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마음이 힘들어지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후회하고, 문제점을 찾습니다. 내가 잘못 살아온 거 같다고,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내가 지금 마음이 힘들고 주변 사람들과 힘들어졌다고 후회하면서 지난 시절의 자기 모습을 책망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지내온 방식이 과연 잘못되기만 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것이 아무 가치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그 방식을 지속해왔을 리가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 방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상황의 변화에 관계없이 그 방식을 고수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열심히 하는데 이전에 효과적이던 방법이 더 이상 그렇지 않다면, 이제 평형이 맞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나는 그대로인데 결과가 꼬인다면, 환경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환경에서는 효과적이던 방식이 다른 환경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성공적인 학업방식과 업무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학문적으로는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의문을 가지고 더 좋은 답을 찾기 위해서 시간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실제 업무 장면에서는 마냥 시간을 가지고 탐구할 수는 없습니다. 업무장면에서는 최선의 답보다는 주어진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과는 무난하게 잘 지내는데, 다른 사람과는 그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대상을 편애하거나 차별해서 대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에 대한 호의를 가지고 하던 대로 합니다. 그런데 어떤 관계는 원만하게 지내지만 또 어떤 관계는 갈등이 생기고 내가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모습으로까지 오해를 받는다면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관계를 맺는 방식은 성격의 일부분이라서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는 습관들이 나타납니다. 예컨대 눈치 빠른 사람은 어디가나 상대를 빨리 파악해서 남을 챙기거나 분위기를 잘 맞추고, 직선적인 사람은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옳고 그른 것에 대해서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직장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적응하고 해내야 할 업무와 역할이 많으면 거기에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정신없이 바쁘다가 한숨 돌리고 나면, 이제 내 안에 돌보지 못했던 여러 욕구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요? 균형을 깨뜨리는 스트레스는 반드시 부정적인 사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삶의 모든 변화는 우리에게 긴장감을 줍니다. 일이 많아지는 것도 균형을 깨뜨리는 것처럼, 늘 있던 자극들이 사라지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미 이루고 있던 균형을 깨뜨립니다.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에너지들이 집중됩니다.
큰 변화를 경험하고 꾹 눌러 참고 지내다가 몇 개월 혹은 몇 년이 지난 후에야 감정의 혼란이 찾아오는 사례를 종종 봅니다. 되짚어가다 보면 모르는 척 애써 눌러왔던 감정이 묻혀 있고, 결국 예상치 못하던 시기에 솟아올라서 무기력해지거나 예민해지는 것입니다. 예기치 않은 변화는 비상사태이고, 비상사태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큰 변화를 맞이하고도 이전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우에 흔히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거나 ‘평소에 하던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기에 큰 변화를 맞이하고도 그 일이 생기기 전과 동일하게 지낸다는 것은 사실 ‘위장’입니다. 아무 일도 없다고 자신을 속이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불편함이 있다고 해도 이를 무시하고 현재를 유지하게 하는 가장 큰 유혹은 익숙함입니다. 익숙한 습관은 우리의 인지적 자원을 훨씬 덜 사용합니다. 익숙해진 방식은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몸이 움직이고, 늘 하던 일은 크게 집중을 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가 덜 드는 일이라서 심리적으로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결과에 대해 대략 예측도 가능합니다. 긴장도가 낮아 마음의 여유가 있고, 결과에 대한 예상으로 통제감도 가질 수는 있으니 굳이 익숙함을 버리고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이직을 하게 되면 회사마다 고유한 조직문화가 다를 수 있으니, 새로 옮겨간 직장에서 요구하는 방식과 기준에 따라 행동 방식의 조정이 필요합니다. 역할이 바뀌거나 업무 변경이나 조직을 이동한 후에 이전에 비해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례를 보면, 변화된 요구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흔합니다. 업무의 특성에 따라 효과적인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조직 문화에 따라 요구되는 기준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방식을 내려놓지 못해서 적응을 못하는 것입니다. 과거에 성공적 결과를 얻었다면, 그 ‘방식’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고안하고 수행했던 나의 역량을 믿어보세요. 자신을 믿고 과거의 영광을 향한 미련을 내려놓아야 변화를 인정하고 새로운 방식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일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것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 취미나 자격 취득 같은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취미나 자격 취득이 업무에서의 인정만큼 쾌감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일에 쏠려 있는 주의를 분산시켜서 삶의 전체적인 균형을 돌아보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긴장을 풀고 즐거움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던 대상이 점차로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술을 마시다가 다음 날 출근을 하지 못하거나, 밤새 게임을 하느라 다른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일시적으로는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삶의 균형을 해칩니다.
