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
조국
조국의 시간은 2019년 8월 9일, 조국이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정리하고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기록했다. 진보적 지식인으로서 꿈꿔왔던 검찰개혁을 공직자로서 실현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난의 시간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 민정수석으로 청와대 입성 과정, 민정수석에서 법무부장관을 수락하는 과정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출마냐 입각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과 최근까지 벌어지는 사건을 생생하게 다뤘다. 시민 한 분 한 분이 보내준 작은 응원이 만들어낸 큰 기적과 같은 이야기가 곳곳에 담겨 있다.
언론의 허위보도와 과장이 난무하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한 조직 이기주의에 맞서 내놓는 최소한의 해명이자 역사적 기록이다. 진정한 정의는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남은 과제와 희망에 대해 말한다.
책속에서
나는 법무부장관 적임자와 관련해 문재인 이사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관중에게 질문을 돌렸다. “여러분, 우리 조국 교수님 어떻습니까?” 이 질문에 관중은 크게 웃었지만, 나는 당황했다. 사실 나는 그 자리에 참석한 김선수 변호사(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현 대법관)를 법무부장관 적임자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고민이 커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께 의논드렸다.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청와대 안팎의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도 상의했는데, 다들 같은 의견이었다. 대부분은 내 고향인 부산이나 내가 오래 거주하고 있는 서울 강남 등 ‘적지’(敵地) 출마를 권했다. 정치인으로 변신하라는 요구였다. 고민이 깊어졌다.
의아하고 궁금하다. 이 보도의 최초 정보제공자는 누구였을까. 첫째, 표창장이 (재)발급되었음을 알고 있고 둘째, 표창장이 ‘위조’되었다고 알리고 싶은 사람만이 검찰 또는 언론에 제보할 수 있다. 검찰은 강사휴게실 PC를 확보하기 전이다. 누구일까. 동양대 관계자 외에는 없다.
도대체 내가 밀어준 여배우는 누구인가. 딸은 아반테를 타는데, 포르쉐는 어디서 튀어나온 차인가. 나와 가족은 유학 시절을 제외하고 한 번도 외제차를 탄 적이 없다. 아들은 오히려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고 가해 학생들은 학교를 떠났다는 공식 기록이 있는데, 아들이 성희롱을 했다니 이 무슨 음해인가.
그러나 검찰은 2017년 5월 내가 민정수석이 된 후 딸이 받은 장학금 액수 총 600만 원을 뇌물이라고 규정하고, 나와 노 원장님을 기소했다. 얼토당토않은 기소였다. 나에게 ‘뇌물범’의 낙인을 찍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가슴속 깊이 모욕감을 느꼈다. 노 원장님께 정말 죄송했다. 학업에 적응하지 못한 지도학생에게 준 장학금 때문에 검찰조사를 받고 기소까지 되었으니, 얼마나 놀라고 두려우셨을까 싶다. 부산대 의전원의 장학금 수혜율은 2016년 81.4%, 2017년 78.6%, 2018년 95.4%라는 점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공수처는 누가 견제하느냐?”라는 어이없는 질문을 보수야당?언론?논객 등이 유포한다. 공수처 검사의 비리는 당연히 검찰이 수사한다. 검찰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공수처를 감시할 것이다. 보수언론은 공수처 흠집내기 취재를 벌일 것이다.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절차 위반 수사의 이첩과 재이첩 과정에서 검찰과 언론은 갓 출범한 공수처를 쉴 새 없이 몰아세우고 있지 않은가.
나 전 의원의 딸 대학성적이 D0에서 A+로 수정되는 등 10회 대폭 상향 정정되었는데, 검찰은 이것을 ‘강사의 재량’이라고 보고 불기소결정을 내렸다. 만약 내 딸의 성적이 이렇게 수정되었다면, 검찰은 어떤 행동을 했을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집회 현장에서 “조국 수호” “우리가 조국이다”를 외친 시민들도 이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구호는 나에 대한 우상화도 개인숭배도 아니었다. 촛불시민들은 나의 한계와 흠을 직시하면서도 폭주하는 검찰에 경고하고 검찰개혁의 대의를 이루기 위해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이 구호를 외쳤던 것이다. OECD 최고 수준의 정치의식을 가진 한국 주권자의 의식을 폄훼하면 안 된다.
내 사건의 수사가 ‘공소권 없음’?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가 내리는 결정?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희망하며 비웃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들었다. 가족 구성원 전체가 ‘도륙’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은 엄청났다. 그러나 나는 죽지 않았다. 죽을 수 없었다.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나의 흠결을 알면서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생환(生還). 그것이면 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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