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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퇴근길, 다시 태도를 생각하다 -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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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다시 태도를 생각하다

유인경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를 읽은 10만 독자에게 권하는, 직장생활의 기본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 퇴근길이 홀가분하면 좋으련만, 자꾸만 하루를 되짚어 곱씹게 될 때가 있다. 오전 회의가 막 끝났을 땐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기만 했는데, 가라앉은 가슴으로 찬찬히 생각하다 보니, 그들 탓만 할 수는 없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때 좀 더 현명한 태도였다면 좋았을 텐데' 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될 때 말이다.

좌충우돌 신입 때는 잘 모른다. 문제가 생긴 건 모두 또라이 상사와 밉상 동료 탓인 것 같다. 그러나 몇 년 지나 대리나 과장급이 되면 내 실수도 눈에 들어오고 사소한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가 상황을 바꾼다는 것을 알게 된다. <퇴근길, 다시 태도를 생각하다>는 회사 때문에 지칠 때, 직장생활의 기본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권하면서, 사소한 태도 하나만 바꿔도 많은 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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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미안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정작 하기 어려운 말. 이 간단한 말은 최고의 명약, 혹은 저주를 푸는 마법 같은 효력을 갖고 있다. ‘죄송합니다’란 말은 비난의 손가락질을 금세 연민의 동정으로 바꾼다. 그런데 이토록 간단하면서 놀라운 힘을 갖는 말을 제대로 하는 이들이 너무 드물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누군가에게 잘못을 하기 마련인데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나 역시 미안함을 느끼는 순간, 무안함이 더 먼저 나타나 뚱한 표정을 짓거나 오히려 화가 난 듯한 태도를 보여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할 때를 놓쳐 아름다운 인연까지 놓친 경우도 많다. 왜 기자 생활을 30여 년 넘게 해놓고도 미안과 무안의 구별을 제대로 못하는 걸까….
반면 딸이나 후배에게도 기꺼이 ‘미안해’라고 말해서 무시를 당하기는커녕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일도 많다. 우리 집 강아지에게도 수시로 “밥을 늦게 줘서 미안해” “꼬리를 밟아서 쏘리~” 등의 말을 건넨다. 강아지들은 적어도 이해한다는 눈빛을 보인다.

_ 왜 우린 미안하다는 말을 잘 못할까

사과를 받아주는 것은 거창하게 용서를 하거나 사면권을 준다는 게 아니다. 상대의 심정과 말을 완벽히 이해하고 공감하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가 하는 말을 들어주고 ‘그럴 수도 있었겠지’라고 생각의 폭을 넓히란 것이다. 이 세상은 이해할 수 있는 일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이 일어나고, 영화나 소설보다 현실에서 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할 때가 많고, 그 어떤 작가의 상상력도 창조할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의 인간이 가득하다. 또 실수를 안 받아줘서 마음의 평화나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나는 지금도 우리 엄마가 “엄마, 내가 내 욕심에 엄마 발목을 잡고 있어서 미안해요. 이제 내 걱정 말고 마음 편히 떠나셔도 돼요. 잘 못 모셔서 정말 잘못했어요”란 나의 사과를 받아주셨다고 믿는다. 그 사과의 말을 듣고 몇 시간 후에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말이다. 모자란 딸의 사과를 받아준 엄마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사과할 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떠올려보면, 사과를 받아들일 때 좀더 너른 품을 가질 수 있다. 그 간절함, 자책, 후회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상대도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_ 사과를 받아들이는 나의 자세는 괜찮을까

내가 가장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사람은 내게 욕을 하는 이들이 아니다. 전날 즐겁게 이야기하고 헤어졌는데 다음 날 턱밑까지 다크서클이 내려간 얼굴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다. “나 어제 한숨도 못 잤어. 밤새 곰곰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는데 어제 네가 한 그 말, 무슨 뜻이니?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한 거니? 어제는 무심코 들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네가 혹시 저번에 내가 한 말 때문에 빈정이 상해서 돌려서 한 말은 아닐까 싶더라. 대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네 생각이 궁금해. 솔직하게 말해줘.”
난 남들이 20년 전에 한 말도 기억하는 반면 내가 어제 말한 단어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남이 쏜 화살은 내게 박히지만 내가 쏘아버린 화살은 어디 갔는지 모르는 것처럼. 의도를 감추고 포장해 한 말은 더더욱 없다. 잠이 보약이라는데 잠을 안 자고 괜한 생각과 상상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이 너무 안쓰럽다.
한 회사의 임원은 ‘생각이 너무 복잡한 직원들이 때론 생각 없는 직원보다 더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무슨 지시를 내리면 ‘그게 상무님 생각입니까, 아니면 임원회의에서 정해진 내용인가요?’ ‘왜 상무님은 김 대리가 말할 때는 웃으며 들어주시고 제가 말씀드릴 때는 미간을 찌푸리세요?’ 등등 난해한 질문부터 ‘전에 제가 회식 끝나고 노래방에 안 따라갔다고 삐치신 거죠’ 등 혼자 억측을 하는 직원들에게 제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제 머리나 가슴을 드러내 보여줄 수도 없고요.”

_ 생각이 많으면 피곤하다

사적인 모임이나 동창회에서도 맞장구를 잘 쳐주는 친구가 예쁘고 고맙다. “그래, 그랬구나” “저런, 고생했겠다” 등등. 상사도 인간인지라 리액션이 좋은 후배에게 정이 간다. 지금은 독립해 개인사업을 하고 있지만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여성은 적절한 리액션도 업무 능력이라고 말한다.
“저는 다른 곳에서 일하다 그 회사로 스카우트되었어요.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고 대부분 남자들인 조직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는데 부하 직원들의 격려와 응원으로 버틸 수 있었어요.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오늘 프레젠테이션, 최고였습니다. 동영상으로 찍어 전 국민이 보게 해야 하는 건데’ 등등 그런 사소한 말에도 힘을 얻었어요. 지금도 그 직원들과는 자주 연락하고 밥도 먹습니다. 한 명은 지금 제 사업을 돕고 있죠. 제 말에 가장 열렬한 리액션을 보여준 직원이에요.”
꼭 누군가에게 잘 보여 출세하려는 목적을 갖고 하는 영혼 없는 리액션은 한계가 드러난다. 진심으로 공감해줄 때 그 리액션이 빛을 발할 수 있고 그 마음이 더욱 귀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_ 리액션을 잘하는 것도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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