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바이블 2021
4년 만에 나온 ‘워런 버핏 바이블’ 시리즈 2
‘리틀 버핏’ 최준철의 한국판 Q&A와 해설 더해
2017~2021년 워런 버핏 친필 주주 서한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육성 답변을 정리하고 해설했다. 1991~2017년 버핏의 ‘글’과 ‘말’을 모은 《워런 버핏 바이블》의 두 번째 시리즈다. 버핏의 일관된 투자 철학은 물론 마이너스 금리, 코로나19 팬데믹, 가상 화폐 등 최근 이슈에 대한 그의 통찰과 식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 기존의 버핏 관련 서적이 담지 못한 ‘최근 4~5년 사이 새로 생긴 의문’을 해소해준다.
《워런 버핏 바이블 2021》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국내에서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최준철 브이아이피자산운용 대표의 한국판 Q&A와 각 장에 대한 해설이다. 한국판 Q&A는 둘째가라면 서운할 버핏 마니아인 홍영표 변호사가 초보 투자자의 눈높이에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최준철 대표가 쉽고 간결하게 답변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각 장 말미에 들어가는 해설 역시 버핏의 메시지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한국인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와 관점을 제공한다.
책속에서
나는 주식 투자에 차입금을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입니다. 주가가 단기간에 얼마나 하락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차입금이 소액이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시무시한 뉴스가 숨 가쁘게 쏟아지면 사람들은 불안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는 좋은 판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지난 53년과 마찬가지로 향후 53년 동안에도 버크셔 (그리고 다른 기업) 주가는 폭락을 맛볼 것입니다. 이런 폭락이 언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녹색 신호등이 황색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적색으로 바뀌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차입금에 발이 묶이지 않은 사람에게 주가 폭락은 놀라운 기회입니다. (주주 서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주주총회의 버핏은 펀드매니저가 아니라 버크셔의 경영자라는 사실입니다. 다른 액티브펀드를 소개할 자리가 아닌 거죠. 또한 투자 대상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되 비용은 많이 쓰지 않는다는 자신의 원칙을 부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종합하면 “전문성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초과수익을 얻기는 매우 힘드니, 세쿼이아펀드 같은 좋은 펀드를 선택하거나(버핏은 투자조합을 해산할 때 대안 중 하나로 세쿼이아펀드를 추천했습니다), 종목 선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없다면 차라리 비용이 적은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옳습니다. 덧붙이자면 버핏은 장기 투자를 전제로 인덱스펀드의 유용성을 말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인덱스펀드의 대용이라 할 수 있는 ETF가 단기 시장 예측을 반영하는 단기 트레이딩 대상으로 사용되는 듯 보여 안타깝습니다. (한국판 Q&A)
우리는 보유 주식을 기업 일부에 대한 소유권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기업들의 가중 평균 유형 ROE는 20% 이상이라고 판단합니다. 이 기업들은 과도한 부채를 쓰지 않고서도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해하기 쉽고 기반이 확고한 대기업이 내는 실적이 이 정도라면 어느 모로 보아도 놀라운 수준입니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 사람들이 채권에 투자하면서 수용한 수익률(예컨대 2.5% 이하였던 국채 30년물의 수익률)과 비교하면 정말로 환상적인 실적입니다. 금리 예측은 우리 전문 분야가 절대 아닙니다. 찰리와 나는 1년, 10년, 30년 뒤 금리가 어떻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우리 편견이겠지만 금리 예측은 미래의 금리보다도 예측하는 전문가에 대해 알려주는 바가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금리가 향후 수십 년 동안 현재와 비슷한 수준이고 법인세율도 현재 수준과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장담컨대 장기적으로는 주식의 수익률이 장기 고정금리 채권보다 훨씬 높을 것입니다. 이런 장밋빛 예측에는 경고가 붙는 법입니다. 내일 주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요. 가끔은 주가가 50% 이상 폭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 주주 서한에도 썼듯이 미국은 순풍을 타고 있고 에드거 로렌스 스미스가 설명한 복리의 기적도 있으므로, 차입금을 쓰지 않으며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장기적으로 주식이 훨씬 유리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주주 서한)
Q: 최근 아마존 주식 매수는 버크셔의 가치투자 철학에 변화가 생겼다는 뜻인가요?
