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숨쉬지 못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이라 말할 수 있는, 즉 자신의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준’ 자기만의 삶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나는 의사이고 내가 돌보는 환자들은 모두 죽는다. 이 말에 담긴 엄청난 상실감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드리워진 그 어둠 속에는 빛이 존재한다. 환자 대부분이 그들이 느꼈던 사랑, 소중히 여겼던 관계, 살아온 인생을 긍정할 수 있는 길을 결국 찾아내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나이 든 환자들의 경우, 배우자를 향한 사랑은 곧 자기 자신을 의미한다. 직업, 야망, 취미, 계획 등은 모두 있다가 사라졌다. 여전히 그들 곁에 남아 있는 중요한 것은 그들이 평생 함께 공유해 온 감정, 인사, 애정 어린 눈빛, 재미있는 이야기, 용서를 통해 지키고 아끼며 가꿔온 관계들이다.
보통 우리는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고 이야기하면서, 평등하다는 말을 동일하다는 말로 착각하기도 한다. 죽음 앞에서 우리가 평등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환자로 분류된 사람들은 서로 비슷할 것이라고 가정하기도 하는데, 사실 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가진 유일한 공통점은 그들이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죽음은 질병의 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다른 누구와도 닮지 않은 한 개인이 자신만의 고유한 생을 마감하는 일이다.
인생의 마지막 여정은 삶의 정수를 한데 모아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으로 만들어 내는 통합 과정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우연이든 계획적으로든 우리가 살면서 건네받은 인생의 대본을 다시 들춰 보고 고쳐 쓰는 과정이기도 하다.
수없이 많은 죽음을 목격한 나는 ‘좋은’ 죽음이라는 개념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좋은 죽음 같은 것은 없고, 좋은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죽음과 임종 과정은 살아온 삶의 연장선일 뿐이다. 즉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대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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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기 전에 꿈을 꾼다_책 읽는 다락방J
책읽는다락방의 J입니다. 오늘은 [누구나 죽기 전에 꿈을 꾼다]라는 책을 통해 임종전 경험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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