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시험을 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과거를 통해 현재 우리의 위치를 알고, 현재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서 최적의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에서 지난 100여 년의 역사 흐름 속에서 금과 달러가 어떻게 경쟁했는지 다루어보려 합니다. 이런 긴 과거 흐름을 통해 금과 달러는 어떤 ‘특성’을 가진 자산인지를 시장의 실질적인 흐름을 통해 체득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2020년 상반기 찾아온 코로나 사태 속에서의 이례적인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통해 이 자산들이 갖고 있는 특성을 생생히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의 진단을 바탕으로 이들 자산의 미래를 그려보았습니다.
2020년 3월 Fed가 단행한 양적완화는요, 처음에는 7,000억 달러 규모로 진행하려고 했다가 시장이 미동도 하지 않자 무제한 양적완화로 바꾸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불과 1개월여 만에 2조 달러 가까운 달러화를 시중에 공급하게 되죠.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의 재개... 불과 몇 달 만에 바뀌어버린 세상의 모습입니다.
자, 이제 다시 달러가 지난 수년간 강세를 보였던 이유를 살펴봅니다. 첫 번째 이유로 미국의 금리 인상을 들었었죠. 2.25~2.5%까지요. 다른 국가들은 금리를 인하할 때 미국은 혼자 금리를 인상하고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어느새 제로 금리에 무제한 양적완화까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달러 공급을 늘리고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럼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달러 강세의 첫 번째 원인은 사라졌다고 보면 될 겁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이 크지 않은 국가의 국채를 보다 선호하게 되지 않을까요? 네, 한국은 환율 전쟁 국면에서도 환율의 큰폭 절하를 단행하지 않았죠. 달러 초강세 국면에서도 마구잡이 원화 약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이런 흐름이 이어지게 되면 투자자들에게 한국 원화는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아니 더 정확히는 그런 ‘믿음’이 생겨나게 되지 않을까요? 네, 신뢰는 한순간에 얻어지는 게 아니라 쌓아가는 거겠죠. 한국 국채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가 생겨난 이후, 한국 원화는 지속적인 안정성을 보여왔습니다. 이는 한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 증가에 한 몫을 하게 되는 겁니다.
달러는요, 글로벌 안전 자산 중 하나입니다. 안전 자산은 다른 자산들이 다 무너져 내릴 때 혼자 가치가 튀어 오르는 자산을 말하죠. 이른바 불황을 대비하는 자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조금만 부연 설명을 드리죠. 위기 시에 달러 가치가 20% 뛰어오른다고 가정해보죠. 가치가 20% 뛴다면 상당한 수익일 수 있지만 다른 자산들도 똑같이 그 정도 오르거나 혹은 더 많이 오른다면 상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실망스러울 수 있죠. 그런데 달러의 경우는 20% 오를 때 다른 자산들이 20% 하락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네, 절대 수익도 중요하지만 상대 수익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라는 것은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이른바 팬데믹이죠.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아무도 감이 없습니다. 그럼 지금의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현금이 향후에는 더욱더 많이 필요해지는 거잖아요? 그럼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이게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니 현금을 최대한 확보해두자’라고요. (중략) 자산 시장에서는 우량주, 금, 한국 국채, 미국 국채까지 가릴 것 없는 투매, 이른바 ‘패닉 셀링’(Panic Selling)이 나옵니다. 주식시장은 급전직하를 하게 되고요, 금 가격 역시 무너져 내렸죠. 금이 안전 자산이라면 이렇게 주식시장이 무너질 때 상당한 방어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온스당 1,700달러 수준에서 단숨에 1,500달러를 하회하는 하락세를 보입니다. 이런 케이스들을 보면 금이 안전 자산이라고 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될 듯합니다.
그럼 안전 자산이 뭔데? 저런 투매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웬만한 자산들이 다 무너지니 안전 자산인 금도 힘들어했던 것 아닌가? 극단적인 상황 몇 가지만 가정하고 보여주면 어떻게 하느냐, 라는 반론이 가능하실 겁니다. 말씀하셨던 궁극의 안전 자산은 존재합니다. 뭐냐고요? 그 자산이 바로 달러화입니다.
시장의 흔들림 속에서 Fed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시장에 끌려간다는 느낌이 정말 싫었겠지만 결국 파월 의장은 시장이 이렇게 흔들린다면 기준금리 인하도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게 되죠. 그리고 주식시장의 긴장 국면은 이 발언과 함께 끝나게 됩니다. 금리 인하는 결국 추가적인 경기 부양의 시그널이 됩니다. 경기 부양의 시그널이자 사실상 시장이 바라는 것을 이루어준 것이죠. 떼쓰고 있는 어린 아이가 원하는 선물을 해주었으니 아이가 방긋 웃지 않았을까요? 네, 긴장의 흐름을 이어가던 글로벌 주식시장이 빠른 반등세로 전환되었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금리 인하라는 말씀을 드렸죠? 미국 금리 인상은 시중 달러 유동성 공급을 줄인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2015년 이후 이어져온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로 인해 가장 크게 눌려 있던 자산이 바로 금이었죠. 그러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고 이제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온 거죠. 그럼 그동안 억눌려 있던 금이 한풀이에 나설 수 있지 않았을까요?
실물 화폐로서의 금을 살펴보면서 실물 화폐의 반대 자산, 즉 종이 화폐의 대표인 달러 가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달러의 매력이 낮아지는 시기에는 금의 가치가 상승했고, 반대로 달러가 각광을 받는 시기에는 금의 가치가 하락하는 일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이런 과거의 특성을 염두에 두면서 향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를 생각해보았고 코로나 사태 이후 훨씬 더 크게 증가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빚에 주목했습니다.
이 빚을 해결하기 위해 각국은 초저금리의 장기화를, 그리고 양적완화와 같은 적극적 유동성 공급의 상시화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살펴보았죠. 미국 역시 정부 부채가 크게 늘어났기에 제로 금리 장기화 및 양적완화를 통한 큰 폭의 달러 공급 확대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봅니다. 달러의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 종이 화폐의 공급이 향후에도 지금보다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 금이 갖고 있는 실물 화폐로서의 매력은 보다 크게 부각되지 않을까요?
이런 급격한 변화가 자주 찾아오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요? 그때그때 시장 상황을 판단해서 귀신같이 적절한 자산을 사고 판다 일까요? ...어지간한 전문가들도 이런 식의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할 겁니다. 이 책을 읽는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식의 비현실적 가정보다는 급격한 변화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촘촘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관점으로, 그 일환으로 금과 달러를 고려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이 책을 이해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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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대이동]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오건영 팀장 명저, 경제 책 추천, 필수 경제 공부, 환율과 금리로 경제와 세계를 이해하다.
유튜브를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전수 받은 오건영 저자님의 책을 리뷰합니다. 아무래도 책이다 보니 유튜브 영상에 비해 깊이가 있고, 지식이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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