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이후 단숨에 수많은 독자와 문단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류진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장류진의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창작과비평' 웹사이트에 공개된 직후 SNS를 통해 입소문이 급격히 퍼지면서 해당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접속자가 많았고 누적 조회수가 40만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후로도 발표하는 작품마다 탁월한 재미와 개성을 선사하며 숨가쁘게 이어진 작가의 행보는 등단한 지 꼭 1년 만에 소설집을 출간하는 보기 드문 결실로 이어지게 되었다. 소설가 정이현은 이 책을 두고 "오늘의 한국사회를 설명해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추천사)이라 평했다.
여기 실린 8편의 소설은 주로 이삼십대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자의 애환이 담긴 직장생활의 디테일이 대단히 실감나게 그려졌음은 표제작에 대한 '현직'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거니와 작가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상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청년들의 아픔을 세심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반짝이는 우리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아름답게 담아낸다.
눈물짓되 침잠하지 않고, 힘에 부치지만 자기 나름의 지혜로 잘 버텨나가며, 어떻게든 삶의 기쁜 장면을 만들어낼 줄 아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가 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책속에서
나는 언니 앞에 놓인 그릇을 건너다봤다. 아래 깔린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우튀김이 빼곡했다. 하나, 둘, 셋…… 보이는 것만 해도 여섯개였다. 언니는 활짝 웃더니 손뼉까지 짝짝 소리가 나게 쳤다.
“이렇게 새우 많이 주는 데는 처음 봤어. 여기 너무 좋다, 그치?”
나는 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언니가 특 에비동 시켜서 그런 거잖아요.”
“응?” (「잘 살겠습니다」)
“사람들이 포인트를 그렇게 좋아하나?”
“다들 좋아하지 않나요?”
“그렇죠. 그래서 또 자신 있게 대답했지. 네, 좋아합니다!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알아요?”
“글쎄요.”
“그렇게 좋은 거면 앞으로 일년 동안 이차장은 월급, 포인트로 받게.” (「일의 기쁨과 슬픔」)
지유씨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녀가 내뱉는 말의 호흡과 나의 호흡이 잘 어우러져 특유의 리듬감 같은 게 생겼다. 우리는 존대와 반말, 유쾌와 재치, 다정함과 짖궂음을 카드 패처럼 번갈아 내놓으며 놀았다. 그녀는 잘 웃었고 또 잘 놀렸다. 공수에 모두 강했다. 정말이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오늘은 만원 더 넣었어요.”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아주머니가 양손으로 봉투를 받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다음부터 그녀는 우리 집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이렇게 묻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떻게, 창틀 청소할까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러나 꾹 참고 있는 설렘을 감출 수 없는 목소리로. (「도움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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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불안한 모든 직장인들에게 전하는 위로 |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 꼬꼬독 e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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