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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부자의 역사 - 최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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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역사

최종훈

*시대와 지역을 무론하고 파운드-포-파운드 랭킹으로 뽑은 세기적 부자 15인의 삶
*하마르티아(결함)와 페리페테이아(반전)를 통해 본 억만장자들의 탄생과 몰락
*시대를 부르고 세상을 창조했던 부자들의 일대기, 분석차트와 연표까지 한 방에


부자들의 삶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국투자컨설팅 최종훈 대표는 이 질문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상위 1%가 세계 대부분의 부를 차지하는 구도는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고 말한다. 실패를 견디고 두 배의 성장을 이룬 욥에서부터 최초의 금화를 유통시킨 크로이소스, 로마라는 부동산을 사들인 크라수스, 종교를 등에 업은 코시모 데 메디치, 유럽 최초의 금융가문 로스차일드, 정유업을 탄생시킨 록펠러, 미국을 건설한 철강왕 카네기, 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은 마크 저커버그, 스마트기기의 구루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왕 제프 베조스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산업은 각기 달랐지만 부자가 보인 두 가지 원칙에는 변함없었다. 하마르티아와 페리페테이아다. 이 책은 이 두 개의 키워드로 세기적 갑부 15인의 삶을 내밀하게 조망한다.

[부자의 역사]는 수렵-채집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어떤 형태의 재산이 만들어지고 어떻게 통화 경제가 발생했는가, 도시국가가 이합집산을 거쳐 제국이 형성되던 시기에 나라와 경계, 지리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부의 자산이 어떻게 부동산 가치를 끌어냈는가, 종교가 유럽을 지배하던 시절에 피렌체의 상인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종교 이데올로기를 등에 업고 지중해 상권을 접수했는가, 한 대를 만드는 데 한 달은 족히 걸렸던 자동차 생산에 컨베이어벨트를 도입하며 근대적 제조공장은 얼마나 혁신적으로 시간을 단축했는가, 모두가 PC에만 몰두할 때 어떤 천재적인 발상이 모든 사람들의 손에 컴퓨터를 쥐어주며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는가, 자신의 집에 딸린 작은 차고에서 시작한 서점업이 어떻게 특이점(싱귤레러티)을 거치며 21세기 인터넷 유통의 혁명을 가져왔는가를 역사의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본다.

[부자의 역사]는 부자들의 성공만 아니라 그들이 겪은 일생의 실패와 좌절에서도 슈퍼리치의 존재이유를 찾는다. 부자는 실패에서 성공을 발견한 전화위복의 사람이며 태생적 한계와 결함에서 진정한 성장을 일군 불세출의 위인이다. 이 책을 통해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부자들의 독특한 삶과 특유의 판단력을 들여다볼 수 있다. 흔쾌한 일독을 통해 부자와 일반인의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깨닫게 될 뿐 아니라 이를 극복하는 데 어떤 운명의 반전이 필요한지도 배우게 된다. 각 장 말미에 소개된 부자들의 분석차트와 연표까지 배치해서 부자들의 족적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하였다. [부자의 역사]는 시대를 관통하는 부의 역사를 읽는 인문서로 손색이 없으며, 경제적인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시대정신을 읽는 투자안내서로도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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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욥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시련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자책하지 않았으며, 역경이 영원히 자신을 뒤흔들 것이라고 여기지도 않았다. 그는 인생의 문제를 그대로 받아들였으며 슬픔을 애써 피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런 회복탄력성이야말로 욥을 다시금 고대 최고의 부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비결이었다.

크로이소스의 몰락은 헬라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자신들의 달력에 리디아 왕국이 멸망한 날을 표시해두기까지 했다. 이렇게 한때 강성했던 왕국은 지도에서 깨끗이 자취를 감췄다. 크로이소스는 황금으로 일어났고 결국 황금을 쫓다가 황금으로 망했다. 어쩌면 크로이소스는 통화로써 금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크라수스는 부동산 대출을 통해서도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당시 로마에 국가가 보증해주는 저리 전세 대출이나 보금자리 주택, 햇살론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다. 크라수스는 높은 토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귀족들에게 토지를 할인가로 빌려주면, 나중에 그들의 힘이 필요할 때 손쉽게 자신의 편으로 구워삶을 수 있을 거라고 머리를 굴렸다. 그는 쓰임새가 있는 사람에게는 계속해서 임대료를 낮게 받았고, 자산을 살 만한 재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거액의 마진을 붙여 되팔았다. 부동산을 매입하고 처분하는 과정에는 오늘날 뉴타운 재개발이나 신도시 건설 현장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떳다방들의 온갖 불법적 수단들이 그대로 동원되었다. 사들인 건물은 약간의 수리와 인테리어를 거친 다음 웃돈을 붙여 되팔았고, 독과점에 가까운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허위 및 과장 광고로 신축 분양권을 시중에 뿌렸다. 물론 중간에서 수수료와 매매 차익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복 전쟁에서 승리한 윌리엄은 현재 가치로 2천 3백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했고, 이는 인류 역사상 7위에 해당하는 재산이었다. 윌리엄은 잉글랜드에 큰 애정을 갖지 못했다. 그는 피정복민의 언어인 영어를 배우지 않았고, 평생 프랑스어만 사용했다. 심지어 간단한 영어도 한 마디 읽을 줄 몰라 항상 통역을 대동했다. 그는 잉글랜드보다 노르망디를 더 사랑했다. 말년에는 아예 잉글랜드를 대리자에게 맡기고 노르망디로 이주하여 살았다.

