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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풍덩! - 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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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덩!

우지현

데이비드 호크니부터 파블로 피카소까지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다채로운 회화 100여 점 수록!
"우리는 늘 완전한 휴식을 꿈꾼다."


고전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초월하여 깊은 감동을 준 명화들을 소개하고 글을 써온 우지현 작가의 신작 에세이 [풍덩]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완전한 휴식 속으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국내는 물론 중국, 대만 등에 번역되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혼자 있기 좋은 방]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네 번째 에세이로, 수영을 소재로 한 회화를 소개하며 읽는 이에게 진정한 휴식을 권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모두가 지쳐 있다."라고 말하며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나 자신에게, 그리고 모든 독자들에게." "쉬어야 한다. 삶을 위해 쉬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사유가 돋보이는 우지현 작가의 글과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100여 점의 다채로운 회화를 감상하며 완전한 휴식 속으로 "풍덩!"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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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모두가 지쳐 있다. 더 이상 지칠 수 없을 만큼. 우리는 숨 가쁘게 살아가는 중이다. 연일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주어진 목표를 완수하고자 불철주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언제나 할 일 목록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모든 일을 끝마치면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어떻게든 성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때로는 더 열심히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비난하며 바쁘게 사는 나 자신에게 중독되어간다.

나는 물에 기대 쉬었다. 휴식이 필요할 때면 자연스레 물이 있는 곳을 찾았다. 넓고 탁 트인 강과 마주하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고,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모든 걱정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쏟아지는 폭포수는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주었고,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면 묵은 피로가 스르륵 녹아내렸다. 또 고즈넉한 호숫가에서 잔물결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면서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졌다.

이 책은 수영과 휴식을 넘나든다. 수영 그림으로 채워져 있지만 수영만을 논하지 않는다. 휴식에 관해 말하지만 휴식만을 전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화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미술책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수영과 휴식에 대한 산문집일 수 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그림을 감상하는 화집일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의 성격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독자들의 몫이다. 어떤 종류의 책으로 다가가든 책을 보며 잠시라도 쉴 수 있다면, 책을 덮고 각자의 휴식을 즐기게 된다면, 나로서는 더없이 기쁠 것 같다.

휴식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어렵더라도 자꾸 배워야 한다. 휴식은 배운 만큼 늘고, 배운 만큼 쉬어진다. 배운 만큼 편하고, 배운 만큼 가능하다. 휴식도 배워야 누릴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배워가면 된다.

휴식을 위한 완전무결한 상황은 없다. 의심할 나위 없이 순수한 휴식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멈출 수 있을 때 멈추고, 앉을 수 있을 때 앉고, 기댈 수 있을 때 기대는 것. 그것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곳이 하나쯤 있어야 절망하지 않고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다. 누구에게나 일상 속 바캉스 장소가 필요하다.

아무도 편들어주지 않아도 나는 내 편이 되어야 한다. 누구도 구해주지 않아도 나는 나를 구해야 한다. 미약한 인간이 온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살피고 보듬고 돌보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제 인생의 보호자다. 어떻게든 자신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일상의 번뇌를 잊고 고요를 확보하는 데에는 휴식만큼 좋은 것이 없다. 휴식이란 삶을 회복시키는 가장 강력하고도 손쉬운 방법이다.

재미있는 놀이가 위대한 걸작을 만든 것이다. 때로 창작은 노는 것에서 시작된다.

물속에서 나는 투명해진다. 나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내 신체의 특징이 무엇인지, 무슨 자세일 때 편한지, 근본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대상이 무엇인지, 한계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 내가 얼마나 약하고 또 강한 존재인지. 그동안 차마 알지 못했던 나를 수영하는 과정에서 파악하게 된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힘차게 몸을 던지는 것. 때로 인생은 단지 용기의 문제다.

수영에는 어떤 진실함이 있다. 자신의 힘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나아간다. 거기에는 거짓이나 꾸밈이 없다. 꾀나 속임수도 존재하지 않는다. 착실하고 성실하게 자기 길을 헤엄쳐나가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물의 저항을 뚫고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간다. 이것은 수영의 교훈이면서, 삶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필터를 통과시켜 물을 걸러내듯, 마음도 여과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음에도 필터링이 필요하다.

청춘과 여름은 닮은 점이 많다. 밝게 빛난다는 점, 뜨겁게 타오른다는 점, 그리고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점에서. 또한 청춘이 그러하듯, 여름은 즐기는 자의 것이다.

슬픔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슬픔에서 벗어나야 하며,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슬픔을 겪어내는 수밖에 없다.

서핑은 삶을 대하는 태도다. 어떤 마음을 갖느냐, 어떤 것을 택하느냐,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달렸다. 언제나 서퍼는 파도를 기다린다.

쉬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은 열정이 아니라 자해다. 스스로를 망가뜨리지 않으려면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가야 한다.

일 하나에 내 전부를 갖다 바치면 곤란하다. 일은 일일 뿐이다. 일이 삶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 행복해 보인다면, 그는 엄청난 자본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 행복은 공짜가 아니다.

기억에 남는 문구

글씨를 배우던 어린 시절 엄마는
'휴식'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렇게 알려주었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소중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