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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 김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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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김신회

<서른은 예쁘다>의 작가 김신회의 에세이. 서른, 지금 자신이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어찌 보면 서른의 일상은 늘 불만덩어리로 가득한 것 같다. 종이 짝처럼 접혀서 앞사람의 귓속까지 볼 수밖에 없는 출퇴근 지하철 안, 이번에 엄마 친구 딸은 누구누구와 결혼을 한다는, 의도가 빤한 엄마의 잔소리, 매번 이러한 일상을 무기력하게 반복하고 있는 나까지.

그래서 새해가 되면 이번만큼은 스스로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에 수많은 다짐과 계획을 세우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은 늘 유통기한 삼 일짜리로, 흐지부지해지고 만다. 왜냐하면 헤매고, 부딪히고, 서툴고, 때로는 의지박약한 이 모습 또한 나였기 때문이다.

<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는 오늘보다 살짝 더 즐거운 내일을 위한 계획표이자 행복해지기 위한 변명 일기다. 일상의 반경 100미터를 둘러봐도 서른의 내가 고쳐야 할 것, 당장 끊어야 할 것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나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내 모습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지금의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말은 막연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을 얻거나 거창한 타이틀을 가진 걸 행복이라 착각하는지 모른다. 이 책은 말한다. 부족한 나를 창피해하지 말고, 무언가 채우겠다며 아등바등하지 않으며, 어찌됐든 이게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세월에 내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삶이라면 그 시간을 조금 덜 억울하게 빼앗기는 게 행복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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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관계는 계속 꼬이고
나는 점점 더 바보 같아지는데
이런 나 걱정해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이 한 마디를 떠올린다.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 - 영화 <굿 윌 헌팅>

나는 잘 살고 있다.
그럴 땐 그냥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지
내가 잘못해서는 아니다.

나 중심적으로 살기 도입부 중에서

나를 한없이 황홀하게 하는 대신 한층 더 가난하게 만드는 그 ‘행복 쇼핑’의 앞뒤엔 늘 변명이 따라붙는다. 우리가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고. 노동의 대가로 얻어낸 재화를 보다 질 높게 누리는 일도 어쩌면 우리의 의무라고. 그 변명은 자기 합리화로 이어진다. 세상에 필요에 의한 쇼핑만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만약 있다고 해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며, 어차피 계속 그렇게 살 거면 적어도 죄책감은 조금씩 줄여가야 한다고. 누가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는 거라고 했나. 나는 아로마 향초라는 행복을 일시불로 긁었는걸.
그래도 일말의 양심과 한정된 경제력을 가진 사람이기에 그 행복 쇼핑의 빈도를 최소한으로 줄여보려고 노력한다. 보다 더 저렴한 행복은 없는지도, 어디서 더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지도 따져본다. 행복을 아무런 대가 없이 손에 넣겠다는 요행(!)도 바라지 않는다.

이미 써버린 돈에 대해서는 아쉬워하지 말 것.
대신 그것이 주는 쾌감은 알뜰하게 즐길 것.
언젠가 다가올 또 한 번의 기회를 위해 하기 싫은 일도 견뎌 나갈 것.

행복을 위한 쇼핑 중에서

그러고 보면 나한테 근성이라는 게 남아 있기는 한지. 언제부터인가 치열하게 산다, 열심히 한다는 말에 격하게 경기를 일으키고 ‘아, 되는 대로 살래’라며 탄력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엔 누군가를 만나 식사 메뉴를 정할 때조차 입버릇처럼 “아무 거나 먹자”고 말하지 않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게 귀찮아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었다. 식욕이 살아 있는 인간은 삶에 대한 의욕 역시 살아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럼 나는 살고 싶다는 욕구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건가!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다는 지인들을 볼 때마다 아직 젊다, 며 입을 삐쭉대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부럽다. 무언가에 욕심을 내고 갖지 못해 안달하는 그 모습에는 내가 잊은 지 오래된 ‘근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쌓이고 아는 게 늘었다고 미리부터 포기하거나 타협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된다!’는 생각으로 부딪혀 보겠다며 몸을 날리는 모습엔 사람을 움찔하게 만드는 젊음과 열정이 있으니까.

근성이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패기.
끝까지 지켜내는 끈기.
깨끗이 포기하는 용기.

근성 있는 여자 중에서

기억에 남는 문구

남의 상처를 안다고 자부하지 말 것.
그리고
나의 상처를 이해받기 위해 애쓰지도 말 것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둘러싼 수만 개의 상처에
더욱 유연해질 수 있는 방법은
나도 그렇듯 누군가도 그럴 거라는
단순한 사실을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