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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 제니 로슨(Jenny Law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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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제니 로슨(Jenny Law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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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어둠이 없으면 빛도 없으니까. 고통이 없으면 위안도 없으니까. 나는 이토록 거대한 슬픔을 느낄 수 있으면서 동시에 거대한 행복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쁨의 매 순간을 포착하고 그 순간을 살아간다. 어둠에서 빛으로, 그리고 다시 어둠으로 가는 밝은 대조를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웃음소리가 축복이고 노래임을 인식할 특권이 있다. 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낸 밝은 시간들이 소중히 간직해야 할 특별한 보물임을 깨달을 권리가 있다. 그 순간들이야말로 약이고 진통제이니까. 그 순간들이야말로 삶은 싸워서 쟁취할 가치가 있다는 약속이고, 그 약속은 우울함이 현실을 왜곡하고 나를 반대편으로 끌고 가려 할 때 나를 구해줄 믿음이니까.

제가 보기에 가장 도움이 안 되는 우울증 치료제는 “그냥 힘내”라고 말하는 거예요. 방금 다리를 절단한 사람에게 “그냥 걸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우리에게 정신병이란 ‘월요병’보다 심각한 화학적 불균형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선의를 품은 사람들이 ‘그저 웃으며 힘을 내야’ 회복할 수 있는데, 왜 그러지 않느냐고 말해요. 그럴 때면 저는 그들의 팔을 베어버리고, 빨리 병원에 가서 팔을 붙여야 하는데 왜 팔을 줍지 못하느냐고 비난해볼까 생각합니다. “그냥 두 팔을 주워 병원에 가서 고쳐.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나는 만날 두 팔로 물건을 줍는걸. 우리 모두 그러잖아. 아니, 난 널 도와주지 않을 거야. 너 스스로 할 줄 알아야지. 널 돕겠다고 늘 네 옆에 있어주지는 않을 거야. 노력하면 할 수 있어. 솔직히 넌 팔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더라.”

상황은 점점 나아진다. 우리는 점점 좋아진다. 우리를 움직이는 동력은 흔히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말하는 것과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도달해야 할 산봉우리라고 통용되는 명예, 재산, 파티보다 나만의 천국(고양이 이불 밑에 들어가 트위터를 하거나 좀비 영화 보기)을 선호해도 괜찮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곳엔 놀랍도록 자유로운 뭔가가 있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포착하기 쉽다는 것을 아는 것은 대단한 재능이다. 나를 재충전해주고 평화와 기쁨을 안겨주는 나만의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곳에는 막대한 자유가 있다. 확실히 레드 카펫과 파파라치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말리부 럼주를 부은 바나나 아이스크림을 원한다. 그렇다고 내가 삶의 좋은 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실패자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내 삶에 좋은 것이 뭔지 알아보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코끼리를 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걸 그랬어.”

다시 말해 빛나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해서 판단하지 마라. 빛나는 사람을 피해라. 빛나는 사람은 거짓이다. 아니면 그들이 사실은 전혀 빛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만큼 그들에 대해 알아가라. 빛나는 사람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때로는 자신을 의심하며 혼자 있으라고 말하거나, 우리가 어떤 어리석은 짓을 벌이는지도 모른다고 속삭이는 작동 불량 두뇌의 말에 귀 기울이는 우리가 바로 적이다. 심지어 우리를 빛나는 사람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그들의 어리석고도 어리석은 마음에 축복을!). 그걸 보면 어떤 두뇌도 우리 자신은 고사하고 누군가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없는 게 분명하다.
우리가 어떻게 자신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자신의 최악의 비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우리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지나치게 비판적이며, 때로는 수치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므로 내가 당신은 가치 있고 중요하고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하면 그런 내 말을 믿어라. 아, 똑똑하다는 말도

지난달 빅터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내가 없었다면 그의 삶이 한결 수월해졌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더 수월해졌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더 좋지는 않았을 거야.” 어둠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며칠 동안 나는 그 말을 계속 떠올렸다. 어둠은 곧 지나갈 것이다. 내일이면 상황이 조금 더 밝아질 것이다.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실을 처음 고백하고, 몇 년 동안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낙인찍혀서 오히려 힘들지 않느냐고. 그렇지 않다. 병에는 (정신적이거나 육체적이거나) 끔찍한 면이 있지만, 개인적인 어려움이 명백해 눈에 띌 수밖에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의 우울증과 불안 주기, 과대망상은 몹시 극단적이어서 도저히 비밀로 감출 수가 없다. 그러므로 정신 질환 이야기를 글로 쓰지 않으면 거짓 역사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느꼈다. 솔직히 처음 고백할 때는 독자를 많이 잃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겁줄테니까. 어떤 사람은 반짝반짝 빛나고 재미있는 실수를 일삼는다고 좋아하던 내가 자기를 심각하고 어려운 쓰레기 더미로 끌고 들어간다며 배신감을 느낄 거라 생각했다. 또 침묵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받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대가로 나는 거대한 목소리의 파도를 받았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우린 원래 당신이 미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우린 여전히 당신 곁에 있답니다.”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이 목소리들보다 더 컸던 소리는 “나도요. 그냥 내 이야기 같았어요”라고 주저하며 털어놓는 수천수만의 속삭임이었다. 그 속삭임은 함성이 되었고, 그 함성은 찬가가 되어 내가 가장 어두운 순간들도 무사히 통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혼자서 그 파도를 타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문구

다른 사람의 결점을 인정하는 것은
놀라운 면이 있다.
특히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고,
그 결점 때문에 내가 인간다운 인간이
된다는 것을 이해할 때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