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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정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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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정희재

“왜 당신은 늘 괜찮다고 말하나요?”
외롭던 내가 가장 듣고 싶었기에,
외로운 당신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31가지 이야기


하루하루 애쓰며 살아가지만, 아무도 그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을 때.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뎌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슬펐던 그때.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해 보지만 한없이 외롭던 그 순간에…… 우리를 버티게 해 준 힘은 무엇이었을까?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건네는 다정한 말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밥 먹었어?”, “어디야? 보고 싶어”, “살다가 정말 힘이 들 때 기억해. 온 마음을 다해 널 아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귀에 스며들어 우리를 삶 쪽으로 이끌었던 말들. 뜨겁고 아린 삶의 등을 가만가만 쓸어 주던 말들. 그 말을 들을 수 있어서 태어난 것이 아깝지 않던 말들. 이 책에 담은 건 그 애틋하고 빛나는 말들의 녹취인 동시에, 외로운 당신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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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이제 안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에 지쳐, 당신에게 눈물 차오르는 밤이 있음을. 나는 또 감히 안다. 당신이 무엇을 꿈꾸었고, 무엇을 잃어 왔는지를. 당신의 흔들리는 그림자에 내 그림자가 겹쳐졌기에 절로 헤아려졌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갔지만 끝내 가 버리던 버스처럼 늘 한 발짝 차이로 우리를 비껴가던 희망들. 그래도 다시 그 희망을 좇으며 우리 그렇게 살았다.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엄마들은 귀신이다. 짐짓 예사로운 목소리로 전화해도 자식이 무슨 일인가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안다. 무엇보다 세상 끝에 홀로 선 것처럼 외로워하고 있음을. 엄마가 말했다.
“해가 지면 그날 하루는 무사히 보낸 거다. 엄마, 아버지도 사는 게 무섭던 때가 있었단다. 그래도 서산으로 해만 꼴딱 넘어가면 안심이 되더라. 아, 오늘도 무사히 넘겼구나 하고. 그러니 해 넘어갈 때까지만 잘 버텨라. 그러면 다 괜찮다.”

-‘엄마, 아버지도 사는 게 무섭던 때가 있었단다’ 중에서

“내 인생에서 당신 이전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 같아.”
사랑은 그 부드러운 입술로 수많은 맹세와 탄성과 고백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향한 간절한 구애에 다름 아닌 것. 상대를 향해 쏟아 내는 고백은 어쩌면 평생을 걸쳐 자신이 가장 듣고 싶었던 바로 그 말일지도 모른다.

-‘사랑할 때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중에서

저 남자는 참 외롭게 살겠구나, 싶었다. 저 남자는 술 마시고 남들 앞에서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있을까. 하기 싫은 일을 싫다고 정면에서 거부해 본 적이 있을까. 저 남자는 괜찮다, 괜찮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어느 순간 허물어질 수밖에 없을 때, 과연 어떤 방식으로 견뎌 낼까.

- ‘왜 당신은 늘 괜찮다고 말하나요?’ 중에서

잘하고 싶었지만, 능력이 여기까지밖에 미치지 못했다. 그럴 때 쓰는 최선이란 말. 그래, 참 신기하고 장한 말이구나.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됐고, 사회인이 됐다. 사회에선 최선을 다하는 게 기본 사양이었다. 그래서 혼잣말을 한다면 모를까, 다른 사람 앞에선 섣불리 최선이란 말은 꺼내지 않게 됐다.
사는 일이 내 마음 같지 않게 흘러갈 때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과연 어느 선까지 해야 최선일까. 온 정성과 힘을 다하고도 쓸쓸해지는 건 왜일까. 정답은 모르지만, 한 가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과연 어느 선까지 해야 최선일까. 정답은 모르지만, 한 가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나의 최선과 다른 사람의 최선이 만나 부딪친 자리에서 때론 꽃이 피고, 때론 눈물도 자란다는 것, 그게 인생이란 걸 말이다.

-‘최선이라는 말이 전부 담아내지 못하는 것’ 중에서

전 인류를 사랑할 수는 있어도 자신의 부모와 평화롭게 지내는 데는 서투를 수 있는 게 사람이다. 돌아보면 나도 그랬다.

-‘한 사람의 어른이 된다는 것’ 중에서

“엄마, 아부지가 이런 거나 주지 뭘 해 주겠냐. 쌀 걱정은 말고 열심히 살거라.”
나는 안다. 엄마가 표현하는 ‘이런 거나’의 무게를. 과연 세상에서 밀려나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불안한 청춘의 날을 통과하는 동안, 왜 사회생활을 집벌이나 옷벌이라 하지 않고 밥벌이라고 부르는지 알게 된 터였다. 밥벌이의 무게만큼이나 엄마의 상자들은 태산의 무게로 나를 이 지상에 붙들어 주었다.

-‘어쩌면 내가 엄마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 중에서

살아 보니 행복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이었다. 행복에 관한 한, 우리는 비정규직이었다. 내일 몫까지 미리 쌓아 두기 힘든 것, 그게 행복이었다. 어쩌다 하루 행복을 공치는 날이 있어도 오래 불행하지 않았다. 다음 날 벌어 다시 따뜻해지면 되니까.

-‘살아 보니 행복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 중에서

타임머신이 있다면 지난 날로 돌아가 식당에 혼자 있는 나를 한 번쯤 안아 주고 싶다. 아이야, 좀 더 견디렴. 견뎌서 어서 내게로 오렴.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우리에겐 아직도 홀로 견뎌야 하는 가정식 백반의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 세월에도 불구하고 훼손되지 않는 뭔가를 간직한다면 너는 그 자체로 빛날 거야.

-‘혼자 밥 먹기, 외롭지만 거룩한 시간’ 중에서

유난히 힘이 빠지고 외로운 날 스스로에게 말을 건 적이 있었다.
“힘들지? 기운 내. 조금만 더 가면 돼. 오늘 어째 시들시들하네? 무슨 일 있어? 그래, 별일 없어도 그런 날이 있지.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것 같고, 심장이 유난히 쿵쾅거리고 머리에 열도 나는 것 같은 날이. 하지만 알잖아. 그런 순간도 곧 지나간다는 거. 그러니 힘내. 난 네가 약한 모습을 보일 때도 참 좋더라.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잖아.”
그러는 사이에 어쩔 수 없어 같이 지내는 불편한 동거인이 아니라 나 자신과 진정으로 친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오래 혼자여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난 네가 약한 모습을 보일 때도 참 좋더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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