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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 남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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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체험 + 저널리즘 = ‘남기자의 체헐리즘’
겪어야 쓰는 기자 남형도의 100퍼센트 리얼 극한체험 프로젝트

“당신이 되고서 알게 된 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작은 한숨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라며”


네이버 기자페이지 구독자 수 1위, 남형도 기자의 ‘남기자의 체헐리즘’ 책으로 출간. 독자와 댓글로 소통하는 기자로 유명한 남형도의 첫 책. ‘애 없는 남자의 육아 체험’ ‘집배원과 소방관 하루 체험’ ‘폐지 수집 동행’ ‘유기견 봉사’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직접 체험해보고 그 속에서 느낀 웃음과 눈물을 찐하게 기록한 ‘발로 쓴’ 에세이. 여성, 취업, 장애인, 노동 등 우리가 알아야 할 사회적 이슈뿐만 아니라 자존감, 번아웃, 성격 등 개인의 문제까지 함께 고민해보는 좌충우돌 체험 프로젝트. 묵직한 삶의 의미에 진정성과 위트를 담아 전하는, 사람의 온도가 느껴지는 따뜻한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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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체험한 지 사흘 만에, 브라를 결국 벗었다. 육체적인 불편함보다 더 힘든 건, 버거운 시선이었다. 누가 뭐라 안 했어도 그것만으로 무언의 족쇄였다. 그래서 여성들도 쉬이 벗을 수 없었겠구나, 절실히 깨닫게 됐다.

배달 온 짜장면을 먹으며 전씨 이야길 들었다. ‘엄마로 사는 삶’이 뭔지. 혼자 뭔가 결정해야 하고, 이 선택을 잘한 걸까 고민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항상 불안하고 마음 졸이는 삶. 짧게나마 경험한 시간 덕분에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육아에서 가장 편한 날은 어제”란 명언도 들려줬다.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눈 뜨면 더 힘든 게 기다리고 있다고.

이따금 테이프가 다 뜯긴 채로, 차곡차곡 펴진 상자도 있었다. 그건 그대로 담았다.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었다. 아파트 분리수거 날, 상자 테이프를 떼서 버리라던 경비아저씨의 말이 생각났다. 그땐 ‘귀찮은데 왜 떼라고 하지’ 하며 투덜거렸었다. 그제야 이해가 됐다. 상자 테이프를 떼고 분해해서 차곡차곡 넣는 것, 그건 누군가의 생계를 위한 작은 도움이기도 했다.

소방관으로 보낸 하루 덕분에, 꼭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생각났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집 앞 소화전 철문을 열어서 안전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베란다에 방치돼 있던 소화기 날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구석에 처박아뒀던 휴대용 소화기도 잘 보이는 곳에 뒀다. 가스 밸브가 잘 잠겨 있는지도 확인했다. 그동안 귀찮아서 미뤄둔 가스 안전점검도 신청해 방문일을 잡았다. 그렇게 해서 단 한 번이라도 화재 출동을 줄이는 것, 그게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계도 오래 쓰면 한 번쯤은 고장이 난다. 그럴 땐 가동하지 않고 그냥 놔둔다. 하물며 사람 마음은 어떨까. 뭔가 뒤죽박죽 뒤엉켜 있다면, 매일 열심히 살아도 행복하지 않다면, 한 번쯤은 괜찮지 않을까. 온전히 아무것도 안 하는, 뜻밖의 선물 같은 하루 말이다.

집중해서 하루를 보내니, 소소한 것들을 더 많이 알게 됐다. 이불에 딸랑이를 파묻고 앞발로 파헤쳐 꺼내는 걸 좋아한단 것, 냄새 맡을 때 코 양옆에 난 잔털이 씰룩거린다는 것, 오른쪽 뒷발을 들고 쉬 한 다음 냄새를 한번 ‘킁’ 맡는다는 것, 창밖에 날아다니는 새와 용맹하게 싸운다는 것, 내 말을 절반 이상 알아듣는다는 것, 소심하지만 호기심이 참 많다는 것, 나를 바라본다는 것. 그리고 내겐 조금은 단조로운 놀이도, 똘이는 무척 행복해한다는 것. 그게 똘이에게 전부라는 것. 행복하게 해주려 시작한 하루인데, 내가 더 행복해졌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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