버핏: 지난 1분기에 토드(Todd Combs)와 테드(Ted Weschler) 중 한 사람이 아마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장담하건대 둘 다 가치투자자입니다. 사람들은 가치투자가 저주가순자산배수(PBR), 저PER 등과 관련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찰리도 말했듯이 장래에 더 많이 얻으려고 하는 투자는 모두 가치투자입니다. 아마존의 PER이 높긴 해도, PBR이 0.7인 은행 주식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가치투자라는 말입니다. 두 사람은 나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에서 수백 개 종목을 조사하면서, 기업이 마지막 날까지 창출하는 현금 등 온갖 변수를 분석해 가치투자 원칙에 따라 투자 대상을 선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할 필요가 없고, 내 의견과 일치할 필요도 없습니다. 두 사람은 매우 똑똑하고 헌신적이며 인품도 훌륭합니다. 지난 60여 년 동안 찰리가 내 결정을 뒤늦게 비판한 적이 없듯이, 나도 두 사람의 결정을 뒤늦게 비판하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기원전 600년경 이솝이 한 말 “손안의 새 한 마리가 숲속의 새 두 마리보다 낫다”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도 아마존을 살 때 숲속에 있는 새가 몇 마리인지, 그 새가 손안에 들어오는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지 등을 생각합니다.
(주주총회 Q&A)
Q: 2020년의 항공사 지분 매도가 2021년 시점에서 볼 때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나요? 사후적이기는 하나 이에 대해서 알려진 버핏의 견해나 시장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최준철: 주가만 놓고 보면 1년 만에 빠르게 반등했으므로 바닥에서 매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버핏의 결정은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극단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항공 산업의 생존을 위한 증자는 불가피했습니다. 버핏은 이로 인해 지분 가치가 크게 희석될 것을 우려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투자 아이디어가 틀렸다고 판단되면 생각을 바꾸어 행동에 나서는 것이 그의 방식입니다. 한번 사면 기업이 어떻게 되든 끝까지 보유한다는 것은 그에 대한 잘못된 ‘미신’ 중 하나입니다.
(한국판 Q&A)
Q: 최근 액티브펀드 매니저들은 패시브 투자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인덱스펀드에 장기 투자해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버핏: 나는 유서를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내 아내는 상속받는 돈의 90%를 인덱스펀드로 보유하게 됩니다. 증권업계에서 인덱스펀드를 권유하지 않는 것은 팔아도 돈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덱스펀드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말은 “미국에 투자하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인덱스펀드에 뭔가 특별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높은 보수를 받는 펀드와 낮은 보수를 받는 인덱스펀드 중 장기적으로 어느 쪽이 승리할지 나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주주총회 Q&A)
버핏의 항공사 투자가 투자자 사이에서 회자되었던 것은 과거 US에어에 투자했다 실패한 이력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돌출 변수로 버핏은 2020년 주주총회에서 실수를 한 번 더 인정해야 했다. 다만 그의 항공사 주식 매도를 ‘항공사들이 망할 것이다, 회복이 매우 늦을 것이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생존을 위한 증자로 기존 주주의 보통주 가치가 크게 희석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하고 싶다. 버핏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서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드는 과정을 즐긴다. 반면 항공사의 경우 주식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듯하다.
(해설)
플로트는 보험 서비스의 대가로 미리 받은 보험료다.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불할 때까지 이 돈을 무이자로 굴릴 수 있다. 하지만 위험 평가를 잘못해 보험금을 과하게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무이자라 할 수 없으며, 투자에 실패할 경우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한다. 자기자본만 사용했을 때 이상으로 손실이 커지는 것이다. 버핏이 버크셔의 플로트를 부채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지트 자인의 보험 물건 인수와 버핏의 플로트 운용이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실력이 부족하면 플로트는 축복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보험사인 그린손해보험은 플로트로 주식 투자를 하다 실패해 결국 매각되었다. 플로트는 양날의 검이다. 물론 만들어내기도 어렵다.
