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의 인간 이해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인간의 마음속에 운명이 있다!"
- 헤르도토스 / 그리스 역사가
세계 정신분석학의 거장이자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아들러의 대표작 [Menschenkenntnis(1927)]를 일에서 심리학과 독문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번역한 책이 을유문화사에서 나왔다. 이 책은 아들러가 1908년에 비엔나의 한 시민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개인심리학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즉, 단순히 학문적 이론을 넘어 개인심리학이 일상에서 어떻게 적용될 있는지, 사람들과의 교류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밝히고 있다. 여기에 옮긴이가 '열등감-인정 욕구-허영심'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개인심리학을 쉽게 설명한 해설을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높였다.
아들러는 자기 마음 안에서 열등감을 비롯하여 질투심, 허영심, 분노, 증오, 무기력, 불안, 소심함 등 다양한 감정이 왜 일어나는지 몰라 당황하는 사람에게 어느 방향에서 오류에 빠지는지 정확히 알려 준다. 그리고 마음 속 오류를 바로 잡는 방법으로 공동체 의식과 교육을 강조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을 이해함과 동시에 사회적 관계에서 삶을 어떻게 구성하고,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스스로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책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의 정신적 발전의 이상향을 구축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관점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이 새로운 관점으로부터 어느 방향에서 그가 오류에 빠졌는지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런 견해로 보자면 인간의 모든 활동을 원인과 결과의 연속으로 간주하는 엄격한 결정론자의 생각이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아직 어떤 힘이 있고 어떤 동기가 살아 있을 때, 즉 자기 인식이 작동하고 있을 때 어떤 체험의 결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며 결과론은 새로운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자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것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게 될 때 자기 인식 능력은 훨씬 배가될 것이며,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고 그 후로는 더 이상 절대로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남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는 그가 갖고 있는 공동체 의식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아이가 되었든 어른이 되었든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서고자 하는 권력욕을 향한 그의 노력과 공동체 의식을 비교하지 않고는 한 인간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목표는 그것을 달성했을 때 우월감을 주거나 삶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정도까지 인격을 고양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목표는 또한 우리의 감정에 가치를 부여하고 우리의 지각을 조정하고 그것에 영향을 미친다. 또 우리의 상상력을 지휘해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잊어버려야 할지 결정하는 등 이 모든 것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목표이다. 우리의 느낌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마찬가지로 정신적 삶을 채워 주는 목표를 추구하는 행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의 지각도 특정한 비밀스러운 의도에 따라 언제나 선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상상력도 절대적 가치를 가진 것이 아니라 이 목표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고 모든 체험에서 우리에게 적합해 보이는 측면만 따로 찾아내며 우리의 목표를 계속 주시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이 상대적이며, 확실하고 안심할 수 있는 가치의 허상만 남는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스물다섯 살 청년이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사라져 버린 듯한 느낌이 엄습해 와서 시험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는 온갖 비난으로 고통스러운 기분에 쫓기면서 자책했고, 자신이 무능력해졌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자기의 발전을 가로 막았다는 식의 격렬한 반감을 부모에게 느꼈다. 그는 인간이란 원래 아무 가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 속에서 결국 그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갔다. 여기에서 숨어 있는 동인으로 작용한 것이 있는데, 바로 자신이 시험대에 올라가는 것을 회피하려고 변명과 핑계거리를 찾으려는 허영심이다. 왜냐하면 시험을 치기 직전에 이 생각이 밀려 왔고, 이는 무대공포증(Lampenfieber)으로 바뀌어 그를 무력하게 만들고 극심한 불쾌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그에게 결정적 의미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모든 것을 하지 못하게 되어도 자존심을 구조할 수 있다. 즉, 그에게는 그를 비난할 수 없는 구명조끼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지금 아프고 어두운 운명으로 인해 무력해진 것이니까 그것으로 위로받을 수 있었다. 한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태도에는 또 다른 형태의 허영심이 숨어 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능력을 보여야 하는 결단의 순간에 사태를 바꿔 버리는 역할을 한다. 그는 자기가 시험에 실패할 때 잃어버릴 영광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의심한 것이다. 이것이 결정적 순간에 결심을 주저하는 모든 사람의 비밀이다.
감정이 자신의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체 없이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감정이 드러내는 현상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감정 준비성과 태도는 인간의 심리 생활에서 매우 넓게 사용되어 왔다.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느낀 아이는 화를 내거나 슬퍼하고 울다가 이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 그 후 아주 작은 일만 생겨도 이 태도를 취하고, 그로부터 이익을 보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이용하는 방식을 적용할 것이다. 이제 감정을 이용하는 일은 자동적이 되며 점점 비정상적인 습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후 성인의 삶에서도 이런 감정 남용 현상이 규칙적으로 나타나며 무가치하고 유해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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