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마이클 셸런버거(Michael Shellenberger)
당신이 안다고 믿는 환경주의는 과연 옳은가?
타임 선정 "환경 영웅"이 "환경 종말론"에 던지는 충격적 이의 제기!
"환경 구루" "기후 구루" "환경 휴머니즘 운동의 대제사장"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환경, 에너지, 안전 전문가 마이클 셸런버거가 30년간의 현장 활동과 연구, 고민과 열정, 대안과 해법을 총결산해 선보이는 문제작이다. 이 책은 기후 변화를 둘러싼 논란, 특히 최근 만연하고 있는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환경 운동 진영과 과학계뿐 아니라 언론과 일반 대중에게까지 큰 파장과 충격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에서 우리는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굶어 죽어 가고 있다" "아마존이 곧 불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린피스가 고래를 구했다" 같은 익숙한 통념과 정반대되는 과학적 근거와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또 "공장이 떠나면 숲이 위험해진다" "자연을 구하려면 인공을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역설을 이해하게 된다. 나아가 "원자력은 지극히 위험하고 비싸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가 유일한 길이다"라는 주장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분명히 깨닫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환경 문제에서 허구와 사실을 또렷이 구분하고, 기후 위기 대응에서 우리가 가진 긍정적 잠재력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하여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번영을 가져다주는 진정한 해결책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책속에서
프롤로그 | 기후 변화의 진실을 찾아서
나는 지난 30여 년을 환경 운동가로서 살아왔다. 그중 20여 년은 기후 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에 관해 조사하고 글을 쓰는 데 바쳤다. 내 목표는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보편적 풍요를 누리게끔 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는 이 책을 썼다.
사실과 과학을 올바로 전달하는 것 또한 나의 관심사 중 하나다. 과학자, 언론인, 활동가는 환경 문제를 정직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설령 대중의 관심과 열광을 이끌어 내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될지라도 정직해야 한다.
환경과 기후 문제에 관해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중 상당수는 잘못되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야 한다. 환경 문제를 과장하고, 잘못된 경고를 남발하고, 극단적인 생각과 행동을 조장하는 이들은 긍정적이고, 휴머니즘적이며, 이성적인 환경주의의 적이다.
1장 | 세계는 멸망하지 않는다
사실 기후 변화의 악영향은 이전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10년 기준 자연재해 사망자 수는 1920년대에 정점을 찍은 뒤로 92퍼센트나 줄었기 때문이다. 1920년대에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540만 명이었던 반면 2010년대는 40만 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사망자 수 감소는 세계 인구가 거의 4배로 폭증한 시기의 현상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상 이변으로 피해를 입는 정도는 지난 수십 년간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는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모두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다. 2019년 학술지 《지구환경변화Global Environmental Change》에 실린 중요한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지난 40여 년간 기상 현상으로 인한 사망과 경제 피해는 80~90퍼센트가량 급감했다.
1901년부터 2010년까지 해수면은 19센티미터 상승했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는 2100년까지 해수면은 중간 수준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66센티미터, 심각한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83센티미터 높아질 것이라 경고했다. 설령 이런 예측들마저 기후 변화의 영향을 상당히 과소평가한 수치라 할지라도, 해수면 상승은 느린 속도로 이루어지기에 각 사회는 적응할 시간을 벌 수 있다. (…)
그럼 식량 생산은 정말 급감할까? 유엔식량농업기구는 다양한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놓고 볼 때 식량 생산량은 확연히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늘날 인류는 현재 인구수보다 25퍼센트 많은 100억 명을 부양하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도 불구하고 식량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선진국의 탄소 배출량은 10년 넘게 감소해 왔다. 유럽의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보다 23퍼센트 낮다.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5퍼센트 줄어들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2007년에서 2018년 사이 미국은 27퍼센트, 영국은 63퍼센트나 낮추었다.
대부분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개발도상국의 탄소 배출 역시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선진국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현상이다.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풍요를 이루고 나면 개발도상국의 탄소 배출량은 줄어들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평균 2~3도 상승하는 선에서 머물 가능성이 높다. 티핑 포인트를 넘길 위험이 생기는 4도보다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현재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2040년 탄소 배출 현황을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의 모든 시나리오보다 낮은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게 된 변화는 기후 양치기들의 활약 덕분에 일어난 일일까? 그렇지 않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국가에서 탄소 배출량이 1970년대에 정점을 찍고 내려오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석탄에서 천연가스와 원자력으로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을 이룬 덕분이다. 빌 매키번, 그레타 툰베리,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등 많은 기후 활동가들이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기술의 힘으로 우리는 기후 변화를 막아 내고 있다.
