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사람은 근본적으로 참 변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지만 그래도 하나 분명한 것은 ‘아내’나 ‘남편’이라는 역할을 연기하다 보면 나날이 요령이 생긴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점을 보러 갔다가 이런 말도 들었다.
“이 집은 경선 씨만 잘하면 돼. 남편과 아이는 아무 문제 없이 사는데, 경선 씨만 안달복달이야.”
“자유롭고 싶어.”
침대 위 등돌리고 누워있는 남편의 뒷모습에 대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 남편은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마치 그 이상 어떻게 자유로워지냐는 듯이.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가급적 집에서 탈출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남편과 아이로부터. 가정과 생활의 그 모든 것들로부터.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나는 껍데기뿐인 사람으로 지냈다.
무모함이란 실은 용기와 자신감을 가진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것.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인데 나는 잃을 게 없다, 오로지 그 사람 하나만을 보고 갈 거라고 선언하게 만드는 어떤 미친 열정, 나는 그게 부러웠던 것 같다. 지혜로운 사람이 강을 건널 방법을 생각하는 동안 미친 사람은 이미 강을 건너 있다.
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면 대개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성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네 부부에게만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의지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알고 보면 무척 쓸쓸한 인간이라는 것을 살면서 불현듯 깨닫는다. 뿐만 아니라 자기와 가까운 사람도 쓸쓸하게 만들어버린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결혼한 사람들에게 가장 어이 없어하는 지점은 ‘자기들은 결혼했으면서 주변의 싱글들에겐 왜 '결혼같은 거 하지 마'러고 뜯어말리는가’이다.
하루의 업무로 지친 이들이나 오늘 밤 데이트 약속이 잡혀 설렌 표정으로 외출하는 이들이 고루 섞여 지하에서 지상으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나는 그 인파 속에서도 그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는 저만치 비스듬히 서 있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안경 너머 그의 시선은 나를 쓱 스쳐 지나간다.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우와... 정말 길거리에 널리고 널린 그런 아저씨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었다. 계속 쳐다보고 있자니 그제야 남편이 나를 알아봤다. 그가 팔을 번쩍 들어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 그는 더 이상 '길거리에 널리고 널린 아저씨' 중 한 명이 아니게 되었다. 심지어 조금 잘생겨 보이기까지 했다.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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