 ‘불금’과 연관되었습니다. ‘깊은 맛’과 ‘풍부한 맛’은 가족과 함께 마시는 술에 어울렸으며, ‘강한 향’의 맥주는 주로 주중에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미있게도 사람들은 이 모든 맛의 특성이 캔맥주보다는 병맥주에 어울린다고 인식하고 있더군요. 이렇게 해서 이 맥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면을 추출해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중 퇴근 후에 휴식을 취하며 배우자와 함께 가볍게 맥주 한 병 마신다.’
이 말은 곧 이 맥주를 블라인드 테스트해보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위의 장면이 떠오른다는 뜻입니다. 이 맥주의 광고를 찍는다면 당연히 이러한 장면을 따와야 할 테죠.
이렇게 사람들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느낌을 빌려올 수 있다면 마케팅은 한결 쉬워집니다.
- 3장 변주: 지금의 상식을 차용하라

몇 년 전만 해도 ‘모바일’은 움직이며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어디를 가든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특성이 소비자에게 어필했는데, 이제는 집에서 모바일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습니다. ‘모바일’이나 ‘스마트폰’ 관련 검색에도 야외보다 더 많이 언급되는 장소가 ‘침대’입니다.
왜 그럴까요? 밖에서 보라고 만든 것인데, 왜 집에서 볼까요?
여기에서는 해석을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가는 곳에 따라다니는 모바일’을 비단 집 밖뿐 아니라 집 안에서도 그러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죠. 내 방으로 갖고 들어올 수 있고 화장실에도 갖고 갈 수 있으니, 부모와 같이 TV 보기 싫으면 방으로 와서 혼자 보는 것입니다. 즉 집에 TV가 없을 때, 혹은 TV가 있지만 해당 채널을 볼 수 없는 상황일 때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소스를 찾습니다. 또는 드라마를 1회부터 한꺼번에 보면서 중간중간 건너뛰거나, 이와 반대로 열광하는 콘텐츠를 반복해서 볼 때도 모바일로 봅니다. 물론 본방사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집 밖에 있게 될 때도 TV 앱을 켭니다.
- 4장 통찰: 보고도 모르는 것을 보라

짧게 정리해보자면 젊은 사람들은 중년이란 말을 할 때 40~50대를 떠올리고 60대를 노년의 시작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당사자가 되면 70대는 되어야 노년으로 생각하고, 심지어 70대가 되어도 스스로는 애써 중년이기를 희망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시니어 마켓에서 ‘어르신’, ‘할아버지’, ‘할머니’란 호칭은 쓰지 못하게 됩니다. 할아버지에게 팔고 싶으면 ‘아저씨’라고 불러야 합니다. 일종의 배려죠. ‘내가 보기에 노인이면 할아버지라고 불러야지’ 하고 고집을 부릴 게 아니라, 그들이 원하고 기뻐하는 것을 헤아려 먼저 챙겨주라는 것입니다.
배려란 상대를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으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해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서 챙겨주는 아이템을 구상한다면 그 사업은 저절로 잘되겠죠. 언뜻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의외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 5장 배려: 이해하라, 그러면 배려하게 된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상대방도 압니다. 그가 말하지 않는 이유는 몰라서가 아닙니다. 그러니 상대방을 위한답시고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가 보고 있는 것에 나의 염려와 배려를 얹어야지, 그가 모를 것이라 가정하고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됩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사람은 바로 당사자 아닌가요. 주변의 많은 염려와 걱정은 실질적인 대안과 함께 제시된 게 아니라면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처럼의 명절을 즐기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을 뿐이죠.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한다면 한 발자국 뒤에서 조용히 응원을 보내주는 것이 좋습니다.
섣부른 상상과 섣부른 관찰과 섣부른 배려는 선한 엇갈림을 낳습니다. 상대가 생각을 갖고 있고, 그 생각이 나보다 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직급의 높고 낮음과 나이의 많고 적음이 결코 우열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그가 지능과 지성을 가지고 있기에, 그리고 그의 진심이 우리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그를 응원하는 따뜻한 배려를 그의 입장에서 펼쳐주면 좋겠습니다.
- 에필로그 : 위한답시고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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