2장 | 지구의 허파는 불타고 있지 않다
넵스태드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가 최근 발표한 아마존에 대한 보고서의 주저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나는 그에게 아마존이 지구 전체 산소의 주요 공급원이라는 말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헛소리예요.” 넵스태드가 말했다. “그 말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어요. 아마존이 생산하는 산소가 엄청나게 많은 건 맞지만 호흡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빨아들이니까 결국 마찬가지입니다.”
그 주제에 대해 연구한 옥스퍼드대학교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아마존의 식물들은 스스로 생산해 내는 산소의 60퍼센트가량을 호흡 과정에서 소비한다(식물은 낮에는 광합성이 호흡보다 활발해 산소를 방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밤에는 호흡만 해서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이 생화학적 과정으로 식물들은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나머지 40퍼센트는 열대우림의 바이오매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몫이다.
2019년 8월로 돌아와 보자. 언론은 탐욕스러운 대기업들. 자연을 혐오하는 농부들, 부패한 정치인들이 열대우림에 불을 지른다고 묘사하고 있었다. 나는 짜증이 났다. 내가 25년 넘게 알고 있던 아마존의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삼림 파괴와 화재 증가는 근본적으로 경제 성장을 원하는 대중의 요구에 정치인이 부응한 결과다.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 부족 탓이 아니다.
2013년부터 브라질에서 삼림 개간이 다시 늘어난 원인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심각한 경기 불황이 닥치면서 법 집행이 느슨해졌던 것이다. 2018년 보우소나루가 당선되면서 자신의 땅을 원하는 농민들의 요구는 더욱 높아졌고 그에 따라 삼림 개간 역시 늘어났다. 브라질 인구 2억 1000만 명 가운데 5500만 명이 빈곤 속에서 살아간다.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200만 명의 브라질인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졌다. (…)
왜 브라질은 수출용 콩과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베어 내는 걸까. 그 이유를 알고 싶은 사람은 우선 브라질의 현실을 똑바로 보아야 할 것이다. 브라질은 인구 중 4분의 1이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다. 내가 콩고에서 만난 여성 베르나데테와 다를 바 없는 가난 속에서 산다. 그런 사람들의 고통을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환경주의자들은 간과하거나, 때로는 아예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아마존 삼림 파괴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환경 보호 단체들은 브라질 농부들과 유대를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한층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농부들이 몇몇 지역, 특히 세라두에서 농업과 목축의 집약도를 높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지역의 개발 압력을 줄이고 특히 열대우림의 파편화를 막을 수 있다.
공원과 보호 지역을 만드는 것은 농업 집약도를 높이는 것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개발과 보호는 함께 가는 것이다. 농경과 목축을 더 효율적이고 수익성 높게 만드는 것만으로 원시림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노력은 불필요해진다. 특정 구역을 지정해 이미 존재하는 농장과 목장의 집약도를 높이기만 해도, 브라질 농부들과 목장주들은 더 좁은 땅에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 낼 수 있고, 따라서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3장 | 플라스틱 탓은 이제 그만하자
“일본이 서구를 따라 산업화의 길을 걸으면서 머리 장신구 등의 제품을 만들 때 플라스틱은 거북 껍질을 대체하는 재료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셀룰로이드를 가장 먼저 가장 널리 도입한 제품은 빗이었다. 수천 년간 인류는 거북 껍질, 상아, 뼈, 고무, 철, 양철, 금, 은, 납, 갈대, 나무, 유리, 도자기 등을 이용해 빗을 만들어 왔다. 셀룰로이드는 이 모든 재료를 대체했다.
1970년대 말쯤 되자 피아노 건반에 상아를 쓰는 일은 없어졌다. (…)
셀룰로이드의 발명자 하이엇은 본인의 발명품이 지니는 환경적인 이점을 설명하는 팸플릿을 제작했다. “점점 더 희귀해지는 원료를 채취하기 위해 지구를 헤집고 다닐 필요가 없다.”