만사 무사는 순례 중에 만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금을 나눠주었다. 얼마나 막대한 금을 나눠주었는지 그가 다녀간 이후 지중해 등지의 금값이 폭락하기도 했다. 만사 무사가 인플레이션을 무릅쓰고 금을 나눠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는 만사 무사가 흥청망청 금을 뿌렸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의 막강한 권력과 재산을 만천하에 과시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이슬람교의 5대 기둥 중에 자카트Zakat라고 불리는 의무, 즉 빈자에 대한 자선과 기부의 의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마이어는 자신이 유대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의 하마르티아는 자신이 신의 백성이며 그와 신성한 언약관계를 맺은 사이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어쩌면 유대인이라는 하마르티아는 그의 발목을 잡은 게 아니라 그에게 지칠 줄 모르는 비즈니스의 동력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거나 저버리고 세상에서 성공하는 게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졌다. 신념과 확신의 힘으로 마이어는 출신의 한계를 성공의 발판으로 바꾸었다.

코시모는 스스로 철학을 공부했을 뿐만 아니라 인물들을 키우고 후학들을 길러내는 데 상당한 자금을 투자했다. 그가 파견한 대리인들은 유럽 등지를 돌며 고서와 문헌들을 수집했고, 코시모는 피렌체에 방대한 도서관을 세웠다. 한 부자의 결단은 곧바로 르네상스라는 문예 부흥을 불러왔다.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록펠러를 두고 ‘경쟁을 통한 보편적 행복이라는 자유주의자의 꿈을 짓밟았으며 그 꿈을 독점으로 대체해버린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대중은 이제 록펠러가 그 많은 돈을 가지고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갈지 주시했다. 록펠러는 밴더빌트처럼 흥청망청 살지 않았다. 그는 자신도 속해 있던 날강도 남작 무리들의 가증스러운 도덕적 타락을 혐오했다. 록펠러는 사업에 있어서 잔혹할 정도로 치밀했지만, 한편으론 그런 이미지가 자신의 영원한 명성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카네기는 특별히 기술자적인 타입은 아니었다. 그가 스스로에게 말했듯이, ‘발명가나 화학자, 혹은 연구자나 기술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사고, 필요한 사람은 고용했다. 그는 화학에 문외한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학자를 고용하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카네기야말로 메타인지를 잘 활용한 인물이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그걸 누가 가지고 있는지.’ 이것이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반드시 요구되는 메타인지다.

게이츠는 요즘에도 분기마다 책을 챙겨 워싱턴 주 후드 운하 근처에 있는 작은 오두막으로 일주일 동안 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생각 주간Think Weeks’이라고 불리는 이 스케줄은 그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고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지키고 있는 루틴이다. 그는 매해 생각 주간에 적어도 50여 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리더reader는 리더leader다. 책에서 미래의 방향을 찾는 부자, 그야말로 21세기가 바라는 부자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남들이 위기 상황에서 움츠러들 때 버핏은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테러로 모든 투자자가 멘붕에 빠졌을 때, 그는 한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과감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저는 제가 보유한 주식을 단 한 주도 매도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주가가 곤두박질친다면 도리어 매수에 나설 겁니다.” 주식 부호로서 주가 하락을 온몸으로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미국에서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자신부터 팔지 않고 더 구입할 테니 투자자들은 걱정하지 말고 투자에 임하라는 대중을 향한 암묵적인 메시지였다.

노숙자처럼 하릴없이 슬리퍼를 찍찍 끌며 캠퍼스를 돌아다니던 잡스는 흥미로운 수업을 발견했다. 바로 서체를 배우는 캘리그래피 수업이었다. 좀 뜬금없다. 하지만 애플의 역사를 찬찬히 더듬어가다 보면, 캘리그래피 수업이 그에게 불가피하고 불가항력적인 변곡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캘리그래피 수업은 서체와 글자의 공간을 배열하는 방법은 잡스를 보다 심오한 예술의 세계로 이끌었다. 잡스는 보통 엔지니어들이 갖지 못했던 그러한 심미안이 맥을 개발하는 데 고스란히 활용되었다고 고백했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심리학 전공은 저커버그가 인간의 심리를 탐색하도록 도왔고, 컴퓨터공학 전공은 인간의 내면을 넘어 그가 사회 속에서 인간 네트워크를 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는 하버드대학에서 얌전히 수업만 듣는 공부벌레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캠퍼스 내에서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과 어떻게 교류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가졌다.

사실 부자들에게 IQ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서 도움이 될 뿐이다. 지능이 높으면 좋겠지만, IQ보다 더 중요한 것은 EQ다. 감성적 이해와 이성적 분석이 만났을 때, 비로소 남들이 가지 않는 창조적인 비즈니스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베조스는 인터뷰에서 자신은 머리가 좋지 않은 학생이었다고 여러 차례 고백했다.

베조스가 아마존닷컴의 인프라를 깔면서 역점을 두었던 건 단기 마진이 아니라 매출을 통해 일어난 현금 흐름이 어떻게 고정 비용을 낮추고 비즈니스의 효율을 높이느냐였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올 때까지 적자를 보더라도 무조건 고객을 유입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정책을 표방해야 했다. 입어 떡 벌어질 정도로 소비자 가격을 낮췄고, 무료배송 및 100% 소비자 만족 보증 같은 친소비자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고객들을 플랫폼에 오래 남아 있는 충성스런 소비자로 만들었다.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모인 네트워크는 확장성이 크기 때문에 마케팅 부담 없이도 새로운 상품군을 끊임없이 추가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회사는 무엇을 하면 될까? 간단하다. 일단 파이가 충분히 커질 때까지 시쳇말로 ‘존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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