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아름다운 여름
리혜
왜의 침략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시작된 전쟁은 조선 전역을 뒤덮고 있었다.
서인 세력에 속한 좌윤 서형남의 딸 재령이 왜군에게 붙잡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 하나가 그녀를 구한다. 화살의 주인은 다름 아닌 동인 세력의 중심 윤인로 대감의 아들 윤선하.
‘내 이름은 윤선하일세. 여름, 좋은 여름.’
그의 이름을 닮은 아름다운 여름 풍경 속에서,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는 서인과 동인의 악연을 끊고 두 사람은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책속에서
휘이이.
뭉게구름은 하얗게 피어났고 어느덧 세상은 또다시 빛나는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담장에 가득한 배롱나무꽃의 절절한 진홍색이 푸른 하늘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바람 속으로 그의 숨결이 퍼져 오는 것 같았다. 어디선가에서 선하가 부는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그가 늘 흉내 내곤 했던 새소리일까.
재령은 그가 남긴 붉은 관자를 손에 쥐고 눈을 감았다. 너른 벌판에서 푸른 향내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그에게서 나던 그윽한 나무향기처럼 재령을 하염없이 그립게 만든다.
그의 이름은 선하. 아름다운 여름이었다.
해마다 새로운 여름이 돌아왔지만 선하와 함께했던 그 여름처럼 찬란하게 빛나지 않았다. 햇빛으로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선하는 그 여름에 멈춰 살아있는 것처럼 빛 속에서 재령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눈을 감으면 모든 것이 선명해지고, 재령은 기억 속 그를 향해 웃어 보인다. 그가 죽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세상이라면 너무나 억울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이젠 그 울분조차 다 잊었다.
선하는 여름의 모든 곳에 있었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에도, 푸르게 자라나는 나무와 풀잎에도, 들판과 새들과 벌레들, 싱그러운 열매와 물소리에도 선하는 어디에나 있었다. 재령은 일상처럼 여전히 그를 기다린다. 어느 날 재령이 이 세상을 떠날 때 그가 마중 나올 것이라 믿으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장난 가득한 눈동자를 빛내며. 그 눈빛은 여전히 생생했다. 눈뜰 때마다, 숨 쉴 때마다…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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