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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정리하는 뇌 - 대니얼 J. 레비틴(Daniel J. Levi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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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뇌

대니얼 J. 레비틴(Daniel J. Levitin)

레비틴 교수는 말콤 글래드웰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언급되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1만 시간의 법칙’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장본인이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15주간 기록한 <뇌의 왈츠> 등 뇌과학 관련 저서로 유명하다. 그는 인지 과부하 시대에 정보와 생각과 주변환경을 정리하고, 효율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관건은 바로 뇌의 작동방식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정리하는 습관임을 강조한다.

차 열쇠나 서류 같은 물건부터 온라인 사이트의 아이디나 비밀번호 같은 디지털 정보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온갖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게끔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법을 비롯해 시간과 인간관계를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정리하는 법, 비즈니스 업무와 조직체계를 더 효율적으로 정리정돈하는 법, 더 나은 판단과 선택을 위해 정보와 상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사고법 등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정리정돈의 A to Z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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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최근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볼펜과 펠트펜 중 어느 것으로 쓸 것인가 같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결정들을 연이어 내리게 했더니, 그 이후의 결정에서는 충동조절능력이 떨어지고, 판단력도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뇌는 하 루에 특정 개수만큼의 판단만 내릴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 한계에 도 달하면 중요도에 상관없이 더 이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신 경과학의 최근 발견 가운데 가장 유용한 것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우리 뇌에서 판단을 담당하는 신경 네트워크는 어느 판단이 더 우선적인지 따지지 않는다.”

경제가 글로벌화 된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 할아버지 세대는 모르고 살았던 막대한 양의 정보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우리는 지구 반 바퀴가량 떨어져 있는 나라에서 일어난 혁명이나 경제 문제 등의 소식을 사건이 일어나는 즉시 듣는다.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의 이미지들을 보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언어를 듣는다. 그러면 우리의 뇌는 굶주리기라도 한 듯 이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애초부터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주의력이라는 자원이 들어가고 그 자원은 한정돼 있다.

우리가 일을 깜빡하거나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리’의 부담을 뇌가 아닌 외부 세계로 넘기는 것이다. 정리 과정의 일부 또는 전부를 뇌에서 물질세계로 떠넘길 수 있다면 그만큼 실수를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것은 뇌의 용량에 한계가 있어서가 아니다. 뇌가 기억을 저장하고 검색하는 속성 때문이다. 기억 과정은 비슷한 항목들이 있으면 쉽게 산만해지고 혼란에 빠진다.

기억은 불완전하다. 어떤 뉴런들을 끌어들여서 정확히 어떻게 흥분시켜야 한다는 지시 내용이 약화되고 질도 저하되기 때문에 결국 그 표상이 흐릿해져서 실제 경험을 부정확하게 복제해내는 경우도 많다. 기억은 허구다. 사실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기억은 왜곡에 대단히 취약하다. 기억은 그냥 ‘재생’이 아니라 ‘고쳐쓰기’인 셈이다. 여기에 어려움을 더하는 사실이 있다. 우리의 경험 중 상당수가 비슷한 점을 공유하고 있어서 그 경험을 기억 속에서 재생할 때 여러 항목이 서로 경쟁하는 바람에 뇌가 속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은 대부분 질이 떨어진다. 이는 뇌의 정보 저장 용량이 제한되어 있어서라기보다는 기억 검색의 속성 때문이다. 검색은 다른 비슷한 항목들 때문에 쉽게 산만해지고 혼란에 빠진다.