(해설)
버크셔의 번영을 이끌어온 요소는 유보이익이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 회계에서 유보이익에 해당하는 항목은 ‘저축’입니다. 미국인들은 저축을 했습니다. 만일 우리 조상이 저축하지 않고 생산물을 모두 소비했다면 투자도 못 했을 것이고, 생산성 향상도 없었을 것이며, 생활 수준도 개선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찰리와 나는 버크셔 성공의 상당 부분이 이른바 ‘순풍을 타고 가는 미국’ 덕분이라고 기꺼이 인정합니다. 만일 미국 기업이나 개인이 이를 ‘혼자서 이룬 성과’라고 자랑한다면 도를 넘는 오만입니다. 그런 자랑은 노르망디
미군 묘지에 묻힌 전몰장병들을 모독하는 행위입니다. 세상에는 미국 말고도 전망 밝은 나라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대해 기뻐해야 합니다. 모든 나라가 함께 번영하면 미국도 더 번영하고 더 안전해지기 때문입니다. 버크셔는 외국에도 대규모로 투자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향후 77년 동안에도 우리 이익 대부분은 거의 틀림없이 ‘순풍을 타고 가는 미국’에서 나올 것입니다. 우리는 순풍을 타고 가게 되어 정말 운이 좋습니다.
(주주 서한)
우리는 미래가 어떤 모습이 될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사업이든 어떤 직업이든, 미래에는 그 모습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갈수록 많은 사람을 고용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미국은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중공업회사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생산량은 유지하면서 종업원 수를 줄이거나, 종업원 수는 유지하면서 생산량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요. 이것이 자본주의입니다. 미국인의 창의력이 바닥날까 걱정할 필요없습니다. 사람들은 온갖 사업에서 돈을 벌고 싶어 하며 기꺼이 창의력을 발휘합니다. 지금 자본주의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잘 돌아갈 것입니다. 물론 일부 산업은 고전하고 있고 혼란에 휩싸이기도 할 것입니다.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 편자의 생산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주주 서한)
전 세계가 돈을 계속 찍어내도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지금까지는 내 생각이 틀렸지만 그래도 믿기 어렵습니다. 지난 2,000년 동안 생산 능력을 초과해서 돈을 계속 찍어내도 마이너스 금리가 유지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두고 보면 알겠지요. 아마 가장 흥미로운 경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은 돈을 계속 찍어내도 저금리가 유지되었습니다. 이제 ‘더 많은 돈을 계속 찍어내도 저금리가 유지된다는 가설’을 검증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자금을 계속 조달해도 마이너스 금리가 유지된다면 나는 재무장관 자리라도 기꺼이 맡을 생각입니다. 골치 아플 일이 없을 테니까요. 우리는 최종 결과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극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극단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지요.
(주주 서한)
버핏의 발언을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낙관주의와 가격 선택이다. 감염병, 무역 분쟁, 정부 부채 등 어떠한 우려가 제기되더라도 그는 미국이 계속 발전할 것이고 자본주의는 스스로 치료하며 나아갈 것이라는 낙관을 견지한다. 투자자는 버핏에게 ‘지금 주식을 사라’, ‘내일 시장이 붕괴한다’ 같은 예언을 구하지만 버핏은 시점을 선택하지 않는다. ‘위기는 싸게 살 기회’라는 가격 선택을 제시할 뿐이다. 요즘 표현으로 기승전‘낙관’, 기승전‘위기는 싸게 살 기회’인데, 그의 이 신념은 금융위기 때 과감한 투자로 이어져 큰 성과를 얻기도 했다.
(해설)
Q: 최근 버크셔의 수익률이 S&P500의 수익률보다 크게 높지 않습니다. 평소 버핏의 언급처럼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초과수익이 한계에 이른 것일까요?
최준철: 버크셔가 최근 초과수익을 올리기 힘든 것은 세 가지 요인 때문입니다. 첫째, 버크셔의 규모가 커졌습니다. 버핏이 주주의 기대를 낮추기 위해 여러 번 강조하는 것이죠. 둘째, 미국의 강세장 때문입니다. 버크셔는 시장이 상승할 때 시장 수익률을 하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셋째, 큰 기업 인수 건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기업 인수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고, 버핏은 기업 가치를 크게 올려줄 수 있는 대형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했을 때, 유동성이 줄어드는 약세장이 펼쳐지면 다시 시장 수익률을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기업의 규모가 커진 데 따른 문제는 어쩔 수 없겠죠.
(한국판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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