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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 -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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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

유정식

많은 사람이 과학을 일상과 동떨어진 분야로 여긴다. 더욱이 조직을 이끌거나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업무적 역량을 높이는 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 하는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 저자는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에서 진정한 리더십과 협력의 가치를,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와 정크 DNA의 역할에서 발전적인 조직 운영 방법을, 비효율과 우연을 불편해하는 인간의 심리와 뇌 과학 연구 결과에서 보다 합리적인 선택 방법을 발견했다.

이 책은 저자가 가려 뽑은 55개의 ‘생활밀착형’ 과학 이슈를 통해 과학 지식과 과학적 사고력은 물론이고 그 속에 숨은 비즈니스 및 자기 계발 인사이트를 선사한다. 덕분에 전문 경영인은 물론이고 ‘일잘러’가 되고 싶은 직장인과 한층 더 성장하고 싶은 학생들은 기업 경영과 조직 관리, 리더십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경영하고 혁신할 수 있는 과학적 전략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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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동물원에서 배우는 조직의 생존 전략
너무나 지루한 일상 탓인지 고양잇과 동물들도 종종 이상한 행동을 보이곤 한다. 죽은 새나 쥐를 공중으로 높이 던진 후 그것을 쫓아가서 잡아채는 것이다. 마치 살아 있는 먹잇감을 사냥하는 것처럼 말이다. 죽은 먹이를 '날도록' 만들면 살아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늘어질 대로 늘어진 평탄한 일상은 우리 몸에 무척 해롭다. 자극이 빈곤한 일상은 폭식과 같은 잘못된 자극원(原)에 탐닉하도록 만들어 비만과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중략) 탐식처럼 '익숙한' 자극에 몰두하는 건 타락의 지름길이다. 보다 새로운 자극, 보다 나은 자극, 보다 건설적인 자극을 발견하도록 애써라. 다채로운 색깔로 삶을 물들여라.
일상뿐만 아니라 업무와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익숙한 환경과 방식은 안도감과 편안함을 선사하지만 그 이면에는 새로움을 거부하는 '학습된 무기력'이 잠재해 있다. 일부러라도 스스로를 새로운 자극에 노출시키는 한두 번의 시도가 업무와 비즈니스를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세상의 주장과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이단이냐 아니냐의 여부는 '밈(meme)'에 반하느냐 동조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밈은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주창한 개념으로 사상, 선전 문구, 옷의 패션, 건축 양식 등 한 사회 내에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갖는 요소들을 일컫는다. 도킨스는 밈이 마치 유전자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달되면서 다음 세대로 복제되고 매우 이기적인 특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중략)
밈의 편협함이 과학의 발전을 종종 저해했듯이 사회나 조직의 밈 역시 발전에 스스로 뒷다리를 걸기도 한다. 사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문화적 동질성을 구축해 가며 고유의 밈을 형성한다. 조직의 밈은 구성원의 연대를 강화하고 목표에 집중케 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미는 자가 있다면 내부인이든 외부인이든 상관하지 않고 가차 없이 처벌을 가하려는 냉혹하고 불합리한 면도 지녔다. 조직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마찰을 각오하면서까지 옳은 주장을 펼치더라도 그런 충심은 수용되기는커녕 무시되거나 축출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단을 수용할 때 발전과 도약이 가능함을 수많은 사례가 증명한다. 아인슈타인이 뉴턴의 결정론적 우주관을 뒤엎는 상대성 이론을 정립했듯이 과학의 도약은 대개 이단적 발상을 통해 이루어졌다. 조직과 사회도 이와 같다. 사회 혁신의 동력은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충심 어린 이단자들로부터 나옴을 기억해야 한다.