자기 전공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 특히나 창의력과 효율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뇌 바깥의 주의 시스템과 기억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중에는 과감하게 저차원적인 기술을 활용해 모든 것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는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첨단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 이런 사람들 중에는 펜과 메모지나 카드를 늘 가지고 다니면서 손으로 직접 적어 메모를 하고, 이 방법이 요즘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만족스럽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효율성 전문가 데이비드 앨런은 자기 마음속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을 큰 목록으로 작성하고 나면 긴장이 풀리면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관찰은 신경학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다. 무언가 중요한 일, 특히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마음에 두고 있으면 그것을 잊어버릴까 봐 겁이 나서 뇌는 반복해서 그 내용을 되뇌기 시작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장소를 인지심리학자들은 ‘되뇌기 고리’라고 부른다. …… 이 내용을 글로 옮겨 적으면 되뇌기 고리에 이제 그만 내려놓아도 된다는 암묵적, 명시적 허가를 내어줄 수 있다. 그럼 그 신경회로가 긴장을 풀면서 우리는 다른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을 위해 상자나 선반을 마련하면 스마트폰을 항상 일정한 곳에 놓아두도록 자신을 독려할 수 있다. 다른 전자기기나 신문도 마찬가지다. …… 이런 제품들은 정리하기 힘든 물건들을 각자 있어야 할 위치에 보관할 수 있게 해주는 행동유도장치로 기능한다. 인지심리학 이론에서는 이런 물품에 쓸 수 있는 만큼 돈을 쓰라고 말한다. 많은 돈을 들여 물건을 보관할 상자를 구입하고 나면 편지 등을 이리저리 어질러놓기가 힘들어진다. 꼭 새로 무언가를 구입하지 않아도 비슷한 기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책, CD, DVD 같은 것이 잘 정리되어 있고, 책장이나 음반 서랍장에서 지금 막 꺼낸 것을 어디에 다시 꽂아두어야 하는지 기억하고 싶다면 방금 꺼낸 것 바로 왼쪽에 있는 것을 2cm 정도만 앞으로 빼두자. 물건을 다시 되돌려놓도록 해주는 간단하고 훌륭한 행동유도장치가 될 수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신경과학자 러스 폴드락은 멀티태스킹을 하는 동안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면 정보가 뇌의 엉뚱한 부분으로 간다는 것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TV를 보게 하면 학교공부에서 얻은 정보가 선조체로 간다. 이곳은 사실과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과정과 기술을 저장하도록 특화된 뇌 영역이다. TV 때문에 정신이 산만해지지 않았으면 정보가 해마로 갔을 것이다.

의료사고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은 실수가 일어난 이유를 의사가 설명하게 놔두지 않고 소송을 통해 의사의 생각을 알아내려 하는 것이다. 의사에게 따라올 수밖에 없는 제약이나 의사들이 힘들어하는 부분, 그리고 인간적인 요소 등을 알고 나면 우리는 그의 입장을 이해하고 용서할 가능성이 커진다.

수십 건의 실험으로 입증된 바에 따르면, 잘못된 것인 줄 몰랐던 애초의 지식은 잘못된 것을 알고 난 후에도 오래도록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변호사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배심원이나 판사의 마음속에 거짓된 아이디어의 씨앗을 심어놓는 경우가 많다. 반대측 변호사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면 판사가 “배심원단은 마지막 변론은 무시하기 바랍니다”라고 경고하지만, 이미 자리 잡은 인상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늦다.

대학원생들은 이런 완벽주의 때문에 고통받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신을 지도교수와 비교하고, 자신의 논문 초고를 지도교수의 완성된 논문과 비교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물론 이것은 불공평한 비교다. 지도교수는 경험이 훨씬 많으며, 그 역시 연구에 차질을 빚거나 제출한 논문을 거부당하기도 하고 매끄럽지 못한 초고를 쓰기도 했을 테지만, 이런 부분들이 대학원생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대학원생에게 보이는 것이라고는 지도교수의 완성된 논문, 그리고 그 논문과 자기 논문 사이의 간극밖에 없다. 이는 상황 자체가 발휘하는 힘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이 모든 것 이 고정된 특성 때문에 생긴다고 오해해서 빚어지는 고전적인 사례다.

설사 비행기 추락사고가 독립적으로 발생한다 해도 사고가 방금 전 일어나서 지금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이번에는 안전한 비행이 이루어질 차례라는 생각은 도박사의 오류(서로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확률적 사건 이 서로의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착각에서 기인한 논리적 오류?옮긴이)다. 확률의 신은 다음 추락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100만 번의 비행 횟수를 세며 기다리지 않는다. 다음 충돌사고가 남은 항공기들 사이에서 균일하게 분포되도록 신경 쓰지도 않는다. 따라서 어느 항공사가 두 차례 연속 추락 사고를 당할 확률은 서로 독립적이라 생각할 수 없다.

생산성 전쟁에서 승리하는 회사들을 살펴보면, 대개 직원들에게 생산성 시간, 낮잠시간, 운동시간, 그리고 일을 할 수 있는 차분하고 고요하고 질서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끊임없이 일을 하라고 다그치는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서는 깊은 통찰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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