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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 오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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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오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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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일본을 잃어버린 사반세기의 수렁에 몰아넣었던 1980년대 말 일본의 버블 붕괴, 우리나라 전 국민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동아시아 외환위기, 안정적인 선진국인 줄 알았는데 국가 부도 얘기까지 나오면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2010년대 초반의 유럽 재정위기, 폭주기관차처럼 성장했었던 후유증에 신음하면서 불거진 2015년 중국의 위안화 위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근 본격화된 무역 전쟁에 이르기까지 지난 30여 년 동안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컸었던 시기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러이러한 상황이 된다’ 혹은 ‘환율이 오른다는 건 통화의 절하를 뜻하고, 이런 상황에선 이러이러한 일이 벌어진다’ 등과 같은 교과서적 이론도 중요하지만, 환율과 금리 이론들이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면서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일본의 버블 붕괴 사례는 지금도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 등의 정책 당국자들에게 ‘이렇게 하면 제대로 장기 경기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아주 중요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죠. 그래서 미국이 무역 전쟁을 하면서까지 위안화 절상을 요구할 때 플라자 합의의 악몽을 떠올리면서 최대한 만만디 스탠스로 저항하는 중국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요. 주식 시장을 비롯한 자산 시장의 붕괴 징후가 약간 나타나자 마치 귀신 본 것처럼 화들짝 놀라면서 금리 인상 스탠스를 발 빠르게 포기한 Fed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부동산 버블이 나타나지 않도록 사전에 최대한 조절하려는 한국 정책 당국의 LTV,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등에 대해서도 이제 좀 이해하실 수 있겠죠?

중국의 투자가 늘다 보니 한국의 중공업 제품 수요도 크게 늘어났고, 슈퍼 엔고로 일본 대비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겁니다. 당시 한국 경제는 앞서 말씀드린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중심으로 강력한 수출 성장세를 시현했습니다. 종합 주가 지수는 금융위기 직전의 고점을 넘어서 2,200포인트를 사상 최초로 넘겼고요. 수출만으로도 이 정도 강한 성장세가 나타나는 상황이라면 … 부담스럽게 가계 부채를 늘리면서, 버블 우려를 높이면서까지 주거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국민 정서를 해치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유도할 필요는 없겠죠? 네, 그래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력한 대출 규제가 적용되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은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한국 경제가 일본처럼 부동산 버블 붕괴로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었던 그런 때였습니다.

원화 절상이 현실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미국의 성장이 둔화되는, 즉 한국의 수출을 받아주는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인데 원화가 절상되면 원화 표시 물건의 가격이 비싸집니다. 그럼 당연히 한국의 수출 성장이 다소 주춤하겠죠. 수출이 막히는 경우 어디로 눈을 돌리게 될까요? 네, 내수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내수 성장을 유도하려면 소비를 키워야 하는데, 가계 부채가 많은 현실을 감안해야 하니 금리는 낮게 유지하게 되겠죠?

당분간은 현재와 같은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원화 절상 기조가 현실화되면 현 수준 대비 기준금리를 낮추게 될 것으로 보이고, 시장 금리 역시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유로존 위기가 심각했을 때 ECB는 유로존에 일시적으로 돈을 풀어 PIIGS 국가들을 도와줬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금리를 인상하려 했고 재정지출 또한 줄이려 했습니다. 과감한 재정지출이나 양적완화 등의 강력한 완화 정책은 없었던 겁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강력한 긴축을 통해 부채위기를 넘어가게끔 해보자는 정책을 ‘austerity’, 즉 ‘긴축재정’이라고 합니다. 동일한 부채위기 앞에서 유로존은 긴축을, 미국은 과감한 완화를 택했던 거죠.

동일한 부채위기 앞에서 다른 처방을 내놓았던 유럽과 미국은 경기회복의 속도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식 처방이 보다 우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거죠.

문제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기가 반짝 나타난 뒤 생겼습니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전체적으로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게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의 둔화가 뚜렷했죠. 즉 투자를 엄청나게 늘렸는데 수요가 커지기는커녕 오히려 쪼그라든 겁니다. 투자를 엄청나게 늘렸던 중국은 ‘과잉 설비, 과잉 생산, 과잉 재고’라는 문제에 봉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 하나가 빠졌네요. 투자를 하려면 빚을 많이 내야 하잖아요? 국영 기업들을 중심으로 하는 여러 기업이 돈을 엄청 빌리면서 그걸로 과잉 투자를 했었습니다. 그럼 기업들의 부채 역시 상당히 심각할 겁니다. 그래서 ‘기업의 과잉 부채’라는 문제 역시 추가해야 합니다.