비효율적인 것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뇌와 침대 매트리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뇌 과학자 마이클 콘래드(Michael Conrad)는 과학 저술가 재닌 베니어스(Janine Benyus)와 인터뷰를 할 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콘래드는 우물쭈물하는 베니어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침대 매트리스에서 스프링 하나를 빼내도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뇌도 마찬가지죠. 뇌에도 무엇인가가 많이 중복돼 있기 때문에 일부분이 고장이 나도 잘 작동합니다.' 우리 뇌는 비효율적이기에 오히려 안전하다는 것이다.
바둑판처럼 질서 정연한 조직이 곧 효율적인 조직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정치학자 척 세이블은 '수직적 조직 구조가 모든 조직에 일반화되고 일종의 신념처럼 정착된 것은 경제 원리상 조직의 보편적인 형태이기 때문이 아니라, 산업 혁명 당시 학자들에 의해 가장 합당한 형태의 조직 구조로 제안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 당시 환경에 맞게 제시된 조직 구조가 아직까지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바둑판 같은 조직에 일부러 약간의 무질서를 권장함으로써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지혜로운 조직 운영임을 기억해 두자.

'메기 효과'라는 거짓말 혹은 낭설
매우 유명하지만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해 보자. '개구리를 끓는 물속에 던져 넣으면 바로 뛰쳐나온다. 하지만 찬물에 넣고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 물이 끓을 때까지 헤엄치다가 어느 순간 배를 뒤집고 삶아져서 죽는다'는 이야기 말이다. 현실에 안주하다가 망한다는 의미로 기업 경영이나 자기계발 분야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우화다.
이제부터 '끓는 물 속 개구리' 이야기를 하면 창피를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기 바란다. 이것 역시 낭설이기 때문이다. 끓는 물에 개구리를 던지면 근육이 바로 익어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반면 미지근한 물에 넣고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 삶아지기 전에 개구리는 기어 나온다. 오클라호마대학교의 빅터 허치슨(Victor Hutchison)이 실험으로 증명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라는 말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이 아닌 걸 주장의 근거로 삼아서야 되겠는가?

옛날 물건을 소유할수록 내가 특별해지는 이유
심리학자가 주문 결과를 비교하자 아주 큰 차이가 발견되었다. 자신의 주문 내용을 남들이 다 아는 상황일 때는 같은 맥주를 주문하는 경우가 적었고, 종이에 적어서 주문할 때는 겹치는 맥주가 많았다. 나의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노출될 때는 가능한 남들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고 다르게 보이고자 하는 '차별화 경향'이 발견된 것이다. 정통경제학에서는 재화의 품질과 가격을 보고 살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가정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구매 행태는 알게 모르게 남의 선택에 크게 좌우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가진 물건일수록 구매 욕구가 떨어지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스놉(snob) 효과' 혹은 '속물 효과'라고 부른다.
스놉 효과가 빈티지 물건을 추구하는 욕구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디자인과 성능을 자랑하는 첨단 제품들은 언제든지 살 수 있을 정도로 흔하고 이미 많은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 또 오늘 산 물건이 내일이면 구닥다리라 여겨질 정도로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물건을 통해 남들과 다른 나를 드러내려면 돈도 돈이거니와 항상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니 머리가 아프다.

적응과 진화를 포기하면 도태될 뿐이다
잽을 날리며 결정타를 탐색하는 아웃복서처럼 여러 개의 '돌연변이 방법'을 실행하고, 다시 다른 방법을 구상하는 것이 환경 적응의 전략이며 생태계의 기본 생존법이다. 직전에 날렸던 잽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으며 적합성이 증명된 방법에 집중하는 방식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오히려 변화를 이끌어 가려는 자의 올바른 마인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진화를 거부하는 기업, 옛날의 달콤한 환경을 그리워하는 기업, 모두를 한 번에 제압할 최고의 전략만을 꿈꾸는 기업, 그러면서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1980년대의 IBM이 대표적인 회사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IBM은 시대를 선도하는 첨단 기업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으나 오히려 그런 위상이 진화의 걸림돌이 되었다. 의사 결정은 매우 느렸고 제품 출시는 늘 일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회사 내부에서 'IBM이 제품을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제품들이 기다리지 못해 탈출하는 것이다'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진화를 거부하는 개인과 조직은 생태계에서 제일 먼저 도태될, 겉모습만 화려한 거피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지구에 존재했던 수많은 종(種)들 중 97퍼센트가 절멸한 것처럼 생태계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적응하지 않으면 적응당한다.

'야근'이라는 독과 '잠'이라는 보약
그래도 야근을 하면 더 오래 일하니까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그러나 심리학자 데이비드 와그너(David Wagner)는 야근이 생산성을 저해하는 주범이라고 말한다. 그는 96명의 학생들이 잠을 자기 전에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팔찌를 차도록 했다. 다음 날 아침, 와그너는 학생들에게 대학교수직에 지원한 사람의 42분짜리 강의 동영상을 보여 주고 컴퓨터로 그 사람의 강의 능력을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에 사용한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동영상을 보며 언제든지 웹사이트를 곁눈질할 수 있었다. 그 후 학생들의 집중도를 분석했더니, 전날 밤에 잠을 많이 못 잤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학생일수록 인터넷으로 딴짓을 많이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면 부족이 두뇌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일을 회피하게 만들고 인지적 부담이 덜 가는 방향으로 유도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렸던 것이다. '잦은 야근이 비록 피곤할지언정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성과를 향상시킬 것이다'란 세간의 통념은 옳지 않다. 오히려 잦은 야근은 생산성을 갉아먹는 벌레인 셈이다.

화장실에 걸린 휴지로 알아보는 나의 성향
'휴지를 앞으로 늘어뜨려야 좋다는 근거라도 있어요?' 내가 이렇게 반박하니 아내는 더 알듯 모를 듯한 대답을 했다. '그래야 사용하기 편하고 휴지도 덜 쓰게 되거든요.'
나는 아리송했다. 두루마리 휴지의 끝이 앞쪽으로 늘어뜨려진 상태, 즉 '롤 오버(roll over)'가 뒤쪽으로 늘어뜨려진 상태인 '롤 언더(roll under)'보다 낫다는 아내의 주장이 과연 옳은지 궁금했다. (중략)
여러분은 롤 오버와 롤 언더 중 어떤 방향이 더 마음에 드는가? 미국에서 실시된 여러 설문 조사에 따르면 60~70퍼센트의 사람이 롤 오버를 선호한다고 한다. 이렇듯 롤 오버가 대세인 건 확실하지만(그래서 호텔의 화장실은 죄다 롤 오버인 모양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롤 언더를 좋아하는 사람도 30~40퍼센트나 된다는 뜻 아닌가? 롤 오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의아해할 만큼 높은 수치다.(중략)
확실하게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롤 오버를 선호하는 사람과 롤 언더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 성격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심리학자 길다 칼(Gilda Carle) 박사는 18~74세 사이의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롤 오버를 선호하는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좀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이며 타인에 대해 지배적인 성향이 더 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롤 언더를 선호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순종적이고 친화적이며 유연한 성격을 지녔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더 많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미신이라는 비과학의 과학적 효과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 미신을 더욱 신봉할까? 미신을 믿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이겨 내고 통제감을 확보하려는 인간 나름의 방어책이라는 의견이 있다. 걸프 전쟁이 한창이던 때, 텔아비브대학교의 지오라 케이난(Giora Keinan)은 불확실하고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서 사람은 미신적인 사고방식에 집착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174명의 이스라엘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응답자들의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미사일 공격 위험이 높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미신적인 사고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위험한 직업 중 하나인 어부들 사이에 '물고기를 먹을 때 물고기를 뒤집지 마라' '뱃일 나가는 어부에게 인사를 하지 마라'와 같은 이런저런 금기가 많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사무실이 나가지 않아 초조해진 내가 미신의 유혹에 빠지는 것만 봐도 그렇다.
미신은 그 자체로는 비과학이지만,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경감시키고 통제감을 높여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이 고조되었던 2000년대 초, 인류학자 리처드 소시스(Richard Sosis)는 종교를 믿지 않는 이스라엘 여성들에게 상황을 개선시킬 방법을 물었다. 그랬더니 35퍼센트의 여성이 찬송가를 부르는 것이라고 답했고, 실제로 찬송가를 부르는 여성들이 테러의 공포를 덜 느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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