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방갈로르 같은 곳들이 이룬 성공이 국제적인 지적 교류의 결과로만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이런 도시에서는, 고용주들은 잠재 근로자들로 이루어진 대규모 풀(pool)에 매력을 느끼고, 근로자들은 풍부한 잠재 고용주들에 의해서 일자리를 얻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기업들은 엔지니어들을 찾으려고 방갈로르에 오고, 엔지니어들은 회사들을 찾아 나선다. 도시 규모 역시 근로자들의 이직을 훨씬 더 쉽게 만든다.
고도의 기업가적 산업에서는 근로자들이 이리저리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발전한다. 젊은이들은 고용주들을 바꾸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면서 생산을 높여 더 좋은 임금을 받게 된다. 함께 일하는 직원 수가 많으면 특정 신생 기업의 파산에 대비한 암묵적 보험을 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 방갈로르에는 항상 또다른 소프트웨어 회사가 생길 것이다. 아울러 기업가로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몰리면서 실리콘밸리 인근에서 일하는 벤처 자본회사들처럼 관련 업계의 성장도 장려할 것이다.
인간을 광범위한 산업체의 톱니바퀴로 만듦으로써 포드는 모든 것을 많이 알지 않아도 고도로 생산적으로 변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조금만 알아도 된다면 지식을 확산시키는 도시들에 대한 필요성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도시가 지식을 파괴하겠다는 강력한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자기 파괴를 준비하는 것이다.
디트로이트가 처한 상황의 아이러니이자 궁극적으로 비극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곳의 작으면서 역동적인 기업들과 독자적인 부품 제작업체들이 모든 것이 완전히 통합된 거대한 자동차 회사들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이어 ‘침체’와 동의어가 되었다.
포드는 엄청난 규모가 자동차를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게 해주었지만, 자족적 기능을 하는 초대형 공장들이 경쟁과 연결이라는 도시의 미덕들에 적대적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포드는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한 미국인들의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조립 라인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지만 디트로이트를 덜 숙련된 도시로 만듦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피해를 주었다.
어떤 힘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시로 끌어오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그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도시로 향한다. 도시의 높은 인구밀도는 거래를 용이하게 해준다. 즉 시장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은 노동시장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금융 자본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인적 자본을 빌려준다. 그러나 도시가 단순히 노동자와 자본가에게 상호 교류의 장만 마련해 주는 것은 아니다. 도시는 종종 수천 종에 달하는 광범위한 일자리를 제공한다. 대도시는 고용주들로 짜여 있는 분산 포트폴리오인 셈이다.
도시에는 한 고용주가 파산할 경우 그를 대체할 또다른 고용주(2명일 수도 있고, 10명일 수도 있다)가 존재한다. 이런 고용주들의 혼재가 심각한 경기 둔화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붕괴에 대비한 보험 노릇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시장의 일상적인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틀림없다.
개발도상국의 도시들은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서양의 도시들이 했던 일을 해야 한다. 즉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안전하게 제거하는 한편 깨끗한 물을 제공해야 한다. 시 정부들은 빈민가를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심지어는 너무나 많은 미국 도시들이 하지 못했던 일,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도시에 살면서 얻는 이점들을 가난한 아이들로부터 빼앗아갈 수 있는 고립 문제들을 없애야 한다. 지난 2세기 동안 도시에 발생한 질병, 부패, 범죄, 고립과 맞선 서양의 싸움은 오늘날 개발도상국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겠지만 불행하게도 그 교훈들 중 하나는 이런 싸움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숙련된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공개적으로 제공되는 생활 편의 시설 중 어떤 것들이 가장 중요할까? 사람들, 특히 그중에서도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도로와 좋은 학교에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다. 소비 도시의 중요성이 확대되면 도시의 지도자들은 거리의 치안 유지와 공립학교의 수준 향상 같은 지방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식당과 극장 역시 숙련된 인재들을 끌어오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들은 안전과 학교만큼 중요하지 않으며,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지도 않다. 이러한 생활 편의 시설들은 적어도 도시가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지나치게 규제하지 않는 한 도시 번영의 자연스런 결과물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과거의 흔적들을 보호하는 것도 가치가 있지만 도시가 방부 처리된 호박 화석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나친 보존은 도시가 그곳의 거주자들을 위해서 더 새롭고 크고 나은 건물을 제공하는 것을 막는다. 파리와 뉴욕과 뭄바이의 고도 제한은 도시 계획 전문가들만 관심이 있는 ‘모호한 수수께끼’ 같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잘못한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런 규칙들이 우리의 도시와 세계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 도시의 역사가 도시를 구속한다면 도시는 그 가장 위대한 자산인 ‘개발 능력’을 잃게 된다.
