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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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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기념비적인 데뷔작. 고전을 읽을 땐 혹시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본의 대문호이자 국민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의 이 작품은 단연코 그렇지 않다. 읽다 보면 허를 찌르는 유머에 놀라 킥킥대며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1905년에 출간되어 115년이 지난 소설이 이토록 유쾌하고 놀라울 수 있는가. 왜 그의 소설은 아직도 끊임없이 새로운 독자들을 만들어내며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가. 국어사전에 필적할 만큼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완독에 도전하게 만들고 싶어지는가.

일본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대문호이자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나쓰메 소세키의 데뷔작으로 무명작가였던 소세키를 세상에 알리는 신호탄이 된 작품이다. 고양이를 1인칭 관찰자로 등장시켜 인간 군상을 예리하게 관찰했으니 당시 독자들에겐 얼마나 신선한 충격이었을까. 이 작품은 백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여전히 일본 문학 최고 작가의 최대 걸작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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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맛있는 음식도 먹지 못해서 별로 살도 찌지 않지만, 점점 건강해지고 절름발이도 되지 않고 그날그날을 살고 있다. 쥐는 결코 잡지 않는다. 하녀는 여전히 싫다. 내 이름은 아직 없지만, 욕심을 내면 한이 없기 때문에 평생 이 교사 집에서 무명의 고양이로 생을 마칠 생각이다.

“어머, 고양이가 조니를 먹고 춤추고 있어.”
아이들이 큰 소리를 낸다. 이 소리를 제일 먼저 들은 것이 하녀이다. 하네도 하코이타도 내팽개치고 부엌으로 “어머나.” 하고 뛰어든다. 안주인은 가문이 표시된 바탕이 오글오글한 평직의 비단옷을 입고 말했다.
“짜증나는 고양이군.”
“이 바보 녀석.”
주인마저도 서재에서 나와 한마디를 한다.
‘재미있어, 재미있어.’ 하는 것은 아이들뿐이다. 그리고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깔깔 웃는다. 화가 나고, 괴로운데, 춤을 멈출 수가 없어 곤란했다. 겨우 웃음이 그칠 듯해지자, 다섯 살 난 여자아이가 “엄마, 고양이도 고약하네.”라고 말했기 때문에 기울어진 형세를 만회하는 기세로 또 마구 웃어 댔다. 동정심이 부족하다는 인간의 행실에 대해 꽤 보고 들었지만, 이때만큼 원망스러운 적은 없었다.

주인은 태연한 얼굴로 코털을 한 가닥 한 가닥 정성스럽게 원고용지 위에 심는다. 살이 붙어 있기 때문에 똑바로 바늘을 세운 것처럼 선다. 주인은 생각지도 못한 발견을 하여 몹시 감격했다는 태도로, 훅 하고 불어 본다. 접착력이 강하기 때문에 결코 날아가지 않는다.
“쓸데없이 끈질기군.”
주인은 열심히 분다.
“잼만이 아니에요. 그 밖에 사야 하는 물건도 있어요.”
아내는 몹시 불평스러운 기색이 양 볼에 가득하다.
“있을지도 모르지.”
주인은 두 손가락을 집어넣어 확 잡아당긴다. 붉은 것, 검은 것, 여러 가지 색이 섞인 중에 한 가닥 하얀 것이 있다. 크게 놀란 모습으로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주인은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그 코털을 아내의 얼굴을 앞으로 내민다.
“어머, 싫어요.”
안주인은 얼굴을 찡그리고, 주인의 손을 밀어낸다.
“좀 봐, 흰 코털이라고.”
주인은 크게 감동한 모습이다.

나는 지금 그저 휴식을 원할 뿐이다. 이렇게 졸려서는 사랑도 할 수 없다. 느릿느릿 아이들이 있는 이불자락으로 돌아 들어가 기분 좋게 잔다…….

인간 세상에서 행해지는 사랑의 법칙 제1조는 이렇다고 한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동안은, 마땅히 사랑해야 한다.’

세상에 심심한 것만큼 참기 어려운 것은 없다. 뭔가 활기를 자극하는 사건이 없으면 살아 있는 것이 괴롭다.

나는 고양이다. 고양이 주제에 어떻게 주인의 심중을 이렇게 정밀하게 기술할 수 있는지 의심하는 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정도의 일은 고양이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이래 봬도 독심술을 터득하고 있다. 언제 터득했느냐 같은, 그런 쓸데없는 것은 묻지 않아도 된다. 하여간 터득하고 있다. 인간의 무릎 위에 올라 자고 있는 동안, 나는 내 부드러운 털옷을 살짝 인간의 배에 비벼 댄다. 그러면 한 줄기 전기가 일어나 그의 뱃속의 내막이 손에 잡힐 듯 내 마음의 눈에 비친다.

인간의 정의를 말하자면 달리 아무것도 없다. 그저 필요 없는 것을 만들어 스스로 괴로워하는 자라고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현대인은 나를 잊지 말라고 가르치니 전혀 다르네. 하루 종일 자의식에 충만해 있네. 그러니 하루 종일 태평할 때가 없지. 늘 초열지옥이네. 천하에 뭐가 약이냐면 나를 잊는 것보다 좋은 약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