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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명랑한 은둔자 - 캐롤라인 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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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롤라인 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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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혼자 있는다는 것, 그 모든 다양한 형태는 연습이 필요한 기술이다. 고독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을 돌볼 의욕이 있어야 하고, 자신을 달래고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교적인 생활을 가꾸는 것도 역시 어려운 일이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기꺼이 취약해질 줄 알아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

사실 나는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살아왔던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선택한 고독의 수준이 어떤 면에서든 내게 좋았기 때문에, 나와 내가 잘 맞았기 때문에 그래 왔을 것이다.
―〈명랑한 은둔자〉

나는 애인과의 관계에서 성공하려면 에너지와 헌신과 정직함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늘 알았지만, 우정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황당하게도 오랜 시간이 들었다. 그런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강한 여자라도 이성과의 관계는 ‘중요하지만’ 동성과의 우정은 부수적일 뿐이라는 생각,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공허를 채우고 존재 가치를 입증해주는 건 연애 관계의 사랑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바로잡는 데 기나긴 세월이 걸릴 수도 있다.
―〈이 우정은 잘되어가고 있어〉

“개가 생긴 뒤로 네 세계가 좁아진 거야?”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내가 루실과 살게 된 뒤 예전에 하던 많은 일을 하지 않는다고, 영화관에 덜 가고 쇼핑도 덜 하고 외식도 덜 한다고, 그런 일이 이제 즐겁지 않아서가 아니라 개를 남겨두는 데 대한 불안이 커서 안 하게 된다고 말한 뒤였다. 나는 질문을 곰곰 곱씹다가 대답했다. “어떤 면에서는 좁아졌지.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넓어졌어. 주고받았어.”
―〈개와 나〉

우리는 모두 나이 들수록 삶이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라 더 쉬워진다는 신화를 믿으며 자라는데, 나이 드는 부모의 모습만큼 그 믿음이 사실이 아님을 잘 보여주는 것은 많지 않다. 실제로는 우리가 나이 들수록 잃은 것이 많아진다. 점점 더 크고 버거운 과제가 나타난다. 실수를 되돌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부모의 죽음을 생각해보는 일이 겁나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부모의 죽음을 생각해본다는 것〉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일 년 반이 좀 넘었다. 그런데 내가 놀라는 점은, 애도하는 과정에 자꾸 떠오르는 일들이 좋았던 일들이라기보다는 다소 부정적인 일들이라는 것이다. 짜증스러웠던 일, 쓰라렸던 일, 모녀 관계라는 방정식을 이루는 복잡한 요소들 말이다. 좀 한심하거나 괴상한 말로 들리겠지만, 나는 이따금 엄마 때문에 치를 떨 수 있었던 것이 그립다. 엄마에 대해서 불평할 수 있었던 것이, 혹은 엄마가 너무 수선을 피우거나 너무 말이 많거나 너무 주의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열불이 나서 눈을 홉뜰 수 있었던 것이 그립다.
―〈모녀의 관계가 주는 가르침〉

어떤 중독이든, 어느 시점이 되면 당신이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서 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행동이 당신을 통제하게 된다. 나는 그 선을 그해 여름 넘었던 것 같다. 내가 굶어서 없애려고 했던 것들이―외로움, 불확실성, 분노―점차 덜 중요해지고 굶기 그 자체가 중요해졌다. 그 문제가 내가 내리는 결정들과 내가 시간을 쓰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음식이 적이 될 때〉

외로움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말 걸 사람이 아무도 없는 파티에 있을 때 느껴지는 단절의 외로움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을 때 찾아드는 그리움의 외로움도 있고, 사람과 접촉하지 않은 채 내리 몇 시간이나 며칠을 보내면 생겨나는 고립의 외로움도 있다. 그런데 내가 제일 잘 아는 외로움은 일요일 오전의 그리움이다. 이것은 종종 사전 경고도 그럴 만한 이유도 없이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듯한 외로움이다.
―〈외로움에 관하여〉

요전 날 밤, 내 개와 함께 거실에 앉아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틀어보았다. 무덤에서 망자의 목소리를 소환하려는 것처럼 음침한 일로 들리지만, 사실 나는 이 일로 수용에 관한 작은 교훈을 하나 배웠다. 상실을 수용하는 것, 나를 떠난 사람을 수용하는 것, 더 이상 내 곁에 없는 사람을 수용하는 것에 대하여.
―〈더 이상 곁에 없는 사람을 수용하는 것〉

조정은 꼭 물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것 같은 스포츠로, 엄청난 정확성과 두둑한 배짱을 둘 다 요구한다. 나는 오랫동안 둘 다 끔찍하게 부족했고, 배를 띄워나갈 때마다 매번 흔들거리고 근들거려서 거의 뒤집힐 뻔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는 또한 그 기예를 익히고 말겠다는 결의에 차 있었다. 노 젓기의 심미적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첫 번째 계절에는 마치 사랑에 달뜬 10대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내 몸매 말고도 무언가 다스릴 것을 발견했다는 사실, 어쩌면 나를 바꿀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내 인생을 바꾼 두갈래근〉

기억에 남는 문구

사랑은 솟구쳤다가 가라앉았다가 하는
역동적인 감정이다.
가끔씩 밀려드는 의문의 실망과
애매함의 파도는
사랑의 자연스러운 물결에
반드시 있기 마련인 그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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