운송 기술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양을 바꾸고 있으며, 현대의 스프롤 현상은 자동차 문화가 낳은 부산물이다. 도시를 정의하는 ‘연결’은 항상 어떤 형식으로건 운송 기술의 덕을 보았다. 스프롤은 도시의 높은 인구밀도의 반대 개념이 아니다. 시골의 고립된 지역도 인구밀도가 높다. 확대되는 준(準)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웃, 상점, 종업원, 레스토랑 등과 접촉할 수 있다. 다만 그들은 운전을 해야 그런 접촉이 가능하다. 스프롤 현상은 이미 오래전에 사람들이 발 외에 다른 이동 수단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시작됐고, 이후 보트, 말, 버스, 엘리베이터, 지하철, 자동차들이 도시의 레이아웃과 성장 방식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 현재 도시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뉴욕의 워싱턴 스퀘어와 바르셀로나의 에이샴플레 같은 오래된 많은 지역들은 초창기 스프롤 현상의 사례이다.
소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내 개인적 이야기는 중요한 한 가지를 시사한다. 그것은 도시가 숲이 우거진 생활 공간보다 환경에 훨씬 더 유익하다는 것이다. 숲 속 생활이 자연 사랑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 될지도 모르지만 콘크리트 정글 속에 사는 것이 사실은 훨씬 더 친환경적이다.
우리 인간들은 파괴적 성향을 띤다. 소로처럼 우리가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을 때라도 그렇다. 우리는 숲과 기름을 태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변 환경에 해를 입힌다. 자연을 사랑한다면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살아야 한다.
1970년대에 제인 제이콥스는 우리가 고층 건물에 함께 모여 살면서 도보로 출퇴근하면 환경에 가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오언은 이 주장에 대해 그의 저서 『그린 메트로폴리스(Green Metropolis)』를 통해서 설득력 있게 옹호했다. 우리가 녹지에 둘러싸여 살자고 주장할 때 그것은 환경에 주는 피해를 극대화하게 된다. 저밀도 지역은 결국 더 많은 이동을 요구하고, 그러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널찍한 생활 공간은 분명 나름대로 이점을 갖고 있으나 교외 주택들은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18세기 프랑스 계몽 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는 “도시는 인간종(人間種)이 모여 사는 깊은 구렁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지만, 그는 도시를 완전히 잘못 이해했다. 도시는 인류를 가장 밝게 빛나게 만들어주는 협력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다. 인간은 다른 인간으로부터 그토록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더 많이 배운다. 도시의 혼잡성은 다른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를 관찰함으로써 얻는 새로운 정보의 지속적 흐름을 창조한다. 19세기 파리에서 모네와 세잔이 서로를 찾아냈고 20세기 시카고에서 벨루시와 애크로이드가 서로를 찾아냈듯이 대도시에서 사람들은 취향을 공유하는 동료들을 선택할 수 있다. 도시는 관찰, 청취, 학습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해준다. 인류의 본질적인 특징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도시는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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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승리, 에드워드 글레이저 저] 도시화와 번영의 상관관계, 도시의 부동산은 왜 상승하는가? 인터넷은 도시번영을 막을 수 있는가?
한 권의 책을 읽고, 이토록 그간의 상식과 통념이 부셔진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흔히 자연생활, 시골에서의 생활이 지구환경을 위해, 또한 더욱 건강한 참 된 삶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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