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하는 의사(「프랑스 레지스탕스」)
“임종이 어떤 것일지, 그리고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걱정된다고요?” “네.”
“그리고 용기를 잃을까 봐 걱정하고 있고요?” “네.”
“당신에게 임종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고 싶어요. 그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당신과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을 본 적 있나요? 흥미로운 것은 각양각색의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삶의 끝이 다가올 때 경험하는 바가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에요. 저는 그것을 수없이 보았답니다. 우리가 어떤 모습을 목격하는지 알려드릴까요?”
고환기형종 치료 중 갑자기 사망한 20대 환자를 기리며(「외로운 무도회장」)
누군가와 사별한 사람은 설사 그것이 평화로운 죽음이었다 하더라도 그 경험을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이것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기억으로 바꾸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환자들을 돌보는 우리도 때로는 힘든 경험을 털어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마음의 건강을 지키면서, 다시 힘을 내 병원으로 돌아가 다음번 충격을 감내할 수 있다.
죽음에 관한 청년 세대와 노인 세대의 인식 차이(「마지막 왈츠」)
할머니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나는 그녀의 긴 인생 역정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반면 할머니는 내 삶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자기 삶을 살기 바쁜 우리 젊은이들은 할머니의 삶에 관해 질문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임종을 지키는 사람 중 얼마나 많은 이가 당연하게 여겼던 미래가 멀어져가는 것을 바라보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의식이 혼수상태와 죽음을 향해 서서히 침잠하는 것을 바라보며 이 진실을 깨달을 것인가?
임박한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20대 흑색종 환자의 심리(「나를 보내지 마」)
곤란한 상황이다. 샐리는 불안으로 동요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 그녀는 임종 과정에 접어들었지만 항암 치료를 받고 아이를 갖고 앤디와 평생 행복하게 살기 위해 건강해지는 것 외의 다른 생각은 결단코 거부한다.
환자의 가족에게 작별 인사할 시간을 주지 못했음을 자책하는 의사(「전해 들은 소식」)
만약 그때 클리닉에서 부정적인 전망을 그에게 언급했더라면 그는 다가오는 죽음을 홀로 마주한 외로움을 아내와 나누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내가 진료실 밖으로 나가기만 했더라면 그녀는 내게 궁금한 점을 질문할 기회를, 자신의 절망적인 예감을 확인할 기회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부부가 죽기 전에 나눠야 할 중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외로운 여인은 작별 인사를 할 기회조차 없었다.
자궁경부암 말기 환자의 임종 준비(「미녀와 야수」)
나는 브로니를 괴롭히는 진짜 문제가 신체적 통증이 아님을 안다. 그녀는 병이 깊어갈수록 차츰 허물어지는 자신의 존재를 지탱하기 위해 홀로 분투하고 있다. 그녀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것을 잘 해낸다면 아이들이 좀 더 준비된 방식으로 엄마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그들에게 사별을 준비시키는 것이 엄마의 사랑을 보여줄 마지막 방법이다.
운동신경세포병 환자를 치료하며 의료윤리를 생각하다(「그만 나를 놓아줘-side A」)
종종 의료윤리가 흥미로운 도전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우리는 늘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환자들은 우리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호흡 억제제로 환자의 호흡을 멈추게 하는 것과, 같은 약으로 환자가 숨이 멎을 때까지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안락사에 대하여 생각해볼 문제(「그만 나를 놓아줘-side B」)
네덜란드는 의사가 엄격한 규칙을 준수할 경우 기소당할 위험 없이 안락사를 시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한때 우잘은 이 관행을 가능하게 한 네덜란드의 실용주의 정신에 탄복했다. 그러나 일단 안락사라는 선택지가 주어지자 증상 관리보다는 안락사만 권장하는 게 두려웠다. 의사와 면담할 때의 분위기도 이전과 달랐다. 그의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예후를 향상시킬 수 없는 의사들의 무력감과 절망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의사들이 질병 진행의 불확실성을 통제하기 위해 차라리 죽음을 앞당기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잘은 불확실한 희망을 안고 살기 위해 확실하고 통제된 죽음으로부터 달아났다.
응급의료계획과 심폐소생술 포기에 관하여(「예상 밖의 일」)
댄이 작성한 응급의료계획과 심폐소생술 포기 각서는 장소와 무관하게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문서다. 이제 댄은 집에서 쓰러지든, 영화를 보러 외출했다가 구급대에 의해 실려가든 영국 내 많은 지역에서 동일한 처치를 받을 권리를 갖게 되었다. 잉글랜드에서 이런 시도가 행해진 것은 처음이며(합리적인 스코틀랜드는 이미 전 지역에서 심폐소생술 포기 각서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지역 NHS 팀은 이 제도를 언론을 통해 홍보하고자 했다. 그의 인터뷰는 라디오와 2개의 TV 채널에서 방송되었고, 신문에도 실렸다. … 그의 이야기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2주 만에 지역 NHS 웹사이트에 응급의료계획과 심폐소생술 포기 각서를 문의하는 사람이 10배 늘었다.
선천성 질병을 갖고 태어난 3살 아이를 떠나보내며(「자장가」)
쌍둥이 중 한 명인 헬레나의 혀에 미세한 경련이 있었다. … 척수성근위축. 그중에서도 가장 진행이 빠른 1형. … 왕성하게 새로운 기술과 요령을 습득하는 한 아이의 모습은 다른 아이의 가차 없는 퇴보와 대비된다. 사스키아의 민첩한 운동 신경과 발달하는 언어 능력은 헬레나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박탈당했는지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레나는 미소 짓고 응시하고 질문하고 애교를 부리면서 이 가족이 만들어낸 사랑의 사각형의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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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_책읽는다락방J
죽음은, 그러니까 남은 삶은 거스름돈처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또한 죽음은 노년의 마지막 페이지에 불과하지 않으며, 꺼지고 나면 새카맣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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