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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마흔 이후 멋지게 나이 들고 싶습니다 - 조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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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이후 멋지게 나이 들고 싶습니다

조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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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은 세상을 다 알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오히려 아, 이런것이구나, 하고 실감하면서 자신의 지식과 세상의 섭리를 비교 분석하며 경험치를 더 쌓아야 할 나이다. 마흔에 꾸는 꿈이 고작 ‘안주’와 ‘평안’이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기본적으로 영원한 평화는 없다고 믿는 편이 낫다. 평화로워야 할 것은 당신 내면일 뿐, 밖에서 그것을 구할 수는 없다.

삶에서 좌절이나 분노, 위협이 반복된다면 우리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행동에 대해 ‘나도 모르게 그랬다’, ‘너무 두려워서 그랬다’와 같은 변명을 늘어놓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것이 중독과도 같아서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공격을 멈추면 자신이 무력하거나 약해진다고까지 착각하게 된다. 따라서 더 망가지기 전에 스스로 얼마나 공격적으로 될 수 있는지, 언제 멈출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생각해두어야 한다.

시기猜忌는 나이를 떠나 약한 인간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성정이다. 나이를 먹었다고 시기하는 마음을 모두가 딱 끊을 수 있을 거라고는 나부터도 믿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남보다는 내가 더 잘되고 더 많은 걸 갖기 바란다. 나는 그렇지 못한데 다른 이는 행복해하고 계속 성공을 이루어나간다면 자신의 처지가 상대적으로 불행해 보인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상대가 피할 수 없이 자주 봐야 하는, 가까운 친구나 가족이면 더하다. 본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자식의 입시, 취업 문제로도 서로 비교하며 고통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처치 곤란한 것이기에 우리는 더 많이 시기에 대해 묵상하고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감정을 억누르며 사는 것과 감정을 조절하며 사는 것은 다르다. 감정대로 사는 것과 감정에 충실한 것 역시 다르다. 평소 자신의 감정에 친숙한 사람이면 오히려 감정이 얼마나 어이없을 만큼 변덕스러운지 잘 알고 이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에 나를 휘감고 불태우려 드는 감정일수록 가만히 지켜보고 가라앉히려 노력해야 한다. 감정은 사람을 쉽게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미친 짓을 유발하는 기름이기도 하다. 감정을 빼고 생각했을 때 아무것도 아니라면,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감정과 별개로 존재하는 객관적인 사실을 보는 눈, 그리고 별개로 존재하는 절대적인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당신도 한번 자신을 돌아보라. 상대방보다 썩 나을 것 없음에도 감히 남에게 연민을 느끼고, 남의 인생에 참견하고 싶어 한 적은 없는지. 소설 속 호프밀러는 신체적으로는 정상일지 몰라도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고하는 측면에서는 목발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외면은 멀쩡하다 해도 내면적으로 사소한 연민에 동정을 베푼 뒤 모두에게서 인정받거나, 칭찬받고자 하는 지지리 못난 측면이 있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남의 인생에 함부로 관여하는 일은 서로에게 불행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은 기대를 키우고 자신은 상대방에 대한 부담감과 자신에 대한 자괴감을 키우게 되므로.

뭔가에 중독되었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개선되어야 할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힘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중독에 끌려 들어갔다는 거짓 믿음을 버리고 강하고 당당한 주체자로서 게임이나 SNS, 운동이나 사이비 종교 뒤에 숨어버린 진짜 문제를 찾아 들여다봐야 한다. 그 어떤 것도 ‘생각하는 나’보다 강하게 내삶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으니까.

세상에는 가볍게 몇 마디로 전달하기 힘든 진실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이런 경우 연인은 흔히 지레짐작만으로 실망해 멀리 떠나버리곤 한다. 그때마다 관객들의 속은 얼마나 타들어갔던가. 그러니 현실에서는 어떤 결론을 내리기 전에 용기 내어 한마디를 해야 한다. “요즘 무슨 일이 있는지 솔직하게 얘기해줘.” 어떤 반응이 오더라도, 지레짐작으로 인한 부정확한 판단보다는 낫다. 소중한 사람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일에 대해서는 부디 귀찮아하거나 생략하거나 하는 일이 적었으면 한다. 조금만 더 에너지를 내어보자.

