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완벽한 1년
샤를로테 루카스(Charlotte Lucas)
샤를로테 루카스 장편소설. 샤를로테 루카스는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를 쓴 비프케 로렌츠의 또 다른 필명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누구나 한 번은 고민했음직한 인생의 크고 작은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선다. 각기 다른 사고방식의 남녀가 사랑하고 이별하는 모습들에서 인생과 운명을 보여준다.
"당신에게 인생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요나단 그리프는 오랫동안 이 질문을 잊고 살았다. 아내는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았고 아버지는 치매에 걸렸다. 그러나 대저택과 유명 출판사를 소유한 그는 번거로운 일들을 돈으로 해결하며 오직 평온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는 데 만족한다. 1월 1일도 언제나처럼 새벽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하던 그는 30년 전 자신을 떠났던 어머니의 서체를 닮은 글씨들이 가득 적힌 새해의 다이어리를 우연히 손에 넣는데….
"당신에게 인생의 의미란 무엇입니까?" 한나 마르크스에게 이 질문의 답은 너무나 명확했다. 좋은 것을 보는 것,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것,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 가끔은 우연에 삶을 맡겨 보는 것. 하지만 운명은 한나의 인생을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데….
책속에서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계속 페이지를 넘겼다. 남의 일기장을 엿보는 것처럼 옳지 않은 행동인 것을 알지만 참기 힘들었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감탄이 샘솟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일 년의 마지막 날까지 세세하게 기록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12월 31일까지 모든 장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비록 거의 모든 기록이 상투적인 명언들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을수록 요나단은 왠지 슬퍼졌다.
이 다이어리가 그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 너를 놓아주고 싶어.”
“그래, 좋아!” 한나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 우리 결혼해!”
벌떡 일어나 테이블을 가로질러 지몬을 끌어안으려던 한나는 도중에 지몬이 한 말을 깨달았다. 한나는 어리둥절해하며 다시 앉았다.
“미안한데…… 지금 뭐라고 했어?”
“너를 놓아주겠다고 했어.”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네가 다른 남자를 만나 행복해질 수 있도록 너를 놓아주기로 했어. 마음이 많이 아프고 정말 힘들지만 나는 너에게 적당한 남자가 아니야.”
“뭐라고?” 한나는 환청을 쫓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샴페인 두 잔 마셨다고 이렇게 정신이 나가다니! 한나는 지몬이 잡고 있던 손을 확 뺐다.
‘실현망상’에 빠진 한나가 만든 어설픈 졸작, 남자친구에게 약간의 “라라라”와 “으쌰으쌰” 그리고 “내 몸의 모든 세포가 행복해” 같은 헛소리를 해주면 그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멍청한 믿음.
이 생각만으로도 한나는 지몬과 똑같이 하고 싶었다. 식칼로 동맥을 끊어버리거나 4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 이것만이 그녀가 한 짓에 대한 타당한 벌일 것이다.
요나단 N. 그리프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혹은 누군가 그의 내면에 불꽃을 지펴서 활활 타오르게 만든 것 같았다.
다시 네 살로 돌아가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서 그토록 원하던 장난감 자동차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어머니가 그를 안아주며 귀에 대고 “니콜리노”라고 조용히 속삭이는 듯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요나단 그리프는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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