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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 손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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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손화신

“나를 잃었을 때 미친 듯이 쓰기 시작했다”

쓰기와 삶의 공명에서 건져 올린,
자신이 되는 삶의 순간들

★★★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가
★★★ 배우 김남길, 배우 박정민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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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의 말처럼 인생이란 기다릴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는 무엇이다. 리허설? 턱도 없는 소리. 막이 오르면 그때그때의 장면 안에서 우리는 움직이고 말하며 그 장면을 소화해야 한다. 어떤 준비도 할 새 없이 그저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 삶이어서 스스로 의지를 내어 할 수 있는 건 다음 장면을 기다리는 일뿐이다. 그러나 별일 없는 밤이 오면 리허설 없는 공연도 잠시 멈추고, 어떤 이들은 그 틈을 노려 글을 쓴다. 세상이 잠깐 하품하는 사이에. 연금술의 시간이다. 혼자 글 쓰는 밤. 무의미를 유의미로 바꾸는 장막 뒤의 시간이다.

어떤 이의 문체가 변화하여 끝내 정립되는 과정이 근사한 것처럼, 피카소의 초기 작품이 점점 바뀌어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후기 작품으로 귀결되는 걸 볼 때면 감동을 금할 수가 없다. 그 화가가 자기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 마치 인생극장 같다. 그가 겪어낸 삶의 무늬가 작품 안에서 하나의 형식이 되고, 그것이 곧 그 예술가만의 유일무이한 화풍이 된다. 나의 글쓰기도, 수만 번의 스케치와 붓질이라는 지난한 시간을 거친 그림들처럼 고유한 개성을 가질 수 있을까, 내게 물었다.

우린 어느 순간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품고서 괴로워했던 감정들은 내가 만들어낸 왜곡된 생각에서 비롯된 물거품 같은 것이었구나 하고. 그것이 내가 만들어낸 생각이라면 그 반대의 생각도 내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거대한 부피의 물거품에 압도돼 숨이 막힐 지경이었지만 반대 생각이라는 바늘로 방울을 터트리면 시야는 분명해지고 상황은 달라진다. 거품은 속이 텅 빈 가볍디가벼운 것, 허구의 감정은 이 거품을 닮아 있다.

소신대로 내 생각을 밝히고, 거짓 없이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글을 썼다면 어떤 댓글이 달리더라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악플, 즉 내 글을 싫어하는 댓글이 달린다는 것은 곧 내 글이 충분히 내 글다웠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나답게 썼다는 의미인 것이다. 악플을 만나면 기가 죽어 당신의 글쓰기를 멈추는 대신에 이렇게 외쳐라. 내가 내 글을 제대로 썼나 보구나!

그러니 나는 더 적극적으로 내 트라우마, 불안과 공허, 슬픔과 아픔, 우울, 상처와 후회, 부담 등을 물감 삼아 글을 쓸 것이다. 나의 어두움이 같은 어둠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 희미하게나마 발 앞을 비춰주는 불빛이 될 수도 있을 테니.

글이란 건 혼자 쓰는 것이지만, 혼자와 혼자가 만나 각자의 혼자를 응원해줌으로써 우리는 결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비평을 위한 비평을 일삼으며 남을 함부로 깎아내리거나 자기 글만 정답인 양하지 않는 사람들과 쓰기 공동체를 이룬다는 건 큰 행운이다. 글쓰기라는 고독한 행위에 달콤함을 한 스푼 얹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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