피게너와 나누었던 대화로 돌아가 보자. 나는 피게너에게 플라스틱이 수많은 매부리바다거북의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피게너는 웃음을 터뜨렸다. “플라스틱은 기적의 물건이에요. 그죠? 그러니까 셸런버거 씨가 아는 그런 기술 발전이 환경에 도움이 됐죠.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거북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없었을 거예요. 그걸 부정하면 거짓말일 텐데 난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그렇게까지 외곬은 아니니까요.”
플라스틱을 둘러싼 이 모든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 환경을 지키고 싶다면 자연물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자연물 사용을 피하려면 인공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환경주의자들이 추구하는 환경 보호 방식과는 정반대다. 그들은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자연자원을 사용하자고, 바이오 연료와 바이오플라스틱 같은 천연 소재 쪽으로 나아가자고 주장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천연 재료를 인공 재료보다 자연 친화적이라고 여긴다. 그런 관념은 극복될 필요가 있다. 인류는 인공 재료로 바다거북과 코끼리를 멸종에서 구했다. 만약 우리가 그런 본능에 집착했다면 거북들이 얼마나 더 큰 위기에 처했을지 상상해 보자. (…)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공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 실로 중대한 역설을 인류는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
4장 | 여섯 번째 멸종은 취소되었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는 종, 멸종, 생물다양성 연구를 주요 목표로 삼는 과학 기구가 아니라 세계자연보전연맹 산하 단체다. 이 기구는 전체 생물종 가운데 6퍼센트가 멸종 위급critically endanger, 9퍼센트가 멸종 위기endanger, 12퍼센트가 멸종 취약vulnerable to becoming endangered 상태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세계자연보전연맹은 1500년대 이후 식물, 동물, 곤충 11만 2432종 가운데 0.8퍼센트가 절멸한 것으로 추산한다. 비율로 환산해 보면 매년 2종 미만, 0.001퍼센트만이 멸종하는 셈이다.
지난 1억 년간 생물다양성은 크게 증가했다. 이 다양성 증가는 지난 대멸종의 여파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생물다양성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의 숫자를 세는 것보다 속genera, 屬의 숫자를 따지는 것이 더욱 정확한데, 지난 1억 년간 생물속의 숫자는 거의 3배로 늘어났다. 과거 다섯 차례 대멸종을 화석 자료로 검토해 보면 생물다양성이 15~20퍼센트 정도 크게 낮아지지만 곧 그보다 더 큰 성장이 뒤를 잇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인류가 생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2019년 현재 지구상의 보호 지역 면적을 전부 더하면 아프리카 대륙보다 크다. 지구 전체 면적 가운데 15퍼센트가 보호 지역이다.
1962년만 해도 보호 지역은 모두 9214개였으나 2003년에는 10만 2102개로 늘어났고, 2020년에는 24만 4869개에 달한다. (…)
고릴라와 다른 야생 동물들을 진정 위협하는 건 석유 회사나 경제 성장이 아니다. 2014년 12월 그 지역을 방문했을 때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가난하기 때문에 나무를 연료로 쓰는 것이 진정한 문제였다. 콩고에서는 취사용 연료의 90퍼센트 이상이 나무 또는 숯으로 충당된다.
1864년 캘리포니아에 요세미티국립공원을 만든 후 500만~1000만 명에 달하는 원주민이 환경 보호 활동가들에게 쫓겨난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코넬대학교의 한 사회학자는 유럽인 때문에 생겨난 환경 보호 난민이 아프리카에서만 최소 1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원주민을 내쫓는 것은 환경 보호 정책의 부수적인 피해 같은 게 아니었다. 환경 보호 정책의 핵심이 바로 원주민 내쫓기였다. 두 학자는 이 주제를 다룬 논문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가축을 기르고, 산림에서 나는 것들을 채집하고, 농사를 짓던 사람들을 추방하는 것은 20세기에 아프리카 남부와 동부 그리고 인도에서 수행된 환경 보호 정책의 핵심이었다.”
5장 | 저임금 노동이 자연을 구한다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의류 공장과 다른 여러 소비재 공장이 하는 일은 멸종저항이나 그린피스가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공장은 삼림 파괴를 불러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실은 숲을 지키는 원동력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제조업은 부의 증가를 가져온다. 국가는 그 부를 기반으로 도로를 건설하고, 발전소를 짓고, 송전 시설을 확충하고, 홍수 통제 체제를 갖추고, 상하수도를 건설하고, 쓰레기 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콩고 같은 가난한 나라와 미국 같은 부유한 나라를 구별 짓는 요소다.