그때 중국 당국은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리게 됩니다. 부채를 줄일 수 없다면 자본을 늘리면 된다, 다시 말해 기업의 자기자본을 늘리면 되겠다는 생각이었죠. 자기자본을 늘리려면 기업은 주식시장에 나가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본을 대규모로 끌어오면 됩니다. 이미 상장되어 있는 기업이라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늘리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거고요.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 위안화 절상과 후강퉁을 통한 외국인 투자자 유입 촉진, 그리고 각종 규제 완화 등의 방안들이 단기간 내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중국 당국이 주식 시장 부양의 의지를 확실히 드러낸 겁니다. 이렇듯 분명한 당국의 시그널에 중국 투자자들은 환호하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하반기 2,500포인트 선에 걸쳐 있던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불과 1년 만인 2015년 6월5,000포인트 선을 넘어서게 됩니다.

그러나 너무 크게 오르면서 버블 우려를 키우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죠. 2015년 5월을 전후해서 중국 당국은 다시금 주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합니다. 즉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려는 수요를 꺾어버린 거죠.

2015년 6월 중순 이후 중국 주식 시장은 그야말로 급전직하하기 시작합니다. 5,100포인트를 넘겼던 상하이 종합지수는 2016년 초 3,000포인트 선을 하회하면서 상승하기 이전의 레벨로 되돌아갔습니다.

2016년 2월 상하이 합의 이후 이머징 국가들의 시장 상황은 최악에서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크게 늦춰지면서 달러 약세 기조가 형성되었고, 일본 엔화와 유로화의 일방적 약세 흐름 역시 주춤해졌답니다. 중국 역시 자본 유출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확연히 벗어나며 경기부양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일련의 변화를 ‘달러 약세를 위한 글로벌 공조’라고 앞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상당히 오랫동안 인고했던 Fed는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완연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무언가 작정한 표정으로 2015년 12월, 9년 6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에 이르죠.

시장이 느끼는 부담감, 그 부담감에 전 세계 주식 시장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1월 초에는 중국이 흔들렸지만 시간을 두고 이머징 시장 전체에 이어 일본과 유럽마저 무너졌죠. 그리고 시장의 이런 공포감은 미국 주식 시장에까지 상륙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첫 금리 인상까지 9년 6개월을 기다렸던 Fed는 참 … 난감했을 것 같습니다. 당시 Fed 의장이었던 재닛 옐런은 2월 중순 의회 증언에서 다시금 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하겠다 했고, 사실상 자신들이 불과 2개월여 전(2015년 12월)에 예고했던 네 차례 금리 인상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Fed는 금리를 천천히 인상할 것이고, 설사 인상한다 해도 시장의 상승을 망가뜨리진 않을 정도로만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 거죠. Fed의 금리 인상에 대한 공포가 사실상 무력화된 만큼 이제 시장은 대세 상승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네, 앞서 제시한 [그래프 51]에서 보시는 것처럼 2016년 초의 어려웠던 시장을 뒤로하고 2017년에는 정말 전 세계 주식 시장이 로켓처럼 치솟는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 경기가 좋으면 당연히 미국 소비가 강해지고, 그러니 미국에 수출하는 타 국가들에게는 긍정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겠죠. 그런데요, 미국의 성장이 이머징 국가들로 넘어오게 되는 이런 일련의 연결 고리를 트럼프 대통령이 차단해버립니다. 바로 ‘무역전쟁’이라는 무기로 말입니다. 미국은 계속 성장하지만 그에 따른 과실을 다른 나라와는 나누지 않고 무역 전쟁을 통해 자기 혼자 독식합니다. 이머징 국가들은 달러 강세 때문에 유동성도 빠져나가고 예전과 달리 수출도 되지 않으니 힘겨운 상황에 봉착하겠죠.

미국과 Non-US 국가들의 온도차가 커지면 서 Non-US 국가들은 다시금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치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부채를 더 키우는 내수 성장 정책은 매우 위험합니다. 해외에 수출해서 먹고사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구사하는 것이 답이죠. 그래서 Non-US 국가들은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환율 전쟁을 재개하기에 이릅니다. 네, 2017년의 달러 약세 공조 이후 전반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던 달러화 가치는 2018년 1월 말 저점을 기록한 뒤 상승세로 전환합니다. 2017년 글로벌리 강한 성장을 이끌었던 달러 약세 공조 체제는 무너지고 다시금 각자도생을 위한 환율 전쟁으로 구도가 바뀌는 거죠.

이머징 국가들의 위기가 선진국 전반, 그리고 미국 주식 시장을 흔들자 얘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어려워지는 이른바 공멸의 상황 앞에서 Fed는 금리 인상을 늦췄고,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은 달러 약세에 발맞춰 자국 통화를 빠르게 절상하면서 앞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은 멀티 엔진 성장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때처럼 지금 시장에 다시금 강한 충격이 가해진다면 미?중 무역 갈등이 완화되고, Fed의 스탠스 역시 더욱 완화적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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