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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 - 김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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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

김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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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짧은 사회 경험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알게 된 게 있었는데, 사람들은 회사에 목매는 사람을 그다지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밖에 믿을 게 없는 사람은 함부로 휘둘러도 된다고 착각하는 게 현실이다. 종종 상사가 대화 중간중간 아내가 돈을 잘 벌고 집안 환경이 좋다거나 부모님께 물려받을 재산이 있다는 것으로 자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그 사람은 회사 밖에서는 별거 없다는 게 팩트다. 그냥 자신을 만만하게 보지 말아달라고 최소한의 장벽을 치는 거다. 그래서 나도 똑같이 해줬다
적당한 거짓말을 섞어서 솔직한 척 모든 질문에 대답했고, 이 세상에 내가 가진 콤플렉스 따위는 아무것도 없는 듯이 새로운 나를 창조했다. 그리고 퇴사하는 순간까지 일관성 있는 거짓말을 위해 긴장을 놓지 말자고 다짐했다. 딱히 얻을 게 없는 사람에게 굳이 내 약점을 들춰 보일 필요는 없으니까.

--<하나만 걸려라> 중에서

말씀하시는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앉아 있으면
“김 사원은 눈빛이 너무 좋아. 눈빛이 정말 좋다.”
(어머, 제 눈빛을 알아봐 주시다니 정말 황송할 따름입니다. 남자 친구조차 제 눈빛을 이렇게 칭찬해준 적은 없는데 말이에요.)
내심 기분 좋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한 이런 작은 칭찬들이 쌓여갈 때쯤 문득 깨닫게 된 사실이 있었다. 이분들, 내가 일을 잘하기를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저 말 잘 듣는 순진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기대한다는 것. 칭찬받고 싶은 마음에 상사에게 잘 보이려 기를 쓰고, 다른 동기를 칭찬할 때면 불꽃같이 질투하면서 내가 더 예쁨받고 싶다고 떼쓰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지금 20대 후반인 내게) 기대하신다.
그냥 다시 어린아이로 태어나고 싶은 심정이다.

---<칭찬도 가지가지> 중에서

살아생전 내 책상 정리 능력을 점수로 평가받게 될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마치 책상 정리 능력을 보면 내 회사 생활 전반을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내 생활 태도에 대한 평가와 추측을 난데없이 마주할 때면 답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실장님이 순전히 자신만의 기준으로 날 평가했듯 나도 순전히 내 기준에서 실장님을 평가해보건대, 실장님은 현재 일하는 회사가 곧 자신의 인생 전부라고 생각하는 삶을 사는 게 분명하다. 또한 신입 사원인 내 삶의 방향도 자신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싶다.
미안하지만 나는 되도록 이 회사와 내 인생이 독립사건 같은 관계이기를 원한다.

---<책상 정리 평가?!> 중에서

늦어서 위험하니 까 집에 데려다주겠다니……. 솔직히 말하면 내 눈에는 이 사람들이 훨씬 더 위험해 보인다. 이전부터 계속 집에 데려다주는 게 기본 매너인 듯이 자기 멋대로 호의를 베풀어놓고, 나더러 알아서 고마워하라는 태도들이 상당히 거슬린다. 그냥 집 근처에 세워달라고 해도 굳이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이 차장의 모습은 무례해 보이기까지 한다. 집에 잘 들어갔으면 잘 들어갔다고 문자 한 통 보내라는 부장님의 지시도 따라주기가 영 불편하다.
(이보세요, 나는 늘 만취 상태가 아니었고 밤길이 걱정됐으면 애초에 예고 없이 불러서 늦게까지 술을 먹이지 않으면 될 일입니다. 여자 대접을 기대한 적 없는데, 오히려 당신들이 내게 남자 대접을 기대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직장 상사가 우리 집 위치를 정확히 안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껄끄럽고요, 내키지 않는 호의더라도 받으면 마땅히 고마워해야 한다는 논리도 싫습니다. 다음에는 남자 친구가 벌써 회사 근처에 와 있다고 거짓말하는 게 더 좋은 방법 같네요.)

---<그냥 혼자 갈게요> 중에서


상사가 신입 사원을 길들이려 하는 게 눈에 보일 때마다 내 마음은 삐딱해진다.
(상사야, 내가 너한테 칭찬받으면 기분 좋을 거 같지? 죄송하다고 말하는 거, 그거 진짜 죄송해서 말하는 것 같아? 왜 회사를 다니면 별로 고맙지도 않은 일에 필요 이상으로 고마워해야 하고, 그다지 큰 실수도 아닌데 필요 이상으로 죄송하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또 막상 따지고 보면 일로 트집 잡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더 문제가 아닐까? 아, 회사에 일하러 온 거니까 그냥 서로 담백하게 일만 하면 참 좋을 것 같구나.)

