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가 고민이라면 유재석처럼
정재영
대한민국 누구에게나 호감받는 유재석의 말센스
국민 MC. 이보다 더 유재석을 잘 설명하는 수식어도 없을 것이다. 유재석은 수년간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인 동시에 안티 없는 연예인으로 뽑혔다. 유재석이 이토록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재석이 사랑받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단 한 가지만 뽑으라면 단연 말솜씨다. 외모나 학벌 등이 호감의 필수 조건이라면 유재석의 전성시대가 올 수 없었다. 유재석의 얼굴이 못생겼다거나 다른 조건이 안 좋다는 뜻이 아니다. 그의 말솜씨가 외모나 학벌, 재산 등의 다른 조건들을 뛰어넘을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신간 《말투가 고민이라면 유재석처럼》의 저자 정재영 작가가 ‘유재석’을 주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재석이 완전한 언어 능력의 소유자는 아니겠지만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은 최선에 가깝다. 모두가 인정하듯이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그의 기술은 특별하다. 그는 대화 파트너에게 공감하고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며 질문하고 정신없이 웃긴 후에 호감을 잔뜩 털어간다.
그렇다고 유재석이 상대에게 마냥 맞추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언제나 당당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겸손하지만 자신을 밑바닥까지 낮추며 말하지 않는다. 그는 상대가 상처받지 않게 잘못을 지적하고 불만을 얘기한다.
유재석의 말은 무해하고 다정하고 기분 좋다. 누구나 꿈꾸는 언어 능력이다. 외모와 재력을 갖춘 이들도 몰래 선망하는 말기술이다. 그걸 배우자는 게 이 책의 목표다.
말로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싶다면 유재석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본보기다. 유재석이 하는 말을 관찰하고 반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누구나 유재석처럼 사랑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속에서
유재석은 아무렇게나 말하지 않는다. 치밀한 계산은 하지 않더라도 몸에 밴 매뉴얼을 따른다. 방송에서 게스트를 만나면 반갑게 웃고 떠든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감탄사를 섞어가면서 적극적으로 호응한다. 그가 경험을 통해 스스로 체득한 대화 매뉴얼에 따른 행동이다.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도 규칙이 있는데, 역시 공통점 찾기다. 처음 보는 사람과 자신의 공통점을 찾아 표현해주면 상대방이 친근감과 호감을 느낀다는 걸 그는 일찍부터 알고 있는 것이다.
<유퀴즈온더블럭>에 배우 공유가 출연해 MC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유재석은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공유가 스스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하자) “아하, 공유는 그럴 줄 알았어요.”
(공유가 <유퀴즈온더블럭>을 다는 못 본다고 하자) “어어 그런 거지, 뭐.”
“맞아요, 맞아요. 그러네.”
“맞아, 맞아, 맞아.”
“자기도 아네, 멋있는 거.”
(공유가 이동욱은 여우 같다고 하니) “이히히히, 긴급 속보입니다. 이동욱은 여우다.”
(감탄하면서) “야, 센스가 있네~”
(공유가 가족을 실망시킨 적이 있다고 하자) “아, 뭔지 알지.”
(동의하는 의미로) “그러니까요~”
“너무 공감이 가.”
(궁금해하며) “아, 그래요?”
“아, 진짜?”
(안타까운 듯이) “아이, 참 또….”
(손뼉 한 번 치고는) “그거 알죠~”
(놀란 표정으로) “어후~”
“아이고, 나 참. 진짜.”
일부만 옮겼는데 놀랍다. 어쩌면 저렇게 다채로운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중략) 그런데 분석해보면 유재석의 반응에는 규칙이 있다. 첫 번째로 상대의 감상을 존중한다. “그거 알죠”라고 외치면서 대화 상대의 감정과 의견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상대를 칭찬한다. 예를 들어서 “센스가 있네”는 인터뷰이를 기분 좋게 띄워주는 말이다. 세 번째로 감정에 동조한다. 함께 기뻐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아하’ ‘나 참’ ‘아이고’라고 말하면서 상대방의 감정 변화에 빠르고 정확히 동조한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인정, 칭찬, 동조하는 반응을 보이면 되는 것이다.
유재석도 본심을 숨기면서 본심을 노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동상이몽>에서 김구라가 자신의 냉소적인 말투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유재석은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그 말을 듣고도 유재석은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김구라가 확답을 요구했다.
김구라: 제 말투를 유재석 씨가 굉장히 좋아합니다.
출연자 1: 처음 듣는 이야기 같은데….
(유재석, 어색하게 웃는다)
김구라: (유재석을 향해) 좋아하잖아?
유재석: (머뭇거리다가) 제가 김구라 씨의 톤을 좋아할 때가 있어요.
유재석은 ‘좋아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좋아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김구라의 주장과는 달리 ‘굉장히’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게 유재석의 본심이다. 절묘하게도 그런 본심을 숨기고 주장을 폈다. (중략) 자기주장의 세 가지 방법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주장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중략) 숨기기가 꼭 나쁘거나 비겁하지만은 않다. 마음을 고스란히 노출해야 용감하고 정의로운 건 아니다.
좋은 칭찬을 하려면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막연히 칭찬하면 안 된다. 유재석은 이런 칭찬에도 능하다. <놀면 뭐하니?>에서 개그맨 김승혜가 개인기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춤이 어색하다. 자신도 그걸 아는 표정이었다. 분위기가 가라앉고 본인도 기가 죽을 상황이었는데 유재석이 말했다. “나는 승혜 씨 이런 게 웃겨요. 본인도 어색하면서…. 크크크.” 어색하게 춤추는 게 오히려 장점이라고 말해주었다. ‘재미있어요’는 추상적이지만 ‘어색하면서 계속 춤을 추는 게 웃겨요’는 구체적인 칭찬이다.
<유퀴즈온더블럭>에는 행복한 질문이 자주 등장한다. 일례로 대학 시절 선후배로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부부에게 유재석은 이렇게 질문한다. “연애 때 생각나는 인상 깊은 노래들 있잖습니까? 혹시 좀….” 없을 리 없다. 누구에게나 젊은 시절의 노래가 있다. 사랑에 빠졌다면 말할 것도 없다. 유재석은 그것을 꺼내달라고 요청했다. 부부는 젊은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했을 것이다. 대답하면 행복해지는 질문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질문이다. 우리도 현실에서 그렇게 질문하면 된다.
“우리 사귄 지 1년이 되었네. 제일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어?”
“이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하셨는데, 가장 보람 있거나 즐거웠던 기억은 뭔가요?”
“여행에서 재미있었던 일 좀 자세히 얘기해줘.”
아주 평범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질문의 효과는 평범하지 않다. 질문하고 답하는 사이에 불쾌감, 경쟁의식, 미움, 원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증발해버린다. 행복한 한 줄의 질문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시각적인 묘사는 큰 웃음도 만든다. <슈가맨>에서는 유재석과 유희열이 티격태격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유희열이 멋있게 건반 악기를 연주하자 유재석이 말한다. “건반 칠 때는 사람이 괜찮아 보이네. 늘 건반을 이렇게 메고 다니세요.” 웃음이 터졌다. 건반을 메고 다니는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표현은 얼마든지 있다. ‘많이 슬펐다.’ 대신에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가 낫다. ‘아주 기뻐했다.’ 말고 ‘웃으며 폴짝폴짝 뛰었다’라는 표현이 더 인상적이다. ‘오늘 헤어스타일이 예쁘다’라는 표현도 괜찮지만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는 모습이 예쁘다’도 호소력이 있다. 사물이나 상황을 상대의 머릿속에 그려줘야 효과적인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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