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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유대인 이야기 - 홍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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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이야기

홍익희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유대인의 내밀한 저력을 밝혀낸다. 지금까지 우리가 유대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했다. 저자는 기존 유대인에 관한 책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유대인의 실체적 역사에 접근해보고자 했다.

이 책은 쉽고 간결한 문체로 그려낸 한편의 대하 다큐멘터리이다.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관한 지엽적 서술이 아니라 유대인의 조상 아브라함이 살았던 수메르 문명부터 시작하여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계사를 횡(橫)으로 보고, 그 큰 흐름 속에서 과학과 기술의 발달과정을 종(縱)으로 함께 엮어 경제사를 입체적으로 파악한다.

경제의 역사를 주도한 유대인들이 어떻게 지금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는지를 파노라마처럼 들여다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대인 역사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그들의 의식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이 믿는 ‘유대인의 역사책’인 《구약성경》을 흥미롭게 인용하고 있다. 일반 독자들도 흥미로울 주제들의 역사를 따로 뽑아서 유대인들이 어떤 역할을 했고, 이런 것들이 경제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 등을 연대기적 흐름과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

이런 역사적 팩트 위주의 서술은 얼핏 이 책이 단순히 역사서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자아내게 하지만,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술 방식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잘 몰랐던 유대인들의 특징과 세계 경제사의 흐름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도록 깊고 넓은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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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유대 민족의 저력은 전적으로 유대교에서 기인한다. 유대교의 특징은 계약의 종교다. 그들에게 계약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당위다. 그들이 신과의 계약뿐 아니라 상업상의 계약도 중시하는 이유다. 그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유대인 커뮤니티 간 상업과 금융상의 계약을 바탕으로 한 교류를 통해 세계 경제사를 주도할 수 있었다. 또한 유대교는 배움을 중시한다. 하느님의 섭리를 이해하려면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대교는 배움을 기도와 똑같은 신앙생활로 간주한다. 이것이 다른 민족과 차별점으로 유대인들이 세계사적으로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다. 더 나아가 유대교는 율법을 통해 유대인을 모두 한 형제라고 가르친다. 율법은 유대인 간에 형재애로서 단합하고 협동할 것을 명령한다. 신앙의 힘으로 연대하는 강력한 공동체 정신이 그들이 고난의 역사 속에서 버틸 수 있던 이유다. - 〈유대인의 역사는 《성경》과 궤를 같이한다〉 중에서

4천 여 년의 유대인의 역사는 한 마디로 방랑의 역사였다. 4백 여년 간의 이집트 종살이, 이집트에서 탈출해 광야에서 보낸 40여 년, 아시리아와 바빌론으로부터 나라를 빼앗겼던 포로 시대, 로마제국에 의해 세계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진 2천여 년은 바로 유랑과 핍박의 역사였다. 이 시련의 유랑 길은 당시의 그들에게는 힘든 고난의 길이었지만 경제사적으로는 현재의 유대인들의 부와 영향력을 만든 ‘은혜의 길’이기도 했다. - 〈선택 받은 아브라함, 우르에서 가나안으로〉 중에서

엑소더스(exodus)란 탈출의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다. 유대인 역사 가운 데 모세가 주도해 유대인들이 이집트에서 대탈출한 ‘출애급 사건’, 즉 엑소더스는 유대 신앙의 가장 중요한 구심점이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 역사 와 문화에 있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비로소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 <엑소더스, 이집트에서 탈출하다> 중에서

오늘날까지도 역사가들은 국가와 군주 중심의 역사기술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페니키아인, 이스라엘인, 그리스인들은 국가나 군주 중심이 아닌 개인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들은 노예와 이방인을 제외한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고 보았다. 인간이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부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게다가 가난은 일종의 위협이며 오히려 물질적인 부를 개척하고 축적하는 일이 자유로운 삶을 보장받아 신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한 마디로 페니키아인, 이스라엘인,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미래가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 현재보다 나아져야 하며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역사는 그들 덕분에 진보할 수 있었다. 이렇듯 페니키아인, 이스라엘인, 그리스인들은 자유를 숭상하고, 부의 축적을 신의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상이 자본주의를 이루는 그리스·히브리 사상의 근간이 되었다. 경제사에서는 그들의 진취적인 해외 시장 개척과 상업 활동을 고대라는 시간 틀에 가두며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시발점으로 그들을 재조명해야 진정한 경제사라고 하겠다. - <페니키아, 이스라엘, 그리스의 상권 각축> 중에서