---<막내라는 이름> 중에서

자꾸만 묻지 않아도 돈 많다고 자랑한 사람이 백반 1인분에 소주 한 병도 안 사면 어쩌자는 건지. 혹시 ‘나처럼 돈 많이 벌고 빨리 모으려면 밥값 정도는 남한테 뻔뻔하게 떠넘길 수 있어야 한다’가 오늘의 팁이었던가요? 그리고 우리보다 월급도 많이 받고 법인카드 한도도 훨씬 높으면서 왜 자꾸 외근 나갈 때마다 우리한테 망고주스를 요구하십니까? 최소한 망고주스를 얻어 마셨으면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시든가요! 정말 애들 코 묻은 돈 뺏는 거 아닙니다. 특히 지금 남자 동기들은 개인 차량 급하게 장만하느라 그것만으로도 숨을 못 쉬어요. 제가 생각하는 오늘의 교육 내용은 ‘혹여나 돈을 많이 벌더라도 팀장님처럼 살지는 말아야 한다’인 것 같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역시 신분 높은 귀족만 하는 거겠죠?

---<오늘은 네가 사> 중에서

“너, 코트 주머니에 손 넣고 다니면 안 돼. 여기 보는 눈이 몇 개인지 알아? 영업하는 사람들 안 보는 척해도 이런 거 다 지켜본단 말이야!”
화장실에 가면서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이동하는 나를 누군가가 봤고, 그걸 금세 우리 팀장님한테 일러바친 거였다. 이 정도면 여기서 내 영향력은 거의 연예인 급인 게 분명하다. 연예인들이 왜 공황장애에 걸리는지 간접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30초도 채 안 되는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순간에도 40명의 직장 상사들은 나를 향해 CCTV를 켜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가진 코트 주머니들을 오늘 당장 죄다 꿰매놓아야 하나? 순간순간 보이는 내 행동 하나에 잘잘못을 따지는 이 사람들이 직장 동료라니! 한 사람의 기준을 충족시키기도 힘든데 나더러 지금 40명의 기준을 만족시키라는 건가?)

---<40명의 CCTV> 중에서

출근을 하면서 내가 가는 곳이 회사인지 감옥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일을 하러 회사에 왔는데, 온종일 CCTV로 감시만 받다가 하루가 끝나는 느낌이었다. 회사 사람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틈만 나면 직장 생활 태도와 예의를 들먹이며 내 모든 말과 행동을 문제 삼기에 급급했다. 한마디로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외에는 전혀 관심 없는 종족들 같았다.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직장 생활 예절을 내게 끊임없이 주입해가며 사상 교육 하느라 분주했는데, 매번 끈질기게 운운하는 그 신입 사원의 열정과 의지라는 게 영 따라주기가 거북했다.

---<난 일하러 왔는데, 왜 너희는 일 빼고 다 중요하다 그러니?> 중에서

25년밖에 살지 않았는데, 그 이상 산 척 연기하는 날이 늘어갈수록 멘털이 유리처럼 부서졌어요. 철 든 어른처럼 사는 건 생각보다 더 피곤하고 지치는 일이었거든요. 내가 하는 일이 진짜 사람들한테 사기 치는 거면 어쩌나 덜컥 겁이 날 때가 많았어요. 무엇보다 술자리에서 자신의 범법 행위를 무용담처럼 떠벌리는 그 상사를 볼 때마다 ‘사이코패스가 여기 있었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저렇게 살면 안 되는데, 왠지 그렇게 되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아 무섭기도 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퇴사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었어요.

---<사기꾼이 되는 과정> 중에서

단언컨대 나는 고작 이런 취급을 받겠다고 그렇게 열심히 산 게 아니었다. 입사하겠다고 밤새 자소서를 끄적이던 예전의 나를 할 수만 있다면 결사코 뜯어말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대체 누가 내게 직장인의 로망을 심어두었던가? 이제 보니 직장인들 내부는 낙후된 중고차인데 겉만 번지르르하게 외제차처럼 튜닝해놓은 불량품들이었다. 기껏 노력해서 얻은 결과가 이 정도로 실망스러울 줄 알았으면 나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회사에서의 내 직무는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인 게 분명했다. 이렇게 살 거였으면 그냥 돈 없는 백수가 더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실망과 배신으로 회사에 치를 떨게 된다> 중에서

나는 그와 마지막 식사를 같이 하면서 인사팀장과 한 면담 이야기를 짧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인사팀장에게 불합리한 조직 문화와 회식 문화 때문에 퇴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인사팀장의 반응은 상상 이상으로 더욱 실망스러웠다. 퇴사 사유를 말하고 있는 그에게 신입 사원의 기본자세를 교육했다고 한다.
“신입 사원이면 조직 문화든 회식 문화든 적응하려고 노력해야지. 겨우 4일 출근하고 문제를 논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부터 잘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알코올 쓰레기> 중에서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모두 내가 실제로 겪은 일들이다. 굳이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채 솔직한 내 감정들을 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또 혹자는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내 이야기가 모든 직장인들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굳이 또 그러고 싶지도 않다. 다만 누군가 이 책을 보고 작은 공감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혹여나 ‘내가 잘못했고 내가 이상하다’며 자책하고 숨어 있는 세상의 김 사원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 책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에필로그: 세상 모든 김 사원들은 잘못이 없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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