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어떤 것을 ‘공부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이해한다’는 말과 같다. 이해한다는 것은 ‘이해했다’와 ‘하지 못했다’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승부가 중요한 각종 스포츠는 이기느냐, 지느냐의 평가만 있을 뿐, ‘10퍼센트 졌다.’나 ‘30퍼센트 이겼다.’ 같은 개념은 없다. 반면, 이해는 수치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은 공부했다.’ 또는 ‘오늘은 공부하지 않았다.’로만 생각하게 만드는 공부 계획은 좋은 공부 계획이라 할 수 없다. 적어도 ‘지금 공부하고 있는 문법을 70퍼센트 정도는 이해한 것 같네.’ 혹은 ‘영어 숙어를 50퍼센트만 외웠어.’처럼 수치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지금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도 가늠할 수 있다.
보고 듣는 감각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간접 경험과 달리 직접 경험은 직접 만지거나 향을 맡거나 먹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사과밭에서 손수 사과를 따는 경험은 시각과 청각뿐 아니라 영상으로 보았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촉각, 후각, 미각까지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두 가지 감각만을 가지고 경험할 때보다 다섯 가지 감각을 다 가지고 경험할 때 그것을 진짜 경험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사용하는 감각 기관이 많을수록 뇌가 더 많이 활성화된다. 오로지 시각과 청각만을 사용하는 간접 경험에 의한 기억은 사람의 뇌에 오랫동안 저장되지 않는다. 특히 시각 정보는 ‘건조한 정보(dry information)’로 사람의 정서를 건드리는 기능이 약하다.
새 학기가 되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새 학기 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복통, 두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엔 우울과 불안 증세까지 보인다. 심지어 친구를 사귀는 것도 힘들어한다. 사람들은 새 학기 증후군을 겪는 아이들을 보며 내성적이라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내성적인 성격이라 새 학기 증후군을 겪는 것일까? 우리는 내성적인 것과 예민한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내성적인 사람만이 예민한 것이 아니라 외향적인 사람도 얼마든지 예민할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Tory Higgins)는 “사람은 말하는 것을 믿고, 말하는 것을 기억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를테면, 두어 달 전의 일은 기억하지 못해도 1년 전 학교 축제의 일은 기억한다는 것이다.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으면 기억은 무의식 저편으로 가라앉아 다시 꺼내기 힘들어진다. 우리가 서너 살 이전의 일을 기억에서 꺼내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사이버 불링이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SNS나 이메일 등 사이버상에서 가하는 집단 따돌림을 말한다. 어떠한 경우든 따돌림은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을 죽을 만큼 힘든 상태로 몰아넣는다. 사이버상에서 일어나는 따돌림이라고 해서 현실과 다를 바는 없다. 따돌림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사람들에게 외면과 거절을 당하기 때문이다. 따돌림뿐 아니라 이별이든 갈등이든 배신이든 사람으로 인한 고통을 겪을 때 우리의 뇌는 고통받는다. 이때 우리의 뇌는 뼈가 부러지거나 살이 찢어져 피가 나는 등의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와 같은 강도의 고통을 느끼게 되어 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나 새해의 첫날,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부 계획을 세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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