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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나의 첫 금리 공부 - 염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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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금리 공부

염상훈

금리는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우리는 오로지 2가지 금리만을 알고 있다. 하나는 은행 예금금리, 나머지 하나는 은행 대출금리다. 사람들은 예금금리는 늘 너무 낮다고, 대출금리는 늘 너무 높다고 투덜거린다. 금리는 경제 상황에 따라서도 변하고, 거래 상대에 따라서도 변하고, 거래기간에 따라서도 변하고, 국가에 따라서도 변한다. 주식은 어떤 종목이 비싸고 싼지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면서도 금리에 대해서는 왜 그저 받아들이고만 있는가.

이처럼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아무도 쉽게 설명해주지 않는 금리에 관해 이야기해줄 책이 나왔다. 저자는 현재와 과거의 사례를 연관시켜 금리, 경제, 물가, 신용, 환율, 그리고 현재의 금융위기와의 관계를 설명한다. 이 책이 금리라는 무기를 통해 자본시장을 이해하고, 다양한 투자대상 중에서 자산을 지키고 이익을 얻는 냉철한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금리와 채권시장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기준금리가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외환보유고가 많다는 것이 과연 자랑거리일까? 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신용에 대한 비용이 가장 저렴한 나라가 되었을까? 왜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국채 30년 금리가 국채 10년보다 더 낮은 나라가 되었을까? 왜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났는데 엔화는 강세를 보일까? 도대체 마이너스 금리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이 이 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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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금리는 나라의 경제 상황을 대변한다. 마치 하나의 온도계와 같다. 현재 이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뜨거운지, 차가운지를 나타낸다. 금리는 실제 온도계처럼 경제가 뜨거울수록 올라가고 차가울수록 내려간다.
우리나라 경제가 엄청난 호황기를 겪고 있다고 가정하자. 누구든지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하고, 투자하는 족족 큰돈을 벌고 있다. 이 경우 너도나도 돈을 빌려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려 한다. 사업이나 투자를 하지 않고, 남에게 돈을 빌려주고 있는 대부자나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돈이 있지만 그 돈을 가지고 남들처럼 사업이나 투자를 하지 않고, 자신의 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대적인 상실감과 피해의식은 금리를 높임으로써 해결된다. 즉 이자를 더 받으면 된다. 다만 그 이자는 빌려가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을 넘을 순 없다. 만약 그 수준이 넘는다면 빌려가는 사람은 ‘죽 쒀서 남 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항상 그렇듯이 위기 이전에는 경제의 호황, 그리고 그에 따른 거품의 형성과 신용과 대출의 증가 과정이 나타났다. 주식시장도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한 번 폭락하기 시작하자 이후에 거침없는 하락세가 이어졌고, 이후 시장은 스스로 패닉에 빠졌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별다른 손을 쓰지 못했다.
과도하게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길거리로 내몰렸으며,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1930년에 뉴욕의 중심은행인 유나이티드 스테이트 은행이 파산해 50만 명이 예금을 찾을 수 없게 되었고, 1931년에는 한 해 동안 2,300개의 은행이 문을 닫았다. 극도의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났고, 사람들은 일시에 예금을 찾기 위해 은행에 몰려들었다. 은행들은 예금을 지급하기 위해 대출을 회수했지만, 사람들이 예금을 찾기 위해 몰려드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은행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으며, 빌린 돈으로 사업을 하고 공장을 돌리던 사업가들 역시 함께 망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행은 이렇게 가장 대표적인 3가지 방법으로 이 나라의 통화정책을 운영한다. 또한 이를 통해 물가안정이라는 목표를 이루고자 노력한다. 한국은행은 경제성장을 위해 국민과 기업인들을 최대한 지원하되, 그 과정에서 눈이 멀어 놓칠 수 있는 물가안정이라는 중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라의 경제를 감시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에게 환호성을 받을 수 있는 자리는 분명 아니다. 경제가 좋을 때 “금리를 올려 물가를 안정시켜야 합니다!”라고 외쳐봐야 서민들의 이자부담만 늘리는 나쁜 기관이라는 지탄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할 일을 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꿋꿋해야 한다. 그래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꼭 필요한 것이다.
후진국일수록 중앙은행이 독립적이지 못하며, 정부와 정치인 마음대로 경제를 운영한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인기에 영합한 정책을 쏟아내다 보면 엄청난 물가 상승을 경험하고, 경제가 급격하게 후퇴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당신은 2가지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첫 번째 게임은 단순하다. 참가와 동시에 당신에게 5만 원이 지급되고 종료된다. 두 번째 게임은 조금 더 복잡하다. 여기 문 2개가 있다. 하나의 문 뒤에는 현금 100만 원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문 뒤에는 80만 원짜리 참가비 청구서가 놓여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만약 당신이 첫 번째 게임에 참여하겠다고 선택한 사람이라면 어지간하면 주식시장에는 접근하지 않길 바란다. 당신은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사람이므로 주식시장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손해가 생겼을 때의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주식투자에 나설 경우 손해보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A기업의 매출액은 연간 100억 원이다. A기업은 100억 원의 부채가 있으며, 연간 이자비용은 5%다. 영업이익률이 5%라면 이 회사는 매출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 5억 원을 이자비용 5억 원을 지불하기 위해 모두 사용해야 한다. 회사를 유지할 수야 있겠지만 신규투자는 꿈도 못 꿀 일이다. 하지만 그럭저럭 회사는 유지해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경제 상황이 조금 악화되었다. A기업의 매출액은 연간 100억 원으로 동일했지만, 영업이익률이 1%포인트 하락해 이제는 4%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자비용은 5%로 동일하다. 영업이익이 4억 원이니 이자비용은 5억 원을 내기 위해서 부족한 1억 원은 다시 대출을 받았다. 이렇게 10년이 흘렀다. A기업은 신규투자를 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생산성도 향상되지 않았으며, 매출액도 늘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부채는 매년 1억 원씩 늘어났다(매년 증가한 부채로 인한 이자비용은 무시한다). 10년이 지난 현재, 부채는 110억 원이 되었다. 이제 이자비용은 부채의 5%인 5억 5천만 원이 되었다.

터키는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그것은 무조건적인 물가 하락이 목표가 아니다. 인플레이션보다 더 잡기 어려운 것은 디플레이션이다. 말 그대로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물가는 적정한 레벨을 계속 유지하거나, 느리게 또는 적정한 속도로 꾸준하게 올라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터키는 이미 물가가 자신들이 판단하는 적정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는데, 통화가치 급락이라는 악재를 또 만나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물가를 안정시키고 난 뒤, 다시 금리를 인하하든지 하는 카드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초기에 제어하지 못한다면 베네수엘라같이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 자국민이 자국통화에 대한 신뢰도가 사라지는 순간 어느 나라라도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 자국통화를 믿지 못하게 되면 자국통화를 매도하려고만 하고, 어느새 달러와 같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로만 거래하려는 현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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