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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난쟁이 피터 - 호아킴 데 포사다(Joachim de Posada),데이비드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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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 피터

호아킴 데 포사다(Joachim de Posada),데이비드 림

[바보 빅터] 호아킴 데 포사다의 최신작 에세이다. 한참 낮은 키에 분노조절 장애, 어머니를 잃고 친구도 없는 불우한 성장기를 보낸 피터. 힘든 거리 생활을 했지만 그는 힘이 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인생을 목적을 찾아간다. 낮에는 택시운전을 그리고 밤에는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다. 사람이 사는 목적은 남과 함께 행복해 지는 것임을 깨달은 피터는 약자를 위한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하버드 로스쿨로 떠난다. 나는 왜 존재하며, 행복은 어디서 오는 걸까. 피터의 인생이 변한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까? 인생을 바꾸는 목적의 힘에 대해 말하는 호아킴 데 포사다의 감동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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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신시아는 그런 소란 속에서도 꼼짝도 않고 아이만 보고 있었다.
“아가야, 네 이름은 피터야. 피터 홀. 아빠는 네가 이상하다고 하지만, 엄마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구나. 사랑해, 피터.”
엄마의 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한 것일까. 아이가 살포시 눈을 뜨고 신시아 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뿌옇기만 했다. 그것이 피터가 처음으로 마주한 세상이었다.

피터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 신시아는 벤저민의 눈을 피해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피터를 데리고 종합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희망을 얻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신시아가 받아든 것은 절망뿐이었다.
“그것참 이상하네요. 친가나 외가 쪽에 특별한 가족력이 없으니 유전적인 문제는 아니고…, 그렇다고 성장호르몬 결핍증도 아니거든요. 이런 말씀 드리게 되어 죄송하지만, 안타깝게도 피터의 성장판이 벌써 닫히고 있습니다. 예측 결과에 따르면 5피트(약 150센티미터) 이상 자라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5…, 5피트라고요?”
정밀검사 끝에 피터의 상황을 설명하는 의사 앞에서 신시아는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피터, 요즘 학교생활은 어떠니?”
어느 날 저녁 식탁에서 신시아가 묻자 피터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별명이 하나 더 생겼어요.”
“뭐야, 친구라도 생긴 거냐? 뭐라고 부르는데?”
눈치 없는 벤저민이 맥주를 마시며 물었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피터는 마치 남의 말을 하듯 키득거렸다.
“콰지모도래요, 노트르담의 못생긴 꼽추 콰지모도. 킥킥.”
그 말을 할 때의 피터 얼굴은 더 괴상해 보였다. 세상에 대한분노와 독기가 얼굴에 그려지고 있었다.
“….”
식사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어색하고 긴 침묵을 깬 것은 벤저민이었다.
“그래도 콰지모도는 주인공이잖아? 나중에는 예쁜 여자 주인공이랑 사랑도 하고….”
벤저민이 썰렁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순간, 피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빌어먹을 학교 얘기 좀 그만해요!”
찬바람을 일으키며 제 방으로 들어간 피터는 문을 잠갔다. 그것은 곧 마음의 문이기도 했다.

피터는 느닷없는 상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난 술에 취하지 않았어! 이 자식들아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바로 베트남 전쟁의 영웅 벤저민이야! 전쟁영웅을 이런 식으로 대접해? 이 나쁜 놈들아.”
벤저민이 고함을 치며 반항했지만 헛수고였다.
“일단 시립 알코올 중독 요양원으로 연행하겠습니다. 거기서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가족이 언제든 면회할 수 있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벤저민은 이웃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앰뷸런스에 강제로 태워졌고,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멀어져 갔다. 사람들은 홀로 남겨진 피터를 보며 혀를 차다가 하나둘씩 돌아가 버렸다.
“이젠 정말 나만 남았구나. 다 떠나고 나만….”
홀로 남겨진 피터는 망연자실한 채 중얼거렸다. 차갑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데도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온몸이 펄펄 끓었다. 불끈 쥔 주먹 안에서 요양원 연락처가 적힌 종이가 구겨지고 있었다.

“남을 돕는 일, 귀찮지 않습니까?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자기 앞가림할 시간도 부족한데 몸만 피곤한 일 아닌가요?”
피터의 질문에 남자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를 도울 때 느끼는 기쁨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아파서 죽겠다던 아이가 치료를 받고 웃는 모습을 보면 피곤이 싹 가신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받았던 도움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죠. 사실 봉사는 매우 이기적인 행동입니다. 어느 날 내가 어려움에 처했는데 누군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슬프겠어요? 누구나 운이 나쁘면 사고를 당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봉사란 미리 들어두는 적금이라고 할까요? 내가 지금은 누군가를 돕지만 언젠가 내 가족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적금 말이죠.”

피터의 말에 노신사가 묘한 웃음을 보이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돈이 많다고 당신과 장래의 아내, 아이들이 행복해진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그걸 누군가 보장이라도 해주느냐 그런 얘기죠. 천 달러짜리 와인을 매일 마신다면 그게 맛이 있겠는가 하는 거랑 같은 말입니다. 아무튼, 부자가 되었다고 칩시다. 만약 부자가 되었는데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땐 어떻게 할 거요?”
“그, 그게….”
피터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차들로 꽉 막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눈앞의 고속도로 상황보다 더 심각한 답답함과 조급증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꺼낸 피터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피터는 계단을 통해 무작정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정신없이 뛰어 내려오는 사람들로 혼잡스러워서 그들을 뚫고 올라가기가 여의치 않았다. 그때 피터의 눈에 자주색 서류가방이 들어왔다. 택시에서 만났던 개리라는 남자였다. 피터는 그의 팔을 낚아채며 도움을 요청했다.
“개리, 5층에 부상자가 있답니다. 같이 올라갑시다.”
하지만 개리는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다. 피터가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했다.
“제발! 당신 같은 남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개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물결에 떠밀려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눈앞에서 자주색 가방이 사라졌다. 어쩔 수 없었다.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얼마쯤 걸었을까. 공원 한쪽에 추레한 옷을 입은 노숙자들이 길게 줄을 선 게 보였다. 우뚝 멈춰 선 채 차근차근 인파를 살피던 피터의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피터, 맞아? 아버지셔?”
미셸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저 멀리 머리가 하얗게 센 남자가 노숙자들에게 열심히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남자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갑자기 피터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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