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일 죽는다면
마르가레타 망누손
의미 없는 것들에 가려져 있던 행복을 꺼내어보는 시간 스웨덴 사람들은 ‘데스클리닝’을 합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죽음을 의식하지 않은 채 영원히 살 것처럼 집 안 곳곳을 수많은 물건으로 채우며 현재를 보내지요. 잠시 이 자리를 빌려 한 번만 생각해봅시다. 내가 내일 죽는다면 내 물건들은 어떻게 될까요?
스웨덴에는 ‘데스클리닝(Death Cleaning)’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스웨덴어로는 ‘데스테드닝(Dostadning)’이라고 하는데 ‘데(Do)’는 ‘죽음’이고 ‘스테드닝(stadning)’은 ‘청소’를 뜻합니다. 즉 데스클리닝은 죽음을 대비한 스웨덴식 미니멀 라이프로써, 내가 죽은 뒤에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내 물건들을 정리하게 하는 대신 살아 있는 동안 더 사용할 것 같지 않은 물건을 미리 버리거나 나누어주는 행위를 뜻합니다. 죽음을 대비하여 단출하게 살다가 가볍게 떠나는 삶이라니. 멋지지 않나요? 이런 점 때문에 데스클리닝은 스웨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데스클리닝이 처음 유행했을 때와는 달리 이를 실천하는 연령층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죽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죽음을 가정하고 주위를 정돈하기 시작하다니, 왜일까요?
“죽음을 가정하면 삶이 보이기 때문이죠.”
오래된 물건을 꺼내보며 행복했던 추억을 회상하고, 내게는 쓸모없어진 물건이지만 이것을 잘 사용해줄 사람을 떠올리는 등 데스클리닝을 하다 보면 의미 없는 것들에 가려져 있던 행복을 눈앞에 꺼내어놓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앞으로의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낼지 어렴풋이나마 깨닫는 것.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본연의 자신을 되찾는 것. 스웨덴 사람들이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에는 이러한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며 내가 어떤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내가 내일 죽는다면, 나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정리할까요? 어떤 물건을 두고 또 버릴지는 각자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죽음을 가정하고 주위를 정돈해보면 앞으로의 인생은 훨씬 빛날 거라는 사실입니다. 정말로요.