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사라는 말했다. “캄파리 한 잔 더 하고 싶어요. 당신은요?”
“열 잔, 난 열 잔이라도 함께 마시고 싶어요.”
그는 좀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물었다.
“그 다음은?”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평소 이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해요?”
“아무것도요. 잘 자는 거? 당신은요?”
“특별히 없어요.”
“그것도 특별한 거예요.”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자, 이만하면 서로 알 만큼 다 알게 된 셈인가요?”
남자의 몸은 매끈해서 다소 연약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그을린 갈색 피부가 바다와 잘 어울렸다. 보트와 함께 여전히 혼자 있었던 이틀 전 그때, 그는 벼락처럼 사라의 존재를 발견했다. 오늘 아침에도 사라의 존재는 같은 강도로 다가왔다. 무더웠고, 그들은 캐노피 안에서 단 둘이었다. 사라는 그의 눈동자가 자유를 갈구하는 초록빛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말했다. “원하시면 제 배로 해변까지 모셔다드릴 수 있어요.”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모질고 기나긴 다툼은 해변 전체를, 밤들을, 휴가를 망쳤다. 세 여자는 바위 뒤로 가서 옷을 벗었다. 그렇다. 하잘것없지만 삶을 망치는 다툼들이 있다. 여하튼 자크는 사라가 온 것이 기뻤다. 그들 부부는 지난 7년 동안 서로를 사랑해 왔다. 같은 욕망이 첫날과 똑같이, 언제나 변함없이, 그들을 결합시켰다. 다이아나는 사라를 기다렸고, 그들은 함께 바위에서 내려왔다. 사랑뿐만 아니라 욕망또한 그토록 변치 않고 오래간다면, 그 역시 절망이 될 수도 있으리라. 누가 알겠는가?
남자는 덧붙였다. 원래는 어제 여길 떠날 계획이었어요. 그랬는데 어제 아침에 당신이 길을 걸어오는 걸 봤죠. 그 전날도 이미 당신을 보았고요. 그랬는데 지금은 여기 이렇게 당신과 함께 있게 되었죠.”
그는 포도주를 마시고 나서 잔을 내려놓은 뒤 돌연, 그녀를 끌어안았다. 길 건너편에 멈춰 서서 키스한 이후로, 그들은 아직 키스하지 않았다. 남자는 말했다.
“결론은 만회하기를 원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만회하고 싶어하잖아요, 안 그래요?”
“그래요.”
그는 그녀를 자기 품안에 쓰러뜨리고 나서,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사라는 말했다.
“당신은 바로 내 눈에 들어왔어요.”
돌연 그가 그녀의 발을 잡더니 꽉 움켜쥐었다.
“그럼 어젯밤에 당신이 날… 당신 집에 들인 것도 그 때문이었어?”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설령 그렇다 해도, 상관없어.” 그는 멀리 수평선에 시선을 둔 채 말했다.
그녀는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문득 그녀의 발을 손에서 놓았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도 날 원하니까. 그러니까 상관없어.”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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