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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세상을 바꾸는 힘, 절실함 - 장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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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힘, 절실함

장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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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지금보다 무언가를 더 가져야 하고, 발전해야 하고, 미래를 위해 쌓아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인간을 쉼 없이 일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그러면서 더 많은 것을 모아놓아야 한다는 인식을 어릴 때부터 배운다. 할 필요도 없는 걱정거리를 만들어놓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이를 당연한 것처럼 여긴다. 나는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조금 더 욕심이 많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늘 불안정한 삶을 살아와서 그런 것인지 안정욕구가 큰 것 같다. 게다가 남들과 늘 비교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며 행복해하다가도 주변 사람들이 잘되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여름휴가로 해운대에서 잘 놀고 왔다고 생각하다가도 동료가 하와이에 다녀왔다고 하면 갑자기 초라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젊은이들은 희망을 품고 입성한 회사에서 ‘회사가 위기’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상사들은 과거의 좋았던 시절만 이야기하면서 불평을 쏟아낸다. 한 번도 좋았던 적을 경험해보지 못한 신입사원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황당할 것이다.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부정적인 감정만 쌓여갈 뿐이다. 그들은 회사의 사정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고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취직과 동시에 퇴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대형 서점에 한번 가보면, 퇴사를 준비하는 내용의 책들이 판매대에 즐비하다. 직원들이 퇴사 관련 책을 열독하며 퇴사 준비를 하고 있다면, 사장 입장에서는 기운 빠질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현재 상황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리더의 절실함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다만 제대로 된 절실함은 성공을, 대책 없는 잘못된 절실함은 실패를 일으킨다. 기업이 아닌 개인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절실함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성공의 기회도 실패의 기회도 없다. 풍선에 바람이 조금씩 빠지듯이 사라져갈 뿐이다. 자신은 잘되고 싶은데, 출세하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으면서도 이를 이루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도 하지 않는다.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으니 변화도 없다. 직장인에게 절실함이 없다면 본인의 경쟁력은 도태될 것이다. 그리고 내 능력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자신의 앞날이 결정될 것이다. 직장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며 비굴해질 것이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조급해지다 보니 시야도 좁아질 것이다.

당시 로마에는 성공과 출세의 야망을 가지고 정복전쟁 비즈니스에 뛰어든 장군과 장교들이 많았다. 나라에 충성하고 거대한 제국의 영광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기보다는 비즈니스를 통해 부와 명성을 얻고자 하는, 똑똑하고 야심에 불타는 엘리트가 많았다. 그 장군들 중에는 원래 로마인이 아닌 사람들도 많았다. 이미 로마에 정복당하고 로마화된 식민지의 엘리트 중에 피지배 계층으로 주저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열린 포용력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주는 고마운 로마 제국에서 반드시 성공해보겠다는 절실함을 가진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이 로마의 정복전쟁 비즈니스에 몸을 던진 것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도 스페인으로 오는 금이나 향신료 등을 수입하며 살았다. 이들 국가의 왕실들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역할을 겸하면서 독실한 가톨릭 국가의 맹주 역할을 하는 스페인에 기대어, 로마 교황 등과 연결되어 권력을 유지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북쪽의 별 볼 일 없는 영국만이 스페인과 대립각을 세우며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았다. 남미에서 금은보화를 실은 보물선이 스페인과 아메리카 대륙 사이의 대서양을 건너다녔는데, 도적질에 재미를 붙인 영국 해적들이 대서양 중간에서 이를 습격해 약탈했던 것이다. 대서양 중간에 있던 영국 입장에서는 스페인에서 훔쳐온 금과보물이 국가 재정에 쏠쏠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스페인은 국가 차원에서 영국 정부에 해적을 단속해달라고 요청했고, 당시 영국 정부도 해적 단속을 약속했다. 하지만 근절은커녕 해적들의 기세가 커졌다. 그러면서 스페인은 참을성을 잃었다.

이와 달리 살아남기 위한 간절함이 강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기기 위한 본질을 찾아냈고 이에 집중했다. 우리는 살다 보면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강력한 상대와 맞닥뜨릴 때가 있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처럼, 기적의 이야기들이 많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작고 볼품없던 벤처기업들이 엄청난 자본과 자원으로 무장한 대기업들을 압도하고 이긴 사례들이 많다. 본질적인 기술과 혁신적인 마케팅을 통해서 말이다. 이기는 기업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살아남기 위한 절실함과 본질을 꿰뚫어보는 지혜로 무장한 훌륭한 CEO가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시작은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출시하면서였다. 당시에 노키아도 스마트폰과 관련된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아이폰의 iOS와 안드로이드 OS에 대응하는 심비안과 미고라는 OS를 준비하고 있었다. 휴대폰 제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OS도 대중적인 중저가 스마트폰을 위한 심비안과 고급 스마트폰을 위한 미고라는 OS를 두 개나 준비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경영자들은 잘나가는 ‘피처폰’의 실적에 취해 있었다.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하되 단지 구색만 갖추었을 뿐, 말 그대로 ‘올인’하지 않았다. 그사이 아이폰의 명성은 올라가서 TV 한 대 값에 준하는 데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키아는 당황하며 허둥댔다. 게다가 경쟁업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한국의 삼성이 구글과 손잡고 스마트폰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급변했다.

