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팬데믹 상황이 끝나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잘 통제되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나면, 이 위기를 극복한 한국은 분명 더 강해질 것입니다. 과거로 돌아가거나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회복력이 있는 사회와 경제를 구축함으로써 ‘위대한 리셋’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거라 확신합니다. … 팬데믹이 지난 후 세계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경제를 보다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하며, 회복력이 있는 미래로 이끄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를 더 위험하고, 불안정하며, 점점 더 살기 어려운 세상으로 인도할 길입니다. 한국은 이미 분명하게 첫 번째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 ‘한국어판 서문: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
“각국 정부들이 경기 침체가 재앙적인 불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애쓰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조치들이 전 세계적 표준이 되는 건 이제 당연해졌다. 이번 사태로 촉발된 대량 해고와 기업 부도가 급증하는 것을 예방하거나 저지하기 위해 정부가 ‘최종 지급자(payer of last resort)’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앞으로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 ‘재정과 통화 정책’ 중
현시점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발생할 수 있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생산 활동의 리쇼어링(생산 기반의 자국 내 복귀)이 간헐적이고 국지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디플레이션 유발 성격이 강한 고령화와 기술 발전 등의 강력하고도 장기적인 구조적 추세와 수년간 임금 상승을 제약할 이례적으로 높은 실업률은 모두 인플레이션에 강한 하방 압력을 가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소비자 수요가 강력할 거라곤 예상되지 않는다. 광범위한 실업, 인구 다수의 소득 감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고통은 모두 예비적 저축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결국 완화되면 억눌렸던 수요로 약간의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수 있겠지만, 일시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서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 ‘재정과 통화 정책’ 중
코로나19는 연대보다는 경쟁을, 정부의 개입보다는 창조적 파괴를, 사회복지보다 경제성장을 각각 지지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는 신자유주의에 종말을 고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해 동안 많은 논객, 재계 지도자, 정책 입안자들이 신자유주의의 ‘맹목적 시장숭배주의’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오면서 그 원칙이 약화되어 왔는데 여기에 코로나19가 치명타를 가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가장 열렬하게 신자유주의 정책을 수용해왔던 미국과 영국 두 나라가 코로나19 팬데믹 피해자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건 우연이 아니다. 대규모 재분배와 신자유주의 정책 포기라는 두 가지 병존하는 힘은 불평등이 어떻게 사회 불안을 부추길 수 있는지부터 정부 역할의 확대와 사회계약의 재정립에 이르기까지 사회 조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회적 리셋의 의의’ 중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일자리를 잃고, 걱정하고, 비참하고, 분개하고, 병들고, 굶주린 사람이 극적으로 늘어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비극이 누적되면서 실업자, 가난한 사람, 이민자, 죄수, 노숙자, 소외된 모든 사람들을 포함한 여러 사회 집단 속에서 분노와 억울함과 격분이 커질 것이다. 이런 에너지가 어떻게 폭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회 현상은 종종 팬데믹과 동일한 특성을 나타낸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 현상이나 팬데믹 모두 갑자기 큰 변화가 생기는 시점이나 계기가 있다. 빈곤, 박탈감, 무력감 등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파괴적인 사회적 행동이 최후의 선택 수단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사회 불안’ 중
앞 장에서 살펴봤듯이 기업들이 공급망을 축소하고, 더 이상 중요한 부품 등을 구하기 위해 한 나라나 해외 기업에 의존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무역 위축은 거의 확실시된다. 특히 의약품이나 의료 소재처럼 민감한 산업, 통신이나 에너지처럼 국가 안보상 중요한 분야의 경우 탈통합 과정이 진행될 수도 있다. 미국에는 이미 이런 과정이 요구되고 있으며, 탈통합 움직임이 다른 나라나 분야로 확산되지 않을 리 없다. 지정학도 이른바 ‘무역의 무기화’를 통해 일부 경제적 고통을 가함으로써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더 이상 국제법을 통해 무역 갈등을 질서정연하고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 ‘세계화와 민족주의’ 중
‘승자가 없을 것’이란 주장을 내세우는 근거는 몇몇 학자들, 특히 니얼 퍼거슨이 제기한 흥미진진한 아이디어에 기반한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위기가 소국들의 성공을 부각시키고 미국과 중국 같은 초강대국의 실패를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 이런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규모가 크면 ‘규모의 불경제‘가 생긴다. 국가나 연방이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한국, 싱가포르,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같은 소규모 경제 국가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억제하고 그에 대처하는 능력 면에서 미국보다 더 뛰어난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 ‘승자는 없다’ 중
“팬데믹의 시간 지평과 기후 변화 및 자연 손실의 시간 지평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는 팬데믹이 가하는 위험은 신속한 결과로 이어질 즉각적인 조치를 필요로 하는 반면에 기후 변화와 자연 손실도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지만, 그 결과, 즉 경제학자들이 흔히 말하는 ‘미래 보상’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생긴다는 점이다. (...) 즉, 즉각적이고 관찰 가능한 위험과는 달리 기후 변화 위험은 시간과 지리적 측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럴 경우 그것이 심각한 관심을 쏟아야 하는 위험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위험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환경적 리셋의 의의’ 중
“자동화의 확대를 뒷받침해주는 또 다른 현상이 있는데, 그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이어 시행될지 모를 ‘경제적 거리 두기(economic distancing)’다. 국가들이 국수적으로 변하고 세계적 기업들이 초효율적이지만 매우 취약한 공급망을 축소함에 따라 비용을 낮추면서 더 많은 국내 생산을 가능하게 해주는 자동화와 로봇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중
리셋에 직면했을 때, 일부 업계 리더와 고위 관계자들은 그것을 재시작의 기회로 간주하고, 이전의 ‘올드노멀’ 시대로 돌아가서 전통과 검증된 절차와 익숙하게 해왔던 방법 등 과거에 효과적이었던 것들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욕구, 간단히 말해서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하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평범한 일상’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죽었거나 감염되었다고 봐야 한다. (…)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진입하는 대다수의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일상인 ‘뉴노멀’ 속에서 번창하기 위해 이전에 기능했던 것과 현재 필요한 것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새로운 숙제가 될 것이다.
- ‘미시적 차원의 리셋 인트로덕션’ 중
봉쇄 기간 중 화상 대화는 인간관계, 장거리 관계, 동료들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개인적·직업적인 삶을 구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그러나 줌을 통한 화상회의가 집중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데서 나온 일명 ‘줌 피로(Zoom fatigue)’로 알려진 정신적 피로도 유발했다. (…) 화상 대화는 미묘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러한 비언어적 단서들을 해석하기 불가능하게 만들고, 나오는 말들과 영상의 질에 의해 좌우되는 얼굴 표정에만 전적으로 집중하게 만든다. 가상 대화를 할 때 우리는 장시간의 강렬한 눈맞춤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런 눈맞춤은 특히 위계적 관계가 존재할 때 고압적이거나 심지어 위협적이 될 수 있다.
- ‘팬데믹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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