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박용만
경영인 박용만이 직접 써 내려간
일의 기술, 관계의 태도, 삶의 이야기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박용만이 직접 쓴, 첫 책을 냈다. 그간 알려진 그의 모습은 경영인으로서의 성과에 집중되어왔다. 그는 소비재 중심의 두산을 인프라 지원사업 중심의 중공업그룹으로 변모시키는 과정에서 인수합병을 이끌었고, 지난 7년여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며 샌드박스로 신기술 사업화 등을 성과로 남겼다. 하지만 ‘경영인’ 박용만 외에도 그에게는 사진작가, 아마추어 요리사, 미식가, 주말 봉사자 등 다채로운 얼굴이 있다. 또한 한때 저널리스트를 꿈꿨던 박용만 회장이 글쓰기를 즐겨하며, 파워 SNS 유저로서 격 없이 소통해온 것은 유명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지면을 확장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일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경영 기술과 삶의 태도를 꾹꾹 눌러 썼다.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는 기업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개인사, 경영 일선에서 흘린 땀과 눈물, 그가 지켜온 가치와 꿈꿔온 미래에 대한 박용만의 기록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경영인 박용만의 일의 경험뿐 아니라 그 이면의 자연인 박용만의 다양한 활동과 시각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그의 태도다. 일이든 관계든 최선을 다하되 긍정을 잃지 않는 여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휴머니스트다운 면모는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독자들에게 괜찮은 어른을 만나는 드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책속에서
그해는 두산이 시즌 4위로 간신히 턱걸이하듯 준플레이오프에 올라 연 16게임의 가을 야구를 치르며 악착같이 코리안시리즈 우승을 향해 올라가는 기적의 끈기를 보여주던 해였다.
“베어스를 보면서 내 삶을 생각합니다. 제대로 취직도 못 했고 무엇 하나 가진 것 없는 패배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이 베어스입니다. 나도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이 생깁니다.”
어느 젊은이가 보내준 이 메시지를 읽고 참으로 가슴이 뭉클했다. 그래서 당연히 응원도 가야겠지만 이 젊은이의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꼭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만류를 무릅쓰고 대구 구장으로 달려갔다.
부자지간도 회사 일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비라고 폼 잡고 있어봐야 아들들이 바보도 아니고 내 좋은 점, 나쁜 점, 잘한 점, 실수한 점, 인간으로서의 모든 면을 다 보고 있는데 멋있는 척해야 통하지도 않는다. 그냥 내 사랑으로, 생각대로, 나 생긴 대로 터놓고 사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도 머릿속은 20세기인데 겉모습만 21세기로 만들려고 하면 ‘청바지 입은 꼰대라는 소리 듣는다.
“시간이 흘러가며 내 몸도 생각도 예전 같지 않음을 자주 느낀다. 젊음이 물러감을 느끼는 것은 아마 인간의 가장 큰 상실감 중의 하나이겠지 싶다. 동시에 평생 학습하고 경험해서 견고하게 다져놓은 내 판단의 잣대에 대한 집착도 사라져간다. ‘그럴 수 있지’ 혹은 ‘내가 다 옳을 수 있나?’ 하며 판단하기를 유보하곤 한다. 이렇게 젊음을 잃어버리고 변하는 과정에 오히려 편안하고 다가오는 변화가 마음에 들기까지 한다.
구조조정, 위기 극복, 변화와 혁신, 모두 각각 다를 것 같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고통스런 과정이라는 점이다. 가진 것을 파는 것도 고통이고 눈에 보이는 가능성을 오늘의 생존 때문에 포기하는 것도 고통이다. 동료를 떠나보내는 것은 말로 할 필요조차 없이 가장 큰 고통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한다지만 인수합병의 장에서만큼 이 진리가 통하는 데가 없다. 상대의 입장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유리하다. 그리고 상대를 알면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 정확히 알게 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면 내가 파는 경우에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는 대신 다른 것을 후하게 받을 수도 있고 혹은 그들이 원하는 것에 상당한 가격을 붙일 수도 있다. 딜의 스트럭처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서 상대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합리적 가격에 가질 수 있고, 나는 나대로 내가 원하는 것에 더 가치를 붙일 수도 있다.(…) 이처럼 거래는 지식과 과학의 힘으로 결정된다.
공적인 이해의 관점에서는 설사 생산성과 효율이 조금 낮더라도 전체에 대한 공급이 우선해야 하는 일이 있다. CEO로서의 능력이 내게 체화된 생산성과 수익성의 추구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당연히 대한상의 회장이라는 공적인 영역에서는 전혀 다른 능력과 사고를 갖추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주저하는 일이 많았다. 내가 직관적으로 머리에 떠올린 판단에 자신이 없어서였다. 여러 해 동안 대한상의 회장을 하며 많이 훈련도 됐고, 공적인 영역의 일을 많이 접하다 보니 이제는 나 자신의 사고도 많이 바뀌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문득문득 습관적으로 생산성에의 집착을 느낄 때는 8년 가까이 해온 대한상의 일에서도 멈칫하게 된다
“독일제 털로 (노숙자용) 점퍼를 만들었다고 하니 ‘나도 못 입는 독일제 오리털을 넣었어요?’ 하는 사람이 있다. 봉사 다니며 가장 분노가 솟을 때 중 하나가 ‘어머, 이건 우리도 자주 못 먹는 건데……’라거나 ‘거의 우리 집 수준이네’라는 말을 들을 때다. ‘내가 베푸는 것이니 나보다 못한 것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참으로 당치 않다.”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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