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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머니랜드 - 올리버 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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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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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새로운 세계를 머니랜드라고 부른다. 몰타의 여권, 영국의 명예훼손법, 미국의 사생활 보장, 파나마의 유령 회사, 저지섬의 신탁, 리히텐슈타인의 재단, 이 모두가 합쳐져서 그들의 총합보다 훨씬 더 큰 가상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 있는 법률이든지 간에, 머니랜드의 법률은 어느 때라도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부유한 사람들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Chapter 1. 알라딘의 동굴)

“번호 계좌를 가진 고객은 그 특권의 대가로 오히려 스위스에 소액의 일시불 요금을 내야 하고, 이자라고는 단 한 푼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 정도는 감내할 만하다. 그 계좌의 잔고는 모조리 내 것이고, 스위스의 강철 매트리스 밑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으니까.” (Chapter 2. 해적)

러시아의 경우에는 가계 자산의 52퍼센트가 역외에, 즉 정부의 손이 닿는 범위 밖에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에는(즉 그곳 전체적으로) 총액의 30퍼센트가 그렇다.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경우에는 놀랍게도 무려 57퍼센트에 달한다. “개발도상국과 비민주주의 국가의 올리가르히들은 자기 부를 은닉하기가 매우 용이하며,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시도 없습니다.” 쥐크망의 설명이다. (Chapter 2. 해적)

러시아중앙은행(RCB, Russian Central Bank)은 자국의 금융이 급락하던 시기인 1993년부터 1998년까지 모두 합쳐 376억 달러, 99억 8,000만 마르크, 3,799억 엔, 119억 8,000만 프랑, 8억 6,260만 파운드를 FIMACO라는 무명의 역외 유령 회사에 송금했다. 이 돈의 상당 부분은 IMF 대출금에서 나왔으며, FIMACO는 이 돈을 그 무렵 환상적인 수익을 낳던 국채 시장에 투자했다. 검찰총장이 공개한 고발 내역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은행가들은 이 거래의 수익을 이용해 호화판 생활을 즐기는 동시에 관련 세부 사항을 행정부와 입법부 몰래 FIMACO가 제공하는 역외 비밀주의의 담 너머에 숨긴 혐의가 있었다.
(Chapter 4. 섹스, 거짓말, 그리고 역외 매개체)

다수의 사법관할구역에 걸쳐 이처럼 길게 겹싸기된 법인 구조물의 연쇄를 창조하는 것은 자산의 기원과 그 소유권 모두를 숨기는 극도로 효과적인 방법이다. 비닐봉지를 더 많이 겹쳐서 개똥을 담을수록, 외부자들은 그 내부에 뭐가 있는지를 깨닫기가 더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그 봉지를 유명 귀금속 업체 티파니앤드컴퍼니(Tiffany & Co)의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에 넣어 두면, 어느 누구도 그 안에 똥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결코 깨닫지 못할 것이다. (Chapter 6. 유령 회사 게임)

충분히 부유한 사람이라면 법규조차도 협상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케이맨제도 소재 은행에 계좌를 하나 여는 데 필요한 8,000달러의 수수료를 감당할 여력이 있다면, 내가 굳이 미국에 세금을 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 머니랜드의 역진 방지 톱니바퀴는 항상 부자를 위한 더 느슨하고 더 헐렁한 규제로 귀결된다. 그리고 고도로 똑똑한 은행가, 회계사, 변호사는 계속해서 자기네 고객이 돈을 흘려보낼 터널을 찾을 것이다.
(Chapter 6. 유령 회사 게임)

이 세계에는 200여 개 가까운 나라들이 있고, 그중 상당수는 심지어 세인트루시아보다도 더 현금이 아쉬운 형편이므로, 그중 상당수는 수백만 파운드를 내놓는 누군가에게 외교관 신분증을 기꺼이 발급해 줄 것이었다. 사실 이미 그런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2013년의 보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올리가르히 무크타르 아블라조프의 아내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외교관 여권을 가지고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었다고 한다. 나이지리아의 전직 석유장관 디에자니 앨리슨마두에케는 2015년에 런던에서 체포되었을 당시 도미니카의 외교관 신임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중국의 억만장자 샤오지엔화도 2017년 1월에 홍콩에서 납치될 때 앤티가바부다의 외교관 여권을 갖고 있었다. (Chapter 10. “외교관 면책특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연계설을 둘러싸고 일어난 논란 초기에, 트럼프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 개발 기업인 트럼프오가니제이션에 대한 러시아의 투자 내역을 분석한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에서 이루어진 트럼프 브랜드의 개발 사업 7건을 통해 건립된 주택 2,044채의 소유주 가운데 63명이 러시아인이었다. 이보다 훨씬 더 놀라운 사실은 그중 703채가 법인 매개체를 통한 소유였다는 사실인데, 따라서 부동산 권리 증서에 결부된 실존 인물은 전혀 없고 이들의 소유권은 완전히 흐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모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어쩌면 그것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소유일 수도 있었다. (Chapter 15. 고급 부동산)

네바다주는 자기네 자산 보호 법령을 각별히 자랑스러워했는데, 이는 결국 (내가 재산을 신탁에 넣어 둔 때로부터 2년이 지났다고 가정할 경우) 채권자가 내 자산을 건드릴 방법이 전혀 없다는 뜻이었으며, 결국 네비스에서와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소유한 회사를 신탁에 넣고서 이혼한다면, 그의 전처는 그 자산에 대해서 아무런 요구도 할 수 없으며, 그의 자녀도 마찬가지가 된다. 또한 네바다주 법률의 관대함 덕분에, 내가 만든 신탁에서 나 스스로가 수익자가 될 수도 있었다. 이럴 경우, 내가 재산을 신탁에 양도해 버리면, 다른 누군가가 그 재산을 내게서 가져갈 수는 없는 상황에서, 정작 나는 그 재산을 소유함으로써 누리는 혜택을 모두 유지하는 것이다. (Chapter 18. 조세 피난처 미국)

지금까지는 우리가 이민자에 대항하여 국경을 강화하기만 하면 우리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같은, 또는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운동 주도자인 나이젤 파라지 같은 사람들의 말을 믿는 시민이 너무 많다. 자유 질서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가난한 이민자들이 아니라 무책임한 돈이다. 역외 강도들은 세계를 약탈하고 있으며, 이런 약탈은 민주주의를 잠식하고, 불평등을 촉진하고, 우리가 차마 따라갈 수도 없는 머니랜드로 점점 더 커다란 양의 부를 빨아들인다. (Chapter 19. 머니랜드에 맞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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