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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 김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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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김보통

만화가이자 수필가인 김보통의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김보통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 그간 먹어온 디저트와 디저트에 담긴 에피소드를 담백하고 위트 있게 풀어낸다. 그동안 여러 책에서 보여 왔던 작가의 태도-이를 테면 그저 살아가는 한 살아갈 뿐이라는 무던한 듯하지만 실은 낙관적인 태도-는 디저트를 먹으며 배워온 삶의 방식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디저트로 세상을 배웠다는 작가답게 세상과 사회를 향한 따뜻하지만 예리한 시선 역시 놓치지 않는다. 마음껏 디저트를 먹는 삶을 살고 싶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책에는 작가가 어린 시절 맛본 디저트부터 여행지에서 먹은 디저트 그리고 성인으로 성장하며 먹어온 디저트까지 총 40가지의 디저트가 등장한다.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디저트를 비롯해 디저트가 주는 따뜻하고 행복한 순간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무엇보다 슬플 때도, 울컥할 때도 그 곁엔 디저트가 있었다. 대단할 것 없지만, 한 입 베어 문 순간 위로가 되는 달콤한 맛. 디저트가 주는 위로는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 기쁨마저 가져오니, 바로 김보통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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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과외로 세상을 배웠다. 과외를 많이 받았다는 건 아니고, 많이 했다는 얘기다.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다. 안 하면 대학을 다닐 수가 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했다. 거리가 멀거나, 과외비가 적어도 가리지 않았다. 학생 집까지 한 시간 반 이상을 가야 하는 때도 있었다.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이동하며 과자로 때울 때도 많았다. 덕분에 미팅을 하거나 클럽을 가본 적이 없다. 엠티 역시 신입생 때 한 번 가봤을 뿐이다. 조금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말했듯 나는 과외로 세상을 배웠다. 대단할 것은 없지만 그걸 위안으로 삼는다.”

“다시 말하지만, 무기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당연히 한방에 이 괴로운 감정을 잊게 해줄 해결책도 쉽게 얻을 수 없다. 그럼에도 당장의 무기력이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탓에 반전을 바라며 더 크고 강한 성취를 원한다. 하지만 큰 성취는 그만큼 성공 확률이 낮아 많은 경우 더 크고 강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니 베이글을 만들어 보시길. 삐뚤빼뚤 꽃을 그려보고, 턱없이 짧은 목도리를 짜보시길. 놀이터 철봉에 매달리고, 색종이로 거북이를 접어 보시길. 작은 성공의 연속에서 성장을 확신하시길. 사소한 실패를 겪으며 좌절에 둔감해지시길. 별것 없는 성취를 반복하며 승리를 체험하시길. 그런 나날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무기력을 등에 지고 살아갈 수 있는 어떤 신념이 생길지 모르니.”

“하지만 우리가 망하는 건, 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지 우리 탓이 아니에요. 미디어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나와 싱글 싱글 웃으며 노력해서 성공했다 말하지만 마이크를 쥐어 줘야 하는 건, 망한 사람들, 실패한 사람들이에요. 정말 망한 건, 평범한 노력으로는 살기 힘든 우리 사회예요.” “여러분. 우리 아무렇게나 살아, 아무거나 됩시다. 그리고 어디선가 꼭 만나요. 앞으로도 소소하게 망하고, 소소하게 살아갑시다.”

“고된 삶 속 어느 지친 저녁, 묵직한 사타안다기가 전해주는 안도감이란 참으로 든든했다. 앞이 보이질 않아 끝을 알 수 없고 답도 모르는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어찌됐든 계속 가봐야겠 다는 용기를 주었다. 아. 이래서였구나. 그제야 이렇게 커다란 사타안다기를 만든 사람의 속뜻을 제멋대로 깨달았다. 기회가 된다면 당시의 나처럼 막연함에 지친 누군가에게 맛보여주고 싶은데, 그곳이 어디인지 도통 모르겠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초코소라빵을 먹노라면, 만드는 법을 배워 무진장 싸들고 다니며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서야 결핍을 충족하게 될 아이를 한 명이라도 줄이고 싶다. 창밖에 서서 초코소라빵을 바라보기만 했던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 싶다.”

“많은 것이 되어야 할 대로 되었다. 느리더라도 올바른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파는 크레이프는 여전히 현란해 그 뒤로 먹은 적이 없다.”

“번데기는 미지의 음식이었다. 슬쩍 곁눈질로 보면 영락없는 벌레로 만든 죽이었다. ‘맛있을까?’라는 생각 이전에 ‘음식인 가?’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냄새를 맡으면 혼란이 더해졌다.
여덟 살 인생에 처음 맡는 것으로, 이전에 맡아본 적 없는 고소한 냄새였다. 단지 벌레를 삶는 냄새인데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에 금기를 목격한 것만 같아 가슴이 두근거리고, 나아가 금기를 어기고 싶은 충동까지 생겼다.”

“모두가 나의 편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내 곁에 둘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디저트 역시 마찬가지. 모두가 디저트를 좋아할 수는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살고, ‘디저트를 좋아하느냐 마느냐’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물론 다른 것에 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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