솔론은 유대인의 희년제를 본받아 부채 탕감을 시도했다. 희년제란 50 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에 모든 부채를 탕감하고 토지를 원 소유주에게 돌 려주며 모든 노예를 해방시키는 유대인의 제도다. 《구약성경》 <레위기> 25장 8~55절에 ‘희년 계산법’, ‘대속죄일의 선포’, ‘휴경에 관한 규정’, ‘노예 해방’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희년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 상이었던 평등공동체의 회복을 뜻한다고 한다. 그들은 희년법을 통해 다 시 한번 평등한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희망했던 것이다. 그래서 희년이 되면 채무를 탕감해 주고, 노예에게 자유를 주고, 수감되어 있던 죄수들 에게도 사면을 베풀었다. 더 나아가 가축과 땅에게까지 휴식의 시간을 주었다. - <솔론의 개혁, 민주주의와 토지 사유제> 중에서

역사를 통해서 보면 기독교들은 오랜 기간 대부분이 문맹이었다. 성직자들만 글을 알았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글을 모르는 신자들을 위해 《성경》의 내용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는 성화(聖畵)가 발달했다. 반면 유대교는 고난과 수난의 역사를 거치면서 움직이는 종교로 탈바꿈했고 종교를 지켜야 하는 책임 때문에 열세 살 성인식을 치루고 나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성경》을 읽어야만 했다. 유대인이 중세시댕에 상업을 석권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세 유대 상인의 일상 업무 중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글쓰기였다. 그들은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통의 편지를 써야 했으며 이에 더해 자신의 상업 활동을 상세하게 장부에 기록해야만 했다. 물품을 받고 부칠 때 관련 증빙서류를 함께 동봉해야 했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목록을 작성하고 수시로 시세를 파악해서 사업상의 동료나 랍비에게 보내야만 했다. - 〈유대교의 재탄생, 움직이는 종교로의 탈바꿈〉 중에서

유대 사회에는 가난한 동족을 위한 복지제도가 강화되었다. 성전 시대 이후로 유대인 공동체에는 무료 숙박소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유대 회당 어느 곳이나 ‘쿠파(kuppah)’라 불리는 모금함이 있었다. 이 모금함은 유대인 복지공동체가 축으로 삼는 구심점이다. 회당에는 구호금 접수원 이 있어서 매주 금요일 아침이면 시장과 일반 가정을 돌아다니며 구호금이나 구호품을 수거했고, 모아진 것을 당일에 나누어 주었다. 일시적으로 구호가 필요한 사람은 위급을 면할 만큼 충분히 받고, 영구 구호가 요구 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에 두 끼씩 일주일에 열네 끼니를 받았다. 이 구호기금을 ‘쿠파’ 곧 ‘광주리 기금’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유대인 커뮤니티에서 가난한 유대인은 구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 <바빌론의 멸망과 유대인의 귀환> 중에서

반유대주의는 신학적(anti-Judaism), 인종적(anti-Semitism), 정치적(anti- Zionism) 반유대주의라는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모두가 유대인 말살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유대 민족의 출현과 함께 시작된 것이다. 유대인들이 거주했던 지역의 통치자들은 대부분 반유대정책을 펼쳤다.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2세는 자신의 왕국 내에 거하던 고대 유대인들이 민족을 이루게 되자 그들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그들의 수가 너무 많아져 서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또한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왕의 장관 하만은 페르시아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모든 유대인들의 뿌리를 뽑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 <유대인 폭동의 시작, 1차 유대-로마 전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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