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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 아른힐 레우벵(Arnhild Lauv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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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아른힐 레우벵(Arnhild Lauv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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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매우 특별하다. 나는 한때 조현병 환자였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저는 과거에 에이즈를 앓았습니다” 혹은 “이전에 당뇨병 환자였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예전에 조현병 환자였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그게 가능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나는 그냥 조현병 환자였다. 그래서 이 병에 걸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안다. 세상이 어떻게 보이고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는지,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만 했는지 안다. 지금은 그때와 완전히 다르다. 나는 건강하다. 사람들은 조현병 환자 중에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 <서문> 중에서

사춘기 소녀로서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엄격한 폐쇄 병동에 갇히고 소중했던 모든 것을 빼앗긴 이후, 내게 남겨졌던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 병원에서는 내 병이 만성적이라고 통보하여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빼앗아갔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 갇혔고, 단 한 가지만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은 공허함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공허함이었다. 공허함은 고통처럼 내 몸에 숨어들었다. - <파랗고 흰 원피스를 입은 외로움> 중에서

나는 누군가 나를 보살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내게 시간을 내주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고통스럽고 기괴해서, 이 같은 바람이 내 의식 근처에 다가오지 못했다. 나는 이런 생각을 내 영혼이 제공할 수 있는 이중문과 모든 잠금장치를 이용해 잘 가두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걔는 그걸 의도적으로 한 거야” 혹은 “관심을 끌려고 한 짓이야”라고 말하면 두려움에 가득한 부끄러움이 나를 날카롭게 찌르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나를 아프게 했다. - <나에게조차 솔직할 수 없던 시간들> 중에서

나는 “내가 그 친구를 다시 만난 것은 몇 년이 지난 후였다”라고 간략하게 썼다. 이것은 정말 글쓰기가 지닌 수많은 장점 가운데 하나다. 몇 개의 단어로 우리는 시간 전체를 뛰어넘을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내가 그 시간 동안 냉동고 속에서 세월을 보냈거나, 어딘가 안전한 곳에서 세상이 좋아지길 기다린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물론 사실이 아니다. 나는 모두가 하는 일, 즉 하루하루를 보내며 몇 년을 살았다. - <내가 나를 이해하게 해주는 어떤 것> 중에서

내 눈에 나는 ‘조현병 환자’로 비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른힐이었다. 그리고 당시에 아른힐은 빌어먹을 정도로 힘들었다. 이런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이 필요했다. 나는 옛 동화에 나오는 기사처럼 괴물과 싸울 때 나를 도울 마법의 무기로 무장했다. 내가 절대 포기하지 않고 버티도록 도와준 것은 반항심이었다. 나는 모든 길이 막혔을 때 새로운 길을 찾도록 도와줄 상상력과 창의력을 지녔다. 나에게는 항상 곁에서 나를 돕고 응원해준 가족이 있었고, 관심을 보여준 여러 의사가 있었다. - <세상이 색깔을 찾기 시작한 순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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