우리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라고 교육받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신은 감정적인 사람인 것 같습니다”라는 말보다는 “당신은 합리적인 사람입니다”라는 반응이 좀 더 칭찬처럼 들립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사람들에게 더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감정을 자제하고 이성적 판단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점차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항상 가질 수는 없고 감정이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워가고, 욕구와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닌지라 하고자 하는 마음, 즉 동기가 유발될 때 업무에도 더 잘 몰입하고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잘 쉬는 것은 마음의 컨디션을 관리해주고 지친 마음을 회복시켜서 동기를 회복시켜줄 수 있습니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기계가 타버리듯이, 팽팽하게 바람이 찬풍선이 쉽게 터져버리듯이, 만일 사람도 적절한 휴식 없이 일만 하게 된다면 소진되어버리고 맙니다. 이런 심리적 소진상태를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누적된 심한 피로감으로 매사에 무기력하고 의욕을 잃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중력도 예전 같지 않고, 자신과 미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에 치우치기 쉽습니다.
단지 며칠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휴식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몸은 업무장면을 벗어나 있어도 마음의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면 휴식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휴식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긴장이 풀리지 않나요? 그렇다면 마음의 습관을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습관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습관을 바꾸는 데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유형 중 자신에게 가까운 유형을 참고해, 내 안에 있는 긴장을 낮추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습관을 길러보세요
1인 미디어 시대라고 합니다. SNS와 유튜브, 개인출판까지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경로와 방식이 다양하게 증가했고, 표현하는 것이 쉬워졌습니다. 다양하고 쉬워진 만큼 여러 채널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자신을 드러내는 데 신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견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갈등이나 오해가 종종 일어나게 됩니다. 예컨대 분위기를 좀 띄워보겠다고 사실을 과장해서 농담으로 던진 이야기가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을 조롱하는 것 같아 상처가 됩니다. 혹은 그저 있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사실대로 전했는데, 그 정확함이 어떤 사람에게는 비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친절을 베풀고 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상대방이 전하는 감사에도 기분이 좋아지고, 굳이 감사인사를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좋은 일을 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나면 그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좀 더 가까워집니다. 그런데 분명 호의를 베풀었는데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럴 때 친절과 거리두기의 균형에 대해서 점검해봐야 할 때입니다. 균형점을 점검해봐야 할 첫 번째 상황은 상대방이 친절을 감사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입니다. 말하자면 평소와 다르지 않게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을 했는데, 상대방이 지나치게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경우입니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것 없이 반성하고 비판하게 되면 마음은 피폐해집니다. 칭찬 한 번 없이 늘 혼내기만 하는 부모를 둔 아이를 생각해보세요. 아이 입장에서 설명하려고 하면 핑계대지 말라고, 그것은 너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아이는 무기력하고 우울해질 것입니다. 스스로를 비판하고 평가하는 것은 내 안에 엄격한 부모를 둔 것과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기합리화를 통해 상황 탓을 하며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 문제인 것처럼, 자기반성에만 몰입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기훈씨는 업무에 적응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전과 동등한 기준으로 자신의 수행수준을 평가하다 보니 점차 위축되었습니다.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면 스스로를 주눅들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흔들리는 것은 20대나 40대나 연령에 관계없이 마찬가지입니다. 환경은 늘 변화하고, 내 안의 욕구도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그러니 균형은 깨지기 마련입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없으므로 균형이 깨지는 것은 불가피하고, 삶은 끊임없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불균형은 문제가 아닙니다. 균형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이미 흐트러진 균형점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려고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불균형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이며,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동력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그것이 체화되면 우리는 좀 더 확장되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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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균형 있게 살기로 결심했다 _책 읽는 다락방 J
책읽어주는남자 #책읽어주는라디오 #오디오북 #북튜버 E: hipuhaha@naver.com 우리는 익숙한 것을 잘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좀 불편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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