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이애경
<그냥 눈물이 나>의 저자이자 윤하, 조용필 곡의 작사가 이애경의 에세이로, 단단해지고 싶은 독자들에게 전하는 노랫말 같은 메시지 67편을 담고 있다. 결국 서른 썸싱(something)이 된다는 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는 게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 잘 견뎌 내는 방법을 알아 가게 된다’는 것. 그 방법을 더듬어 가는 위로와 격려의 글들을 담았다.
여성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전작 <그냥 눈물이 나>에서 선보인 짙은 감성과 깊은 공감에 한층 성숙된 언어와 시선이 포개어졌다. 잔잔하고 따스한 사진이 어우러진 이야기들은 작사가가 써 내려간 글답게 마치 노랫말을 읽는 듯 뛰어난 리듬감과 감수성을 지닌다.
책속에서
안 보이면 걱정될 때부터 사랑일까,
- '어디서부터 사랑일까' 중에서
보고 있을수록 걱정될 때부터 사랑일까.
네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부터 사랑일까,
너에게 시선도 못 주고 네 옆을 재빨리 지나갈 때부터 사랑일까.
하루에도 몇 번씩 네가 생각날 때부터 사랑일까,
머릿속에서 떨쳐 내려고 애쓰는 때부터 사랑일까.
사랑을 쓰려면
- '사랑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자체로 꼼꼼하게 써 주길.
잘못 읽거나 못 알아보는 일이 없도록.
너의 필체를 내가 정확히 기억할 수 있도록.
이별이 아픈 이유는
- '미안해, 널 미워해' 중에서
우연히라도 너와 더 이상 마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내 삶의 반경이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너에게 가는 데 익숙했던 발걸음을 다잡고
익숙한 거리를 피해 애써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 하는 건
마치 관성을 거스르듯 자연의 법칙을 깨는 일이라
몇 배의 힘과 노력을 요하는 서툰 작업.
쓰지 않던 마음의 근육을 써서
너에게로 가려는 마음을 제자리로 당겨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와의 대화가 고스란히 떠오른 지금, 주인을 잃은 이야기들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는데, 내가 내뱉은 말이 공중에서 분해된 채 무덤덤하게 떠돌고 있었다. 마음이 자꾸 뻐근해져 왔다. 나는 주사 맞은 부위를 알코올 솜으로 문지르듯 마음을 토닥이며 문지르고 또 문질러 주었다. 숨이 가빠지는 것 같아 찻잔을 집었는데 눈물이 났다. 히비스커스 차에 눈물이 블렌딩되는 내내 그냥 내버려 두었다.
- '이별이 끝난 뒤' 중에서
동해안으로 바닷바람을 맞으러 가 볼까, 안면도로 빠져 석양을 보고 올까. 아니면 별빛 쏟아지는 강원도의 밤을 지내고 채식으로 차린 아침 정찬을 먹을까. 단꿈을 꾸듯 표류하는 상상력에 미소가 떠올랐다.
- '혼자라서 좋은 것' 중에서
혼자라는 건, 최고의 선택인 거야.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중요한 것은 무엇을 결정하든지 간에 내가 결정하기에 특별해진다는 사실. 때문에 결정한 곳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작지만 큰 실행은 나에 대한 예의이자 존경심의 표현이다. 내 결정의 특별함을 믿어 주고 기다려 주는 것 또한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특권. 다른 사람의 결정을 흉내 내지 않고, 타인의 속도를 따라가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가는 것.
- '내겐 너무 특별한 무엇' 중에서
겨울이 길다고 걱정하지 말자.
- '인생의 겨울에 서 있다면' 중에서
겨울이 길면
봄은 순식간에 찾아오니까.
달기만 한 인생은 없다.
- '인생은 아포가토' 중에서
쓰기만 한 인생도 없다.
인생은 아포가토.
온기와 냉기가 공존하는
달콤 쌉쌀한 디저트 같은 것.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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