게다가 도시는 인구 집중을 불러온다. 반대로 말하면 더 많은 교외 지역이 야생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도시는 얼어붙지 않은 지표면 중 고작 0.5퍼센트만을 차지할 뿐이다. 지구 전체를 놓고 볼 때 포장도로와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 또한 0.5퍼센트 미만에 지나지 않는다.
농업 생산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초원, 숲, 야생의 영역은 넓어진다. 세계적으로 보자면 삼림 회복 속도가 느린 삼림 파괴 속도를 따라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동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다. 수억 마리의 말, 소를 비롯한 여러 동물을 기르고 있다. 이 동물들에게 줄 먹이를 기르는 땅을 아끼는 것만으로도 취약한 상태에 놓인 생물종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마치 유럽이나 북아메리카에서 농업 현대화로 자연을 보호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더 이상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초원과 숲이 되살아나고 야생 동물이 되돌아오게 할 수 있다. (…)
에너지 생산을 집중화, 고도화하는 것은 지구 행성의 더 많은 부분을 야생 동물에게 넘겨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오늘날 지구상에 세워진 모든 수력 발전 댐과 모든 화석 연료 발전소 그리고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합쳐도 얼어붙은 땅을 제외한 전체 면적의 0.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에너지 생산을 위한 토지 사용 면적은 식량 생산을 위한 토지 사용 면적의 고작 200분의 1에 불과하다.
나를 포함해 환경 운동가들은 제조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오랜 편견과 달리 제조업의 긍정적 영향은 부정적 영향을 훨씬 뛰어넘는다. 수파르티 같은 개발도상국 노동자가 만든 옷을 입을 때 우리가 느껴야 할 감정은 죄책감이 아니다.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환경 운동가와 언론은 H&M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가난한 국가에서 옷을 생산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하지만 그건 옳지 않다. 그런 비난을 멈춰야 한다.
마텔, 나이키, H&M 같은 회사들이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압력을 넣음으로써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개발도상국에서 만들어 낸 저렴한 상품을 소비자가 구입하는 행위 자체를 악마화하지 말아야 한다.
6장 | 석유가 고래를 춤추게 한다
소수의 헌신적인 자연 애호가들이 환경을 구해 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감명을 준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 익숙하다. TV와 다큐멘터리 영화, 책, 뉴스 등을 통해 흔히 접한다. 영웅과 악당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흥미진진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한쪽에는 자연을 파괴하는 탐욕스러운 겁쟁이들이 있고, 다른 쪽에는 이상을 좇는 젊은 영웅들이 있다. 수백만 명의 젊은이들이 이런 이야기에 감명받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기 시작한다.
이 환경 보호 전사들의 영웅담이 가진 유일한 결함은 그 내용이 거의 다 틀렸다는 것이다.
드레이크 유전이 개발되면서 석유를 정제한 케러신kerosene, 즉 등유가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등유는 미국의 조명용 액체 연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 고래기름의 자리를 빼앗았다. 그리하여 고래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고래기름이 더는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고래 사냥이 정점에 달했을 무렵 포경 산업에서 생산해 내는 고래기름은 매년 60만 배럴에 달했다. 드레이크가 유전을 개발한 후 석유 산업은 3년도 되지 않아 같은 양의 기름을 생산해 냈다. 펜실베이니아의 유전 하나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석유 양이나, 포경선 한 척이 3~4년에 걸친 항해 끝에 잡은 고래에서 얻는 고래기름 양이나 차이가 없었다. 석유의 에너지 밀도는 실로 대단했다.
포경업은 1962년에 정점을 찍었다. 그린피스가 밴쿠버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13년 전이었다. 1962년 이후 포경업은 급속도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유엔은 1972년 포경업을 10년간 중단할 것을 요구했고, 미국은 해양포유류보호법Marine Mammal Protection Act을 제정해 포경업을 금지했다. 그린피스가 밴쿠버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세계적 찬사를 불러일으켰던 1975년, 이미 세계 46개국은 모든 혹등고래, 대왕고래, 귀신고래, 그리고 참고래와 큰고래, 보리고래의 일부 종에 대한 포경을 금지하고 있었다.
고래를 구한 것은 국제 조약이 아니라 식물성 기름이었다. 국제포경위원회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가 1982년 포경 행위를 금지했을 때 이미 포경 산업은 사실상 끝난 상태였다. 국제포경위원회의 포경 금지 이후 사냥당한 고래는 20세기에 사냥당한 전체 고래 중 1퍼센트에 불과하다.
