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인 것 같지만, 살다 보면 누구나 이런 물음과 마주하는 순간이 있다. 특히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치여 지치고 무기력해졌을 때가 그렇다. 그럴 때 단 한 문장이라도 그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주는 글을 만나면, 마치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깜짝 놀라면서도 크게 위로받게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는 이처럼 오늘날 자기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진솔한 공감과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인문 에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전승환 작가는 세 권의 에세이를 쓴 작가이자, 책에 담긴 좋은 글귀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하는 ‘책 읽어주는 남자’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7년간 그가 전하는 글에 공감하고 위로받는 이만 매주 150만 명에 달한다. 이 책은 그런 작가가 자기 정체성을 살려 쓴 첫 번째 인문 에세이이자 독서력의 정수를 담아낸 책이다. 인문 고전, 철학, 역사는 물론, 시,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려 뽑은 130여 편의 ‘인생의 문장들’을 작가 개인의 진솔한 경험담과 함께 전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에는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은 물론 명쾌한 삶의 통찰이 담긴 문장들이 가득하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바쁘게 살아오느라 방치하고 있던 나의 감정, 시간, 관계, 세계를 점검하게 된다. 그렇게 애써 외면했던 자신의 속마음과 마주하고 위로할 때, 우리는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사랑하는 마음까지 되찾을 수 있다. 만약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르겠다면, 지치고 무기력한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이 책에서 나만의 ‘인생의 문장’을 찾아보자.
책속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책과 문장이야말로 우리가 힘들 때 꼭 필요한 위로를 건넨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책은 우리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고 대가도 바라지 않으니까요. 그저 묵묵히 곁에 서서 우리 스스로 마음속 깊은 곳을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죠. 게다가 책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교감의 매개 역할도 합니다. 우리 눈앞에 닥친 힘겨운 일들을 나 혼자서만 겪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이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히 그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큰 위로를 받는 거지요.
_들어가는 말 〈묵묵히 내 곁에 있어주는 것〉
불쑥 슬픔이 찾아올 때, 제겐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더 외로워지는 겁니다. 의자에 앉아 책을 펼치고 오롯이 혼자가 되어,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이야기나 문장을 찾는 거죠. 그러나 뭔가 쿵 마음에 와닿을 때면, 나도 모르게 펑펑 눈물이 납니다. 그럴 땐 마음이 풀릴 때까지 맘껏 울면 됩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요. 홀로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그 안에 있는 것과 솔직하게 마주하는 거지요.
_〈마음의 밑바닥에서 슬픈 소리가 들리면〉
다른 사람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가 내키지 않는 일을 하면 행복할 리 없죠. ‘무조건 이건 해야 돼’라는 건 없어요. 다른 사람이 아닌 지금 내 마음의 목소리에 차분히 귀 기울이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할 겁니다. ‘바로 지금 네가 행복한 일을 해. 누군가 손가락질하고 못마땅해하더라도, 정말 원하는 일을 해’라고 말이지요.
_〈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후회라는 감정에 지나치게 매몰돼서는 안 됩니다. 후회하는 대신 내가 저지른 잘못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반성함으로써 다시 삶을 살아갈 힘을 얻어야 하는 거죠. 저 역시 잘못을 후회하고 반성할 때마다 철학자 키르케고르가 했던 말을 격언처럼 되새기곤 합니다. “인생은 뒤돌아볼 때 비로소 이해되지만, 우리는 앞을 향해 살아야만 하는 존재다.”
_〈후회가 남지 않는 사랑〉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당신 자신이 되세요. 그것이 여러분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니까요.” 다만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것만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라는 문장에 저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 마땅히 그에 걸맞은 행복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리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세상의 기준을 따르고 다른 사람의 시선만 신경 쓰는 게 어른인 걸까요? 저는 모두가 그런 어른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_〈어른의 시간이 시작되어도〉
“나는 언제나 섬일 수밖에 없었지요. / 돌아보면 늘 섬이 술을 마시고 있었지요”라는 문장을 가만히 되뇌면, 마치 작가가 곁에서 술잔을 기울여주는 기분이 듭니다. 그 정도로 위로가 되었죠. 제 자신이 고립된 섬처럼 느껴질 때 다른 어떤 사람의 말보다 이 시가 제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마치 이렇게 응원해주는 것 같았어요. 나도 비슷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고. 살다 보면 다들 그럴 때가 있지만, 이렇게 술잔을 기울이고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된다고.
_〈돌아보면 언제나 혼자였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라는 말은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런 관용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도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김수현 작가 역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내린 최종적인 결론은, 세상이 나의 존재를 무가치하게 여길지라도 나는 나를 존중하고, 나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도 된다는 거였다.”
_〈당당하고 자유롭게〉
행복하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말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프롬은 정반대로 말합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해야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고 말이죠. (……) 사랑은 처음부터 외부 대상을 향해 있는 활동입니다. 이를 가리켜 프롬은 사랑은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활동이며, 혼자 빠지는 게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_〈너와 나, 우리는 이 세계에서 함께〉
종종 한번 펼친 책을 끝까지 읽어야 독서를 했다고 생각하거나, 다독의 중요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저는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기 위해선 이런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 한 권의 책, 몇 페이지의 독서를 통해 ‘인생의 문장’을 발견했다면, 그 책을 끝까지 읽었는지, 그 외에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따질 필요가 없으니까요. 바로 이런 이유로 저는 이 책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에서도 ‘인생의 책들’이 아니라, ‘인생의 문장들’을 소개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_나가는 말 〈인생의 책들이 아닌 인생의 문장들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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