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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 정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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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정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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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심리학은 나에게 최고의 에너지를 주었다. 항상 ‘깊은 속내를 나눌 만한 또래 친구가 별로 없다’며 ‘나는 친구를 사귀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학대하던 나에게, 심리학은 가르쳐주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마음과 친구가 되는 법을. 나는 나를 충분히 아끼고 보살피지 못했고, 그 우울한 마음 때문에 타인을 보듬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음을 알게 되었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동안 나는 내 안의 못 말리는 다정함과 화해했다. 다정다감함이야말로, 자상함이야말로, 이토록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내가, 그 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사랑을 잃지 않고 평생을 버텨낸 내 안의 내적 자산이었고, 최고의 회복탄력성이었다.

사랑이 부족해서 상처가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것이었다. 아주 많이 사랑하지만, 아주 깊이 서로를 미워하는 복잡한 애증의 관계는 이렇게 우리 가슴 속에 깊은 트라우마의 터널을 만든다.

트라우마를 자신의 게으름이나 실수를 해명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한다면, 트라우마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변명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면, 우리는 트라우마로부터 아무것도 배우고 있지 못한 것이다.

열망의 리스트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무조건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크고 깊은 꿈의 큰 가지가 제대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욕망의 잔가지들을 조심스레 쳐내주자.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성과에 신경 쓰는 마음의 잔가지들을 쳐주고, 내 인생의 커다란 드라마를 상상하며 큰 그림을 중심으로 욕망의 가지치기를 해보자.

심리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날마다 이 세상과 새로운 사랑에 빠질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더욱 투명하게, 부드럽게, 해맑게 가꾸는 일이다. 상처를 삭제할 수는 없지만, 상처를 바라보는 나의 프레임을 바꾸는 것, 그것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이다.

조직에서 버려질까 봐 두려워하기보다는, 후회 없이 이 순간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미련 없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사랑하는 것, 그것이 프리랜서의 삶이 내게 가르쳐준 용기의 본질이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학생의 어깨를 말없이 안아주며 깨달았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글쓰기의 전략이 아니라 아픔을 털어놓을 사람임을. 아이들은 단지 글쓰기 선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마음을 다해 들어줄 친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자기치유법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일을 해보는 것이다. 여행이나 산책을 하거나, 영화나 전시를 보거나, 그리운 사람들을 잠깐씩이라도 만나는 것. 그것만으로도 스트레스는 자연스럽게 풀린다

삶에 대한 되새김질의 몸짓이 부족할수록, 번아웃에 빠질 위험에 노출된다. 되새기는 것, 돌아보는 것, 헤아려보는 것이야말로 삶의 속도전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챙김의 기술이다.

내 삶을 내가 일으킬 수 있다는 믿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나를 둘러싼 세상을 내 힘으로 조금이라도 더 살 만하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 삶의 주권을 되찾는 적극성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첫 번째 우울증 치유제가 되어줄 것이다.

괴로움이 우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을 향한 집착이 우리를 파괴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 슬픔은 더 이상 우리를 파괴하지 못한다. 괴로움과 나는 동의어가 아니다. 슬픔과 나는 동의어가 아니다.

내 삶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 그것은 내 인생의 주도권을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는 강인한 뚝심을 기르는 것이다. 내 삶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용기를 한순간도 잃지 않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문구

너는 이겨낼 수 있어
너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어
그리고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야
참기 힘든 고통의 순간
나를 견디게 해줬던 것은
내 삶을 바꿀 용기가 내 안에 있다는
눈부신 발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