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정약용의 인생강의
정약용
다산이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 가훈을 엄선하여 주제에 맞게 나누고 이해를 돕기 위해 오늘날에 알맞은 해설을 덧붙여 편역한 책이다. 총 4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공부를 하는 법, 돈을 벌고 쓰는 법, 사람을 사귀는 법, 삶을 살아가는 법이 그것이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는 세상과 부딪쳐야 할 젊은 세대에게 띄우는 인생 선배의 걱정과 격려가 가득하다.
책속에서
정약용은 실천을 통해 배움에 대한 진정성을 세우고, 그 다음에 독서를 할 때에만 비로소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공부를 효도, 공경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표현한 것에는 사람다운 사람이 된 후에야 비로소 공부도 할 수 있다는 함의가 담겨 있다. 최소한의 윤리가 몸에 밴 후에야 배움에 진정한 뜻을 둘 수 있다고 본 다산은 그 진정성을 토대로 책을 읽을 때에만 독서가 깊이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아니다. 시대를 아파하고 속된 세상에 분개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훌륭한 일은 칭송하고 잘못된 일은 풍자하고 징벌하는 것이 아니면 시가 아니다. 따라서 품은 뜻이 굳건하지 않고 배움이 순정하지 않으며, 위대한 도리를 아직 탐구하지 않았고 정치 지도자를 도와 백성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시를 지을 수가 없다. 너는 이를 알고 힘쓰도록 해라.
작가의 대외적인 이미지나 평가는 과거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책을 쓰기 전에 먼저 인격을 갖추어라.” 다산이 자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자식들에게 늘 잔소리하는 다산이었지만, 잠시 공부를 미루어 두고 몸가짐과 행동하는 법을 먼저 익히라고 주문한다. 그런 후에 자신의 역량을 잘 헤아려서 분수에 맞는 저술 활동을 하면 많은 사람이 사랑해준다고 말한다.
재화를 비밀스럽게 저장해두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그러면 도둑에게 빼앗길 염려도 없고, 화재로 인해 소실될 걱정도 없으며, 소나 말이 운반하는 고생을 치를 것도 없다. 게다가 자기가 죽은 후에도 꽃다운 명성을 가져갈 수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이익이 어디 있겠느냐. 재물은 꽉 쥐려고 할수록 손에서 더 미끄럽게 빠져나간다. 재물이란 점어(鮎魚)와 같은 것이다.
물 한 방울로 불을 끌 수 없는 것처럼 재물에 대한 갈증은 끝내 해소되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 올바른 근본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 경건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경전을 연구하고,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과수원과 채마밭을 가꾸는 데 힘쓰며, 순수한 마음으로 도리를 지켜나가고, 불필요한 일을 덜어내고 소비를 줄이거라. 이렇게 하여 집안을 지키는 훌륭한 자손이 되기를 바란다.
아침에 햇볕을 먼저 받는 곳은 저녁에 그늘이 빨리 들고, 일찍 피는 꽃은 그 시듦 또한 빠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람은 급박하게 돌고 돌아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이 세상에 뜻을 품은 자는 한 차례 재해를 겪었다 해서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 사나이 가슴속에는 늘 송골매가 가을하늘을 솟구치는 듯한 기상을 품어야 한다. 세상도 작다고 여기고 우주를 손쉽게 주무른다는 기상을 가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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