7장 | 고기를 먹으면서 환경을 지키는 법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인이 채식주의자가 될 경우 음식 분야만 놓고 보면 개인별 에너지 소비는 16퍼센트 줄어들고 온실가스 배출은 20퍼센트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분야 개인별 에너지 소비는 고작 2퍼센트 줄어들 뿐이며 ‘전체’ 온실가스 배출 역시 4퍼센트 감소하는 데 그칠 뿐이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가 내놓은 전 세계인이 비건이 되는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 역시 마찬가지다. 2050년까지 인류가 동물성 식품과 제품을 완전히 끊고 목초지를 전부 숲으로 되돌린다 해도 그 효과는 전체 탄소 배출량 가운데 10퍼센트를 절감하는 데 머물 것이다.
모든 미국인이 육류 소비를 4분의 1가량 줄인다 한들 온실가스 배출량은 1퍼센트 줄어들 뿐이다. 모든 미국인이 채식주의자가 된다 한들 미국의 탄소 배출량은 고작 5퍼센트 정도 줄어들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를 보여 주는 연구는 끝없이 이어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 시민이 모두 채식주의자가 된다 해도 줄어드는 탄소 배출량은 평균 4.3퍼센트 정도에 머문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설령 모든 미국인이 비건으로 전향한다 해도 탄소 배출량은 고작 2.6퍼센트 감소할 뿐이다. (…)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식품이나 토지 사용 같은 분야가 아니라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 배출 절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분야가 가장 중요하다. 전기, 수송, 요리, 난방 같은 에너지 분야가 세계 화석 연료 소비의 거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8장 | 지구를 지키는 원자력
원자력 에너지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사망 사고 발생 건수를 놓고 보면 황당하리만치 사고가 적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말이다. 연간 사망자 수를 놓고 비교해 보자. 27만 명이 걷다가 죽고 135만 명은 운전하다가 죽는다. 230만 명이 일하다가 죽으며 420만 명은 대기 오염으로 죽는다. 반면 원자력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모두 합쳐 100명을 겨우 넘는다.
앞서 살펴본 최악의 원자력 사고들을 통해 우리는 원자력이 안전할 뿐 아니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매우 낮은 본질적인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로 연료의 에너지 밀도가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원자를 쪼개서 열을 발생시키는 핵분열 방식은 불을 붙여 분자를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방식보다 연료가 훨씬 적게 든다. 코카콜라 캔 하나 분량의 우라늄만 있으면 한 사람이 평생 펑펑 쓰고 남을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최악의 원자력 사고가 벌어진다 해도, 설령 연료봉이 노출되는 지경에 이르러도 발전소를 넘어 사람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미세 물질의 양은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가정과 자동차, 발전소에서 화석 연료와 바이오매스를 연소시키면서 발생하는 미세 물질은 2016년 8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므로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원자력이다. 대기 오염으로 수명이 단축되는 사람이 연간 700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원자력은 지금까지 200만 명이 넘는 목숨을 구해 왔다.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전례 없는 보조금이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대대적으로 투입되었다. 하지만 탄소 배출 제로 에너지가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고작 2퍼센트포인트 상승했을 뿐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늘리면서 원자력을 줄였기 때문이다. 그 두 에너지로는 원자력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중 전기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3분의 2는 1차 에너지원을 직접 소비하는 식으로 사용되는데 대부분은 화석 연료를 태우는 것이다. 난방, 취사, 수송 등의 분야가 그렇다.
태양광 및 풍력과 달리 원자력은 전기뿐 아니라 열도 공급할 수 있다. 탄소 배출 제로 에너지 가운데 풍부하고, 지속적이며, 저렴한 열 공급원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원자력뿐이다. 오직 원자력만이 저렴하게 수소 가스와 전기를 생산해 난방, 취사, 수송 같은 분야에서도 화석 연료를 떨쳐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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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온난화, 이상기후, 지금껏 알려진 환경에 관한 주장을 완전히 뒤집은 책 /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마이클 셸런버거 - [사월이네 북리뷰 with 영풍 석포제련소]
오늘 소개할 책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입니다. 2021년 출간되었고요. 출판사는 부키, 저자는 마이클 셸런버거, 페이지 수는 664페이지입니다. □ 작품소개 기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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