앞으로 어떤 시대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화창한 이 봄날에 미세먼지가 아닌 바이러스 때문에 갇혀 지내게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장밋빛 미래만 생각했던 나 같은 사람이 돈 때문에 겪은 당혹스러운 순간을 막으려면 일단 최악의 상황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경제력을 비축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보다 더 열린 지갑이었던 남편조차 요즘은 저축에 더 신경을 쓴다.

맘에 들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가끔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분노한 상태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정당한 분노는 사태를 해결하지만, 맥락 없는 분노는 그 반대로 치닫는다. 되도록 빠르게 식히고 자기 안의 평화로 돌아와야 한다. ‘젠장’ 해버린 뒤,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누워버린 평화의 전도사 우리 집 케롯처럼. 분노에 오래오래 타올라봐야 남는 것은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태운 재뿐이니까.

흔히 ‘나이 들어 반드시 후회하는 것들’이라는 목록을 우리는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것들이나 귀찮아서 하지 않았던 것들, 혹은 무지해서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다. 예를 들면 여행을 더 많이 하지 못한 것, 사람들과 더 화목하게 지내지 못한 것, 운동으로 체력관리를 하지 못한 것,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것, 쓸데없는 걱정으로 시간을 보낸 것 등이다. 이런 것을 미리 알고 행동을 바꾼다면 먼 훗날 덜 후회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아예 후회할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결혼적령기를 들이밀며 결혼에 대해 압박했던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여성에 대해서 서른이 넘어서도 결혼하지 않은 경우, 당연하게도 ‘왜 아직 안 했느냐’는 질문이 사방에서 날아왔던 것을 요즘 사람들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왜,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그냥 중간에 머무르면 안 되는 걸까? 이제는 어느 정도 인식이 달라져서 결혼이든, 이혼이든, 비혼이든 각자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꼭 이렇게 해야만 정답이라는 세상은 이제 굿바이다.

비교하지 말라. 정 남과 비교를 하려거든 하나도 남김없이 모든 것을 낱낱이 비교하라. 지나온 삶과 앞으로의 미래,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까지. 경제력만, 외모만, 능력만 골라서 비교해 스스로 상처 주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단편적인 존재가 아니라 종합적인 존재다. 그 뒤에 드리워진 한 사람의 인생 또한 그렇다. 모든 것을 다 비교하여 총점을 내어보라. 그러면 언제나 비록 간발의 차라고 해도 자신의 삶이 승리하게 될 것이다.

열등감은 보통 좁은 우물 안에 있을 때 생긴다. 우주의 시각에서 보면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한데 이 좁은 곳에서 ‘네가 낫네, 내가 낫네’ 하는 것이다. 환경을 바꾸어 보면 자신을 억눌렀던 열등감이 터무니없는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을 낮게 평가하던 시선이 수십억 명 중 극소수의 시각이었다는 것도. 아, 나는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바란다. 자기 자신도 다른 사람을 볼 때 한 가지 잣대로만 판단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외모만 아니라 성격을, 능력만 아니라 품성을, 나아가 그 사람만의 개성을 종합적으로 통찰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폭넓은 시각으로 들여다보면 자기 자신도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부디 열등감과 함께 나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 데서나 주목받고자 하지 않는다. 홀로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충만하다. 입에 발린 칭찬이나 찬사에 들뜨지 않는다. 반대로 누군가 자신을 무시하거나 의심해도 기죽지 않는다. 최후의 한 사람인 자신이 자신을 알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SNS에 올리지 않더라도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정성스럽게 요리한다. 부끄러웠던 일이나 슬펐던 일을 오래 끌어안고 있지 않는다. 남들에게 보이는 외출복보다, 자신의 건강과 숙면에 직결되는 잠자리에 더 신경 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조금은 나아질 내일을 자신에게 약속한다. 자신이 소중하니까 자신이 사랑하는 주변 사람도 모두 소중하다. 그들이 베푸는 모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당장 마흔이 되었다고 삶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이렇게 무섭다는 것이 실감되면서 서둘러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이 보인다. 온갖 걱정이 훅 밀려온다. 민첩하게 움직이면 이 모든 걱정을 없앨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흔이라는 나이 때문에 급하게 모든 것에 다 욕심을 부리는 것은 부질없다. 어차피 안 될 일은 안 된다. 마음을 비우고 자기 삶의 방식을 확고하게 하는 계기로 삼는 게 낫다. 저런 삶도 있지만 이런 삶도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말이다. 삶은 정말 다양하고 그 무엇도 정답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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