이전에 통하던 경영의 방식은 더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모바일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기업들이 커지면서 기존 기업들의 수익을 잠식해가고 있다. 그리고 점차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간다. 물론 스타트업 기업들이 전부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몇 개의 스타급 기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스타트업 기업은 투자받은 자금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면서 적자를 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들의 공격을 받는 기존 기업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대응하느라 이익을 잠식당하고 있다. 치킨게임의 승자가 전체 시장을 독식하리라는 꿈이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는 몇 년이 지나면 판가름날 것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빅데이터’를 주장하고 강조하지만, 정작 CEO나 관리자들은 이 데이터에 별 관심이 없다. 그동안 이뤄낸 결과가 크고, 자기 고유의 성공 방식을 믿어서일까? 실제로 마케팅 실무자 역시 데이터를 잘 활용하지 않는다. 기존의 방식에 사로잡혀서 새로운 정보를 찾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게다가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임원이나 팀장에게 보고를 하기 위한 결과 데이터 정도만 뽑아서 볼 뿐이다. 시장을 살피고 정보를 분석하고 통찰력을 키우지 않고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나는 정보 분석을 무시한 채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장군을 들어보지 못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자만이 세상을 얻을 수 있다.

벤처기업인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가 말 그대로 ‘대박사업’의 시대를 열자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도 뒤를 이었다. 아시아 국가에 진출하거나 식민지를 쟁탈하기 위해 전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가 쥔 기득권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두 그로스해커 나라들이 아시아의 빗장을 열면서 유럽 제국들이 밀려왔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그들의 식민지가 되거나 노예로 전락했다. 유럽 제국과 아시아 나라들의 운명이 엇갈린 것처럼, 국가든 기업이든 지도자들의 관점에 따라 흥망성쇠가 갈린다. 이는 오늘날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늘 일어나는 일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16세기 아시아에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사람들이 가졌던 그로스해킹 마인드와 해커 정신을 가진 리더들이 우리 조선에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역사는 분명히 달라졌을 텐데 말이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타인과 연결되고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의 소식도 듣는다.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과도 친구가 된다. 그들이 올린 글이나 사진이 마음에 들면 ‘좋아요’ 아이콘을 눌러서 소통한다. 밀레니엄 세대는 부모나 형제보다도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더 감정적으로 교감하고, 더 많은 정보들을 공유한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웹사이트가 있었지만, 페이스북처럼 심플하면서도 완성도가 있지는 않았다. 마크 저커버그의 해커 정신이 없었다면 페이스북의 성공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페이스북을 시작하게 된 아이디어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윙클보스(Winklevoss) 형제와 ‘하버드 커넥션’이라는 사이트를 준비하면서 얻은 것이다. 물론 그들의 아이디어는 현재 수준에 비하면 아주 단순한 모습이었지만, 마크 저커버그에게 페이스북에 대한 씨앗을 뿌려주는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절실하게 열심히 해봤자 취업도 어렵고 승진도 어려우니, 그저 마음이라도 편하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그들의 입장이 공감도 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다만 내 마음속에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절실하게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고자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치자.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해도 안 되면 어떡하지?’ ‘실패한 후의 좌절감은 누가 책임지지?’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절실함으로 무장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무엇부터 먼저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 무슨 이야기든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마음이 무겁다.

나는 절실함을 간직한 사람을 상상하라고 하면, 사업을 훌륭하게 일으켜 자수성가한 CEO의 모습이 상상된다. 젊을 때 작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자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만들고, 코스닥에 상장되면서 대박을 치고, 많은 돈을 벌었지만 결코 교만하지 않은 그런 모습 말이다. 게다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꿈으로 출장 가방을 들고서 비행기에 오르는 모습이 상상된다. 혹은 월급쟁이라 하더라도 맡은 업무에서는 최고라는 자긍심으로, 새로운 관점으로 신선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하고 만들어서 회사에 기여하고 인정받는 샐러리맨의 모습이 떠오른다. 회사에서 잘나가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고, 동료와 부하직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그런 모습 말이다.

몇 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번번이 낙방하는 고시생의 실패, 이성에게 사랑 고백을 하지만 차이고 마는 사랑의 실패, 더 나아가 전 재산을 쏟아붓고 최선을 다했지만 부도가 나버린 사업가의 실패까지 우리는 실패를 수없이 겪고, 당하고, 주변에서 보기도 한다. 사소한 실패는 그저 웃고 넘길 수 있다. 그런데 큰 실패는 실의에 빠지게 하거나 심하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절망에 빠지게 만든다. 나 자신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친구가 곤란해지거나 온 나라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한다. 그런데 모든 일에서 80%나 실패를 한다고 하니, 그동안의 내 삶을 생각해봐도 매우 공감된다. 과연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만 살아온 사람이 있을까? 그야말로 ‘슈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더라도 모든 일을 마음먹은 대로 살 수는 없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다.

기업뿐 아니라 우리 개인들의 삶에도 턴어라운드가 필요하다. 이를 ‘인생 반전’이라고 표현하는데, 삶에 있어서의 역전의 기회를 우리는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혹은 책을 통해 어려움에 처했다가 부단한 노력으로 인생 반전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고는 큰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크고 작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우리가 매일 아침이면 훌훌 털고 일어나, 긍정적인 용기를 가지고 집을 나서는 것부터가 반전이다. 우리가 시도하는 모든 일의 80%가 크고 작은 실패라는데, 반대로 이 실패를 통해 배우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80%라는 반전 기회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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