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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자기계발을 위한 몸부림 - 칼 세데르스트룀(Carl Cederstrom),앙드레 스파이서(Andre Sp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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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을 위한 몸부림

칼 세데르스트룀(Carl Cederstrom),앙드레 스파이서(Andre Sp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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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소비지상주의 사회에서는 청바지 한 벌 산 걸로 만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는 자기계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의 단 한 부분만 향상시키고 싶지 않은 거죠. 모든 부분을 단번에 업그레이드하려고 합니다. 더욱 날씬하고, 건강하고, 풍족하고, 똑똑하고, 평온하고, 생산적이 되고 싶어 합니다. 바로 오늘, 단번에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이 책에서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독자적인 이론을 제시하는 대신, 절망감과 좌절, 드라마와 유머, 자기계발을 추구하는 이들의 공통된 심리를 드러내 보여주려 합니다.

이른 아침, 칼이 또 다시 글쓰기 경쟁을 제안해왔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점심도 거른 채 작업에 몰두했다. 오후 2시 30분까지 3,500자를 썼다. 오후 4시에는 리타를 데려온 뒤 몇 가지 요리를 했다. 저녁 식사 후 서재에 올라가 자정까지 작업을 계속했다. 2,000자를 썼다. 이제 지쳐 쓰러질 것 같다. 아니면 그저 내 느낌인 걸까? 어느 쪽이든 책에 5,500자를 추가했다. 칼보다 2,000자 더 많이 썼다. 이건 실화다.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지표에서 거의 50퍼센트가량 향상되었어요.” 얼굴이 붉어졌다. 확실히 모든 걸 바치긴 했다. 몸에 대해 생각하고, 운동하고, 기록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꿈조차도 몸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여기 나와 있지 않은가.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난 뭘 보여줘야 했을까? 컴퓨터 코딩을 배우는 데 100시간 가까이 투자했고, 정신력 향상을 위해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게다가 방탄 커피도 마셨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적당한 수면을 취하려 노력했다. 심지어 스스로 뇌파를 적절히 조절하도록 훈련하는 뉴로피드백도 시도했고, 명상도 해보았다. tCDS를 받았고, 머리 뒷면에 레이저를 쏘기도 했다. 두뇌 기능 향상 식품도 먹었다. 하지만 스마트해지기 위해 이렇게 많은 방법을 동원한 결과, 전보다 더 바보가 되었다는 느낌만 남았다.

이번 달 도전이 대체로 맘에 들진 않았지만, 전보다 덜 냉소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뉴에이지 영성 수련회에서 다른 이들의 고통과 아픔에 직면했다. 그들은 외롭고 슬픈 사람들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어떻게 그들을 조롱하겠는가. 그들은 그저 삶이 조금 나아지고, 덜 고통스럽기만을 바랄 뿐인데.

우두커니 서서 깊이 호흡했다. 한껏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데 집중했다. 지금 특별한 기분이 느껴지나요? 마음 챙김 앱의 남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걸 상상했다. “어떤 감정이든 괜찮습니다.” 눈을 감고 마음 챙김 수련에서 배운 교훈을 반복했다. 너 자신을 용서하라. 마음을 열어라. 나쁜 감정이란 없다.

이번 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다. 흡연과 음주, 퇴폐적인 생활을 신봉했고, 며칠간 요리하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다. 또한 숭고한 무위라는 가치를 구현하며 게으른 나날을 보냈다. 게으름뱅이가 되는 것이야말로 내 취향에 맞는 영성임이 분명해졌다. 마음 챙김 앱에 비싼 이용료를 지불하는 걸 그만두고 게으름의 철학적 원리를 삶에 결합하기 시작했다.

폐장 시간이 가까워지자 실의에 빠져 거리를 걸었다. 그러다 통화 시장은 아직 열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술에 취한 회사원 무리가 빌딩에서 쏟아져 나오고 뒤따라 마리아치 밴드가 나온다. 계좌를 열고 멕시코 페소가 강세라는 데 주문을 넣었다. “죄송합니다. 계좌에 자금이 부족합니다”라는 자동메시지가 나왔다. 자금을 늘리려는 절차를 밟으려다 멈추었다. 이 무슨 바보 같은 짓이야. 마지막으로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반짝이는 숫자들을 아쉬운 듯 쳐다보고는 거래 사이트를 닫았다. 이젠 다시는 하지 않을 참이다. 트레이더로 보낸 한 달이 끝났고, 최종 결과 500파운드 손실이었다.

나 자신은 그리 고려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1년간 대부분 세상과 단절된 채 지냈다. 이처럼 신문이나 소설, 영화를 보지 않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 달 동안 학술서를 쓸 때는 거의 아무와도 얘기하지 않았고, 역도 대회를 준비할 때는 매일 하루 종일 체육관에서 살았다. 이제 문을 열고 세상을 다시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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