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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조총과 장부 - 리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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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과 장부

리보중

글로벌 히스토리의 시각으로 혼돈의 시공간인 16~17세기 동아시아를 들여다본다. 글로벌 히스토리는 최근 역사학계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연구 영역으로, 유럽중심주의와 자민족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탈국가적 관점, 지역적 관점, 인류적 관점을 지향하는 역사 서술 방식이다.

근대화와 세계화 과정에서 서양의 역할을 과대평가하는 기존의 학설에 이의를 제기하며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서양이 대항해 시대를 열며 식민지를 건설했고, 이를 기반으로 자본주의의 토대를 닦았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정설이다. 이는 이매뉴얼 월러스틴으로 대표되는 세계시스템론으로 구체화되는데, 서양 국가를 중심으로 비서양 국가가 주변이 되어 근대화 분업 체제를 구성했다고 본다.

글로벌 히스토리는 이런 세계시스템론에 대항하며 서양을 우위에 두고 비서양 국가를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위계를 해체한다. 저자 리보중은 이를 이론적 바탕으로 삼아 서구 열강의 피지배 지역으로 표상되어온 중국과 주변 동아시아 국가들을 세계사의 주역으로 등장시키고, 이들이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갔는지 세밀하게 조명한다.

특히 그간의 역사 연구가 서양과 중국의 양자관계에 집중했다면, <조총과 장부>는 서양과 중국 사이의 중간지대에 주목한다. 이 중간지대에는 지리적으로 많은 국가가 포함된다. 이들은 단순히 서양과 중국을 중개한 것이 아니라 교류의 형식과 내용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저자 리보중은 아시아의 정체성을 독창적으로 구현한 공로를 인정받아 동아시아출판인회의가 주관하는 제6회 파주북어워드 저작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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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기존 학계에서는 세계의 근대화가 곧 서양의 근대화이자 그 확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후대로 이어질수록 근대화는 글로벌 히스토리의 과정의 일환이고, 물론 서양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다른 지역에서의 작용도 저평가하거나 홀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미국 역사학회 회장인 케네스 포머랜즈는 만약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의 자원이 없었다면 서양은 경제 근대화를 결코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면에서 모든 국가와 지역은 정복자, 피정복자를 가리지 않고 글로벌 경제 근대화에 공헌했다. _ 이 책은 무엇을 말하는가_글로벌 히스토리

과거에는 대항해 시대가 15세기 말 지리상의 대발견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보았으나 요즘은 그 시기를 좀더 앞당기는 추세다. 메리 위즈너행크스는 대항해 시대를 1350년~1600년이라고 보기도 한다. 경제사, 기술사, 글로벌 히스토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항해 시대는 15세기 초 정화의 대원정, 15세기 말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바스쿠 다가마의 인도 항로 발견 등을 시작점으로 본다. 이 위대한 대항해활동과 16~17세기의 진일보한 발전이 최초로 세계 각 대륙을 연결하면서 경제 세계화가 전개되었다. _ 무역이 만들어낸 세계_대항해 시대

화기는 냉병기보다 절대적으로 우세했기에 냉병기로 무장한 군대는 감히 화기를 사용하는 군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전장의 꽃이었던 기병도 마찬가지였다. (...) 화기는 냉병기와 작전능력 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완전히 다른 무기였다. 『대영백과사전』에서는 이렇게 기술했다. “화약의 발명처럼 인류사에 거대하고 결정적인 충격을 준 것은 없었다. 화약이 출연하기 이전에는 사람의 힘에 의해 좌우되었지만, 화약이 발명된 이후 무기가 기술 발전의 동력이 되었다.” 화기의 발명 및 사용은 세계 전쟁사에서 변혁을 이끌어냈다. 화약 사용으로부터 시작된 이 변혁을 ‘화약 혁명’이라고 한다. _ 경제 세계화 초기의 군사 혁명

16~17세기 동남아시아에서는 이슬람 세계에서 전수받은 기술로 상당량의 화기를 제작했고, 서유럽에서도 기술을 받아들였다. 동남아시아인들은 서유럽에서 화기를 구매하거나 외국 장인을 초빙하고, 심지어 용병들로 화기 부대를 구성해 주축 부대로 삼았다. 서유럽의 기술은 주로 포로나 용병, 선원이 주된 전수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로를 통해 얻은 지식은 제한적이었고, 현지에서 개량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으므로 화기 기술이 완전히 현지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 동북아시아와는 달리 동남아시아에서는 화기가 냉병기의 보완재로 사용되었다. 이는 선진 화기를 사용하는 서양인들이 아주 적은 병력으로 손쉽게 이 지역을 정복하고, 식민 통치를 할 수 있게 만든 요인이었다. _ 경제 세계화 초기의 군사 혁명

동남아시아 많은 지역이 빠르게 이슬람화된 것은 현지 무슬림 통치자들이 당시 이슬람 세계의 지도자인 오스만 제국과 그 동맹자인 인도 무굴 제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슬람교에 귀의한 이후 이들로부터 군사 기술이나 군비 지원을 받았다. 이것이 이슬람 세력이 힌두교/불교 국가와의 투쟁에서 우세한 지위를 점하며 결국 승리로 이끈 배경이 되었다. _ 큰 변화: 초기 경제 세계화 시대의 동아시아

15세기 이전에는 조공 제도를 기초로 하는 동아시아의 국제관계 시스템이 이 지역의 문제를 처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15세기에 들어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는 동요하기 시작했고, 경제 세계화 시대가 도래한 이후에는 국가 간의 이익 충돌이 더욱 잦아졌다. 초기 경제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자원(종교, 기술, 제도 등)이 도입되고, 국가의 발전이 촉진되었으며 강력한 정권이 출현했다. 인도차이나반도의 베트남, 시암, 미얀마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고, 동북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여진의 세력이 강성해졌다.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등 서양에서 온 강자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를 바꾸려고 시도하자 충돌을 야기하면서 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_ 해양과 육지의 각축: 초기 경제 세계화 시대의 동아시아 국제 분쟁

명나라가 멸망하자 군사 개혁운동은 중단되었고, 1850년대 근대적 특징을 보이는 군대가 창설되기까지 무려 200여 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청 말 신정을 펼칠 무렵이 되어서야 조야는 비로소 ‘신식 군대의 훈련’이라는 개혁운동에 공감하게 되었다. 명대 중후기부터 시작된 개혁운동이 실패하면서 중국 군대의 초기 근대화는 이렇게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명나라의 주적이었던 청나라가 군사 개혁의 성과를 부분적으로나마 이어받게 되었다. _ 명대 후기,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네 번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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