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거지에게 동냥을 주어야 하는가?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는가? 내가 보이지도 않는 듯이 지나가버리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어야 하는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도 정치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 책에서 이타주의에 비하면 다소 소박한 목적을 가진 삶, 그렇지만 도덕적 평범함은 벗어난 인생을 논한다. 그리하여 이 책의 주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된다. 어떻게 하면 품위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
우리 자신의 일들에 사로잡혀서 다른 사람의 존재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의식한다고 해서 우리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대하는 것과 똑같은 배려를 해가며 그들을 대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즉 우리가 남들의 얼굴을 쳐다봄으로써 그들이 저마다 살아가야 할 삶이 있는 존재임이 드러나는데 그런 현상을 똑바로 인식하자는 것이다.
기후 변화는 그 어떤 문제보다도 미래 세대에게 긴급한 문제이다. 그것은 미래 세대에게 대재앙이라는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뭄, 폭풍우, 해수면 상승, 열파熱波, 그레이트배리어리프(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북쪽 해안 앞바다에 있는 산호초 군락-옮긴이) 같은 자연 서식지의 파괴 등의 형태로 그런 대재앙의 예고편을 보고 있다. 앞으로 몇 세대만 더 지나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살기 어려운 곳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긴급한 문제는 도덕적 책임의식을 강조하고 있고 그 때문에 우리는 품위 있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과 이 지구를 함께 나누어 쓰고 있고, 또 우리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 이 세상에 올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도덕의 원은 직접 만나는 사람들 너머로 확대된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우리는 남들과 유대관계를 맺게 되고, 가끔 우리의 일상적 활동범위를 넘어서는 것들에 대해서도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 더 나아가 결코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들과 도덕적 관계를 맺는다.
비인간 동물들과의 도덕적 관계에 있어서 어떻게 이타주의가 아니면서도 그런대로 품위 있는 방식을 수립할 것인가? 채식주의, 더 나아가 완전한 채식주의가 너무 아득한 목표라고 생각된다면, 비인간 동물에 대한 우리의 도덕적 관계나 의무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덕적 기준을 지키고, 그러면서도 동물들이라는 존재가 기계가 아니라 살아가야 할 삶이 있는 생물임을 인정해줄 수 있겠는가? 채식주의가 동물을 존중하는 유일한 방법인가, 아니면 다른 길이 있는가?
인종차별이 일상적 관계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미국 같은 사회에서 상식적 예의는 이런 것이 되어야 한다. 즉, 다른 인종(젠더, 성적 지향 등)의 사람들도 동료 시민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추는 것이다. 나의 스승이었던 분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우리 모두는 기껏해야 회복 중인 차별주의자일 뿐이다. 그는 백인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그렇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는 인종적 관점뿐만 아니라 인종차별적 관점에서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받으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들과의 상호작용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런 지혜를 간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해야 우리의 공통적 공간의 습속인 인종차별주의로부터 날마다 회복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옳음을 스스로에게 반사하는 메아리 방에서 살아가려 한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우리는 틈새 문화, 좋아하는 인터넷 사이트와 텔레비전 채널, 고립된 채 빗장을 크게 지른 공동체, 같은 마음을 가진 친구와 동료들로만 구성된 사회 단체 등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 미디어 기술이 발전하여 어떤 면에서는 우리 모두를 전보다 더 가깝게 만들었지만, 다른 면에서는 전보다 더 멀리 떨어지게 만들었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 불행한 사람들에게는 부여하지 않는 정직성을 우리들 사이에서만 발휘하면서 우리 자신과 공동체 밖의 사람들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강화하는 공동체에 살고 있다.
이 책에서의 깊은 성찰이 우리에게 공감을 주는 것이라면, 도덕적 순수함도, 그렇다고 도덕적 타락도 아닌 제3의 도덕적 공간에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들 중에 까마득히 높은 도덕의 고지高地로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우리의 도덕적 생활은 도덕적 순수함과 도덕적 타락의 양극단 사이에 있다. 더욱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도덕적 최선을 만들어낼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도덕적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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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민이 있는데 한번 들어봐주실래요? 드라마 굿플레이스의 철학 자문위원이 쓴 책,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우리 모두 품위 있게 살자! 편집: 눈사람 (인스타그램 snowman190101) --- ✓ 매주 화요일 업로드 ✓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writer_winter ✓ Ema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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