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사람들은 힘들어하는 이에게 응원의 뜻을 담아 “힘내라!”라고 말한다. 물론 좋은 마음에서지만 차라리 “힘 빼라!”라고 말해주는 게 나을 때도 있다.
- ‘만다꼬’ 중
꿈은 클수록이 아니라 다양할수록 좋다고 믿는다. 나는 자꾸만 삶을 비장하게 만드는 말들이 싫다. 사는 게 힘들기만 한 사람은 인생을 예찬할 수 없다. 나는 완주와 기록에 의의를 두기보다는 삶을 선물로 여기게 만드는 순간들을 더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다. 만다꼬 다들 그래 뛰가야 됩니꺼?
- ‘만다꼬’ 중
게다가 조금 더 생각해보니 ‘내가 해봤다’는 건 결국 별로 소용없는 일이었다. 후배는 내가 아니며, 그 관계가 나의 경험과는 다르게 전개될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래, 이게 바로 꼰대 짓이구나. 내 경험에 비추어 미리 다른 이의 경험을 재단하려는 마음. 후배는 앞으로 마음을 크게 다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또한 자기 선택이고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경험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운다.
- ‘충고 하지 말라는 충고’ 중
그 집을 나와서 길을 걷다가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토익 시험을 보러 갔던 날을 떠올렸다. 대학교 4학년 때였으니 1999년이다. 일요일이었고 시험장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느 고등학교였다. 휴일 아침 일찍이었지만 시험이 있어선지 학교 앞 문방구가 열려 있었다. (……) 다들 내민 손에서 그래봤자 500원, 1,000원 정도의 금액을 잇따라 받고 잔돈을 거슬러주느라 분주하던 문방구 아저씨가 흥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유, 돈을 갈퀴로 긁네, 긁어~.”
사람들도 나도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이 어찌나 유쾌했던지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 ‘돈을 갈퀴로 긁는 사람’ 중
“하나.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사람에게서 너무도 많은 도움을 받아왔어. 이제 내가 너에게 그 친절을 돌려주는 거야. 그러니 하나, 너도 여행을 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만나면 네가 받은 친절을 그 사람에게 돌려줘.”
그 후로도 나는 수많은 여행지에서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때론 작은 보답을 할 수 있었고 감사 편지를 쓴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럴 상황이 못 되었다. 그러나 나는 마음의 빚 따위는 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답은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하는 거니까.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가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면 되니까. 그렇게 해야 따뜻함의 순환이 생겨나는 것이다.
- ‘보답은 릴레이로’ 중
엄마가 무심하지 않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엄마는 언젠가 잔소리하지 않기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 적도 있다. 다만 고민 끝에 ‘상수리 이론’에 따라 나를 내버려두기로 결정한 것이다. ‘상수리 이론’이란 무엇이냐? 그건 내가 친정 엄마의 간섭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 얘기를 했을 때 엄마가 대뜸 한 말에서 비롯한 이론이다.
“니 도토리가 왜 동그란지 아나? 상수리나무 밑에선 상수리나무가 못 자란단다. 그래서 엄마 나무에서 떨어지면 되도록 멀리까지 굴러갈라꼬 동그랗게 생깄다 카네.”
- ‘최고로 좋은 때’ 중
의미를 찾기엔 완벽하게 허무한 삶에서, 한 존재가 다른 수많은 존재 중에 하필 바로 그 단 한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막연히나마 ‘아, 내가 이 사람을 만나려고 이 세상에 왔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사건이라니, 대단한 위로가 아닐 수 없다. 종교가 주는 위로에 필적하는 위로다. 누가 종교에 대해 물어보면 나는 “전능한 신보다는 무능한 인간들 사이의 사랑을 더 믿어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 ‘연애가 망해도 인생은 남는 것’ 중
사랑은 인간에게 닥치는 가장 근사한 이벤트이자 동시에 가장 크게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사랑은 개체에서 전체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해본 자만이 인류를, 나아가서는 전 존재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라고 여기는 바로 그 마음이 결국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불러오는 신비라니. 사랑의 강력한 힘은 그와 나 사이를 경계 짓는 울타리를 부숴버린다. 사랑만이 전면적으로 상대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또 기꺼이 상대를 내 안에 들여앉히는 기회가 된다. 그런 경험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세계는 넓어진다. 진정한 사랑이 서로를 성장시키는 이유다.
- ‘연애가 망해도 인생은 남는 것’ 중
처음 겪는 일들을 파도처럼 맞닥뜨리면서 정신없이 그것을 헤치며 살아오는 동안 내 안에는 파도에 실려 온 모래 같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쌓여왔다. 이제 그 모래 알갱이들은 제법 두툼한 켜를 이루어 웬만한 파도에는 쉽게 휩쓸려버리지 않는다. 익숙함이란 그런 켜 같은 것이고, 그 켜들이 이루는 무늬를 좀 떨어져서 바라보게 될 때 통찰이 생겨나는 듯하다.
- ‘어머니의 연애 비결’ 중
모두가 춤추는 공연에서 커다란 DSLR을 들고 우직하게 무대를 찍고 있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백이면 백 한국 사람이다. 그는 해상도 높은 사진들을 증거물로 제시하며 공연이 참 신나고 좋았다고 말하겠지. 미쳐서 춤추라고 하는 공연 속에 그는 발 한 번 까딱이지 않았음에도. 그건 진실일까? 나라면, 어떤 풍광에, 어떤 음악에, 어떤 감정에 푸욱 뛰어들었다 나와, 아무런 그럴듯한 증거물도 없이 그냥 맥주 한 잔 놓고 침을 튀기며 말하겠다. 그 느낌이 어땠는지, 그 경험이 나를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 ‘국립 탱고아카데미’ 중
“우리는 돈을 버는 법은 모르지만, 인생을 사는 법은 안다. 좋은 날도 지나가고, 나쁜 날도 지나간다. 하루는 지나가는 것이니, 좋게 보내는 게 낫지 않겠는가.”
- ‘해변